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법

 

정영희 칼럼니스트  ⓒ코리안포털뉴스

주말 아침, 함께하는 북클럽에서 이런 화두가 던져졌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 당신은 어떻게 하시나요?"

 

잠깐 조용해졌습니다. 누구나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질문인데, 막상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어요. 어쩌면 그만큼 각자의 방식이 다르고, 또 그만큼 각자의 무게가 달랐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삶이란 여정에서 힘든 날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고, 외딴섬에 홀로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 깊은 우울감에 그냥 동굴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날.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음을 정작 본인도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이유 없이 화가 나고, 괜히 짜증이 올라오는 순간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유는 늘 있었습니다. 다만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죠. 흙탕물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 모래가 가라앉으면 물속이 또렷해지듯, 우리 마음도 꼭 그렇습니다. 마음에 회오리바람이 불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럴 땐 잠시 관망(觀望)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관망한다는 것은 감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 멀리서 바라보는 일입니다. 힘든 감정이 올라올 때 그 안으로 빠져들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나를 힘들게 했던 말이나 누군가의 태도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물음과 함께 이해하기 어려운 생각의 늪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됩니다.

 

그럴 때 제가 선택하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꽤 효과적입니다. 지금 있는 자리를 떠나는 겁니다. 책상에 앉아 있었다면 의자에서 일어나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청소를 하거나, 집 밖으로 나가 공원을 걷거나 가볍게 달려봅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분전환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는 원래 몸이 위협에 대응하도록 준비하는 반응이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한다고 긴장이 풀리지 않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과열된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감정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입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우울할 때마다 운동을 했다. 그것이 나를 살렸다."고요. 우울은 마치 우물과 같아서, 감정이란 그릇에 오래 담겨있으면 의미 없는 되새김질만 반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힘든 감정이 엄습해 올 때 몸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조금 지나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몸을 움직이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강렬했던 감정도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그때 비로소 내 마음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 그때 내가 기분이 나빴던 건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서야." "맞아, 잘 해내고 싶었는데 자신이 없어 예민해졌던 거야." "그냥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듣고 싶었을 뿐이야."

 

이렇게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고, 하나둘 해결책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비로소 상대의 입장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힘든 감정 가까이에서 너무 오랫동안 머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느끼되, 그 안에 잠기지는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마음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이 글을 쓰며 저도 다시 한번 돌아보았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 나는 어떻게 나를 돌보고 있는지를요. 어느새 짙어진 초록과 따스한 햇살이 곁에 머무는 계절입니다. 지금 마음이 지쳐 있다면, 잠시 밖으로 나가 걸어보세요.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조금 가벼워진 마음의 무게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의 마음도 충분히 돌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작성 2026.05.11 22:25 수정 2026.05.1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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