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천안역 인근에서 장기간 공실로 남아 있던 대단지 아파트가 대규모 금융 지원을 발판으로 재도약에 나선다.
메리츠증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이 4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가동하며 일반분양 전환을 추진한다. 수년간 멈춰 있던 사업이 정상화의 기로에 섰다.
충청남도 천안시 원성동 일대 ‘e편한세상 천안역’이 다시 시장의 중심에 섰다. 메리츠증권은 이 단지의 일반분양 전환을 위해 총 45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주관한다.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공동 인수사로 참여하며 사업 정상화에 힘을 보탠다.
대상은 전체 1579세대 가운데 조합원 물량 253세대를 제외한 1326세대와 근린생활시설 12호실이다. 3년 가까이 공실로 남아 있던 물량이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다시 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은 해당 자산을 담보로 1년 3개월 만기의 대출을 실행해 리파이낸싱에 나선다.
자금 구조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선순위 3000억원, 중순위 1250억원, 후순위 250억원으로 나뉘며, 금리는 각각 연 6.5%, 8.2%, 12.0% 수준이다. 선순위 대부분은 메리츠금융 계열이 맡아 사업의 기초 체력을 뒷받침한다. 중순위와 후순위에는 타 증권사가 참여해 위험을 분산했다.
이번 PF의 핵심은 단순한 자금 투입이 아니다.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있다. 기존 뉴스테이 방식에서 일반분양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림 제5호 리츠와의 계약 해지가 선행돼야 한다. PF 자금 중 3300억원이 이 과정에 투입된다. 이어 금융비용, 공사비, 준공 비용 등도 순차적으로 집행된다.
행정 절차 역시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의 사업 변경 고시 이후 조합원 총회에서 90%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이 기준을 넘지 못하면 준공 인가 완료가 대출 실행의 조건으로 전환된다. 사실상 사업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법적 변수도 남아 있다. 과거 민원과 소송을 제기했던 조합원 상당수가 추가 분쟁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분양 전략과 관련해 금융기관에 일정 권한을 위임하는 안건도 조합원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조율 과정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단지는 당초 공공지원 민간임대, 이른바 뉴스테이 사업으로 출발했다. 리츠가 일반분양 물량을 통매입해 임대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공사비 상승과 사업비 증가가 겹치며 조합원 부담이 커졌고, 임대 수익성마저 악화되면서 사업은 사실상 멈춰 섰다. 그 결과 1300세대가 넘는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못한 채 장기간 공실로 남았다.
물리적 완성도와 달리 사업은 미완에 머물렀다. 2020년 착공해 2023년 건물은 완공됐지만, 정식 준공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조합원만 입주했다. 대지면적 5만5945㎡, 지하 2층에서 지상 35층, 총 15개 동 규모의 대단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온 것이다.
메리츠증권 측은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근거로 사업 성공 가능성을 자신하고 있다. 천안역 인근이라는 교통 요충지의 장점과 대단지 규모에서 오는 상품성을 고려할 때, 일반분양 전환 시 충분한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시장의 시선도 여기에 쏠린다. 이번 PF가 순조롭게 집행될 경우 장기간 정체됐던 사업은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 동시에 천안역 일대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반면 행정적·법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또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 사업은 단순한 한 단지의 문제가 아니다. 멈춰 있던 대규모 주거 공급이 다시 움직이느냐, 아니면 또 한 번 제자리걸음을 하느냐의 문제다. 천안역 인근 도시 흐름을 좌우할 분기점에 이 사업이 서 있다.
허선자 기자(천땅집사) 천안역라이크텐금탑공인중개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