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을 넘어 공존으로’ 출간…문화유산 ODA의 새로운 질문 던지다

무너진 유적을 복원하는 일은 과거의 흔적을 되살리는 작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동체의 기억과 존엄을 회복하고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신간 ‘보존을 넘어 공존으로’는 바로 그 지점에서 문화유산과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의미를 탐색한다.


학고재가 출간한 이 책은 문화유산을 단순한 보존 대상이 아닌 공동체 회복과 국제 연대의 핵심 자산으로 바라본다. 지난해 출간된 ‘문화유산과 국제개발협력’에 이어 국내 문화유산 ODA 전문가들이 다시 참여해 문화와 개발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동안 국제개발협력은 보건과 교육, 사회 인프라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문화와 유산은 우선순위 밖의 문제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세계 여러 지역 사례는 문화유산이 지역 경제 회복과 공동체 재건, 사회 통합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은 이런 흐름 속에서 문화유산 ODA의 현실과 가능성을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유네스코 재정 구조와 문화유산 신탁기금 운영 방식부터 무형문화유산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례,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보존 과정에서 드러난 국제 권력 문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또 디지털 문화유산 기술과 윤리 문제도 주요하게 조명한다.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억의 소유권과 해석 권한 문제를 함께 짚는다.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누구의 기억을, 누구의 시선으로, 누구와 함께 지켜나갈 것인가.” 문화유산 보존을 둘러싼 국제 협력이 자칫 일방적 지원이나 지식 권력의 재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저자들은 문화유산 ODA를 ‘시혜’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현지 공동체의 참여와 수평적 협력, 상호 존중이 전제되지 않는 보존 사업은 결국 또 다른 배제와 불균형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동 집필에는 문화유산 국제협력 현장을 경험해 온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금기형 문화유산창의공간 대표와 김덕순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연구자, 김영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안재홍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초빙교수, 전진성 한국유네스코연구소 소장 등이 필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책과 기술, 국제기구와 현장 경험이 교차하는 이 책은 문화유산을 둘러싼 국제개발협력의 현재를 분석하는 동시에 앞으로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국제사회와 연결돼야 하는지도 질문한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의 경험 위에서 출발한 ‘보존을 넘어 공존으로’는 문화와 개발협력, 국제 연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작성 2026.05.11 08:55 수정 2026.05.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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