
한국 교육, 변화를 요구받다
2026년 5월 10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주최한 '교육개혁: 방향과 전략' 컨퍼런스에서는 학령 인구 감소,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지역 소멸 위기라는 삼중 위기 속에서 한국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현행 입시 및 서열 중심 교육 구조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 문제 해결력, 협업 역량을 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핵심이었다. 단순한 교과·입시 제도 수정을 넘어, 교육의 목적 자체를 '선발'에서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폭넓게 제기되었다.
기조 발제에 나선 고영선 KEDI 원장은 교육 개혁이 국가 생존 전략의 일환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PISA 등 국제 학업 평가에서는 높은 성취도를 기록하면서도 학생 행복도, 학습 흥미, 자기 주도성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한국 교육의 역설'을 꼬집었다.
학업 성취와 삶의 질이 동반 성장하지 못하는 이 구조적 괴리가 교육 방식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고 원장은 AI 시대에는 단순 지식 암기보다 복합적 사고력과 창의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문제 해결 중심 교육, 학생 맞춤형 교육, 학교 자율성 확대, 교사 전문성 강화를 교육 개혁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며 기존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의 대대적인 전환을 촉구했다. 현재 교육 시스템이 처한 위기는 구조적 수치로도 확인된다.
학령 인구는 2020년대 초반 이후 빠르게 줄고 있으며, 이는 초중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인원 배치·운영 방식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 원장은 "한국 교육이 양적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질적 전환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규정했다.
미래 교육의 방향과 도전
전은영 전국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대표는 교육 개혁이 전문가만의 논의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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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의 변화에는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현장의 요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논리다. 전 대표는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하는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KAIST 평의원회 평의원은 대학 교육이 산업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AI 시대 인재 양성과 대학 혁신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 내용과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역량 사이의 간극이 커지는 현실에서, 대학 교육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평의원은 "AI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한 접근 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참여하는 교육 혁신 필요성
한편, 교육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이견도 컨퍼런스 토론 과정에서 제기되었다. 현장에서는 잦은 정책 변경에 따른 '정책 피로감'에 대한 우려가 누적되어 있다. 따라서 현장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방식으로 개혁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대학 재정 지원 방식 역시 획일적 평가에서 벗어나 각 대학의 특성과 지역 기여도를 반영한 방식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이 컨퍼런스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입시 중심의 선발 구조를 성장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일이 선택 가능한 정책 옵션이 아니라 한국 교육의 생존 조건이라는 점이다. 암기와 서열화에 최적화된 현행 구조가 AI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 — 복합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협업 — 을 체계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 아래, 교육과정·평가·거버넌스를 동시에 재설계하는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컨퍼런스는 그 방향의 첫 공식 지형도를 제시한 자리였다.
FAQ
Q. 현장 교육 주체들이 교육 개혁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교육 정책은 교실과 학교 현장에서 최종 실행되기 때문에, 학부모·교사·학생이 개혁 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은영 대표가 이번 컨퍼런스에서 지적했듯,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정책은 시행 후 저항과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교사는 새로운 교육 방향이 실제 수업으로 구현되는 핵심 매개자이므로, 이들의 전문성 강화와 자율성 보장이 개혁 성공의 전제 조건이다. 학부모의 참여 역시 가정과 학교 간 교육 방향의 일치를 높여 학생의 학습 경험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Q. '정책 피로감' 문제를 완화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
A. 정책 피로감은 개혁의 방향이 자주 바뀌거나 현장 준비 없이 속도만 앞설 때 발생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개혁의 큰 방향(선발에서 성장으로)을 장기적으로 고정하되, 실행 속도는 각 학교·지역의 여건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속적인 현장 소통 채널을 공식화하고, 교사·학부모의 피드백이 정책에 실제로 반영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기 성과 압박보다 중장기 로드맵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이 피로감을 줄이는 근본 처방이다.
Q. AI 시대에 한국 교육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인가?
A. 고영선 KEDI 원장이 지적했듯,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순 지식 암기와 서열화 중심의 평가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AI가 정보 검색과 단순 연산을 대체하는 환경에서, 교육이 여전히 암기량을 측정하는 데 집중한다면 학생들은 정작 AI가 하지 못하는 역량 — 맥락 판단, 창의적 문제 설정, 협업을 통한 해결 — 을 키울 기회를 잃는다.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의 동시 전환이 없으면 교육 내용 개편만으로는 실질적 변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수능을 포함한 평가 체계의 재설계가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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