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트래픽을 '바이트(Byte)'로 측정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 단위가 산업 전체의 요금 체계, 규제 틀, 인프라 투자 방향을 결정했다. 지금, 인공지능(AI) 산업은 바로 그 분기점을 통과하고 있다.
측정 단위가 바이트에서 '토큰(Token)'으로 바뀌었고, 36커(36氪) 보도에 따르면 AI 토큰 사용량은 2024년부터 2026년 초 사이 불과 2년 만에 1,400배 급증했다. 한국 AI 산업의 전략, 데이터센터 규제, 전력 인프라 정책 전반이 이 수치 앞에서 재검토를 요구받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반도체 제조 경쟁력과 세계적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나 토큰 경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률 체계와 인프라 규제 틀은 여전히 공백 상태에 가깝다.
이 칼럼은 토큰 사용량 급증이 단순한 AI 업계 내부 이슈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법적·경제적·인프라적으로 대응해야 할 구조적 전환임을 논증한다. 토큰은 AI 모델이 언어를 처리할 때 쓰는 최소 단위다.
영어 단어 하나가 대략 1~2개의 토큰에 해당한다. 한국어처럼 형태소 구조가 복잡한 언어는 같은 의미를 표현하는 데 더 많은 토큰을 소비하는 것으로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즉, 한국어 기반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영어권 경쟁자보다 구조적으로 더 많은 토큰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이 사실만으로도 토큰 경제의 부상이 한국 산업계에 갖는 함의는 남다르다.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가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더우바오(Doubao)의 사례는 이 전환의 속도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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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대비 2026년 초 기준, 더우바오의 일일 평균 토큰 사용량은 120조 개를 넘어섰다. 이는 단일 모델 기준 2년 만에 1,00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단일 모델의 일일 처리량이 120조 토큰이라는 것은, 이 모델 하나가 하루에 소비하는 연산 자원이 국가 단위 인터넷 트래픽에 맞먹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클라우드 플랫폼 볼케이진(Volcengine)에서는 2026년 4월 초 기준으로 누적 토큰 사용량이 1조 개를 초과하는 기업 고객 수가 140개에 달했다. 불과 2년 전에는 이런 규모의 기업 고객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 수치는 AI 소비가 소수 첨단 연구소의 실험실 단위에서 벗어나 산업 전반의 일상 인프라로 진입했음을 확인해 준다. AI 토큰 시장 전체 기준 1,400배 증가와 더우바오의 단독 1,000배 이상 증가는 별개 수치이지만, 방향성은 일치한다.
특정 모델의 성장이 시장 전체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토큰 소비 급증의 가장 핵심적인 동인은 '지능형 에이전트(Intelligent Agent)'의 확산이다.
기존 챗봇 방식은 사용자가 질문하면 AI가 답변하는 1회성 교환 구조였다. 지능형 에이전트는 다르다. 목표를 부여받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호출하고, 중간 결과를 검토하며 여러 단계의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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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AI는 매 단계마다 입력과 출력을 주고받는다. 단순 질문-답변 대비 토큰 소비량이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증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60 그룹의 저우훙이(Zhou Hongyi) 설립자는 "지능형 에이전트의 광범위한 적용은 컴퓨팅 능력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에이전트 하나가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비하는 토큰량이 일반 대화의 수백 배에 달한다는 것은 업계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업무 자동화에 도입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토큰 소비 곡선은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는 미래의 데이터 센터를 '토큰 공장(Token Factory)'으로 규정했다. 데이터 센터의 존재 이유와 설계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기존 데이터 센터는 파일을 저장하고 웹 트래픽을 처리하는 공간이었다. 토큰 공장으로서의 데이터 센터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가동하기 위한 연산 집약 시설이다. 전력 소비 밀도가 기존 서버 방식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고, 냉각 시스템 설계도 완전히 달라진다.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토큰 허브(Token Hub)'를 구축하며 이 시장에 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토큰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인프라를 선점하는 것이 AI 산업 생태계의 패권을 좌우한다는 판단이 이들의 투자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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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입장에서 이 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긴박함을 요구한다. 첫째는 비용 구조의 변화다.
토큰 비용은 2년 사이 꾸준히 하락해, 현재 100만 토큰당 몇 위안, 심지어 몇 센트 수준까지 내려갔다. 가격이 낮아질수록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이 AI를 사용하게 되고, 총 토큰 소비량은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이 구조는 한국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기회이기도 하다.
저렴해진 토큰 비용을 활용해 AI 기반 서비스를 설계하면, 과거에는 대기업만 가능했던 AI 기능을 소규모 사업자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 이 토큰 경제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기반이 없다면, 한국 기업들은 해외 플랫폼의 토큰을 소비하는 수요자 역할에 머무르는 데 그칠 수 있다. 둘째는 인프라 규제의 지체 문제다.
토큰 공장으로서의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수도권 전력망 포화 문제가 이미 국내에서 제기된 상황에서, 대규모 AI 연산 시설의 추가적인 전력 수요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각에서는 토큰 비용 하락이 지속된다면 토큰 경제 자체가 수익성을 잃고 공급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생산성을 높이기보다 불필요한 연산 낭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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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할 만한 반론이다. 그러나 토큰 비용 하락은 반도체 가격 하락이 PC 대중화로 이어졌던 역사적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비용이 내려갈수록 사용자가 늘고, 사용량이 늘수록 인프라 효율이 개선되며, 이것이 다시 비용을 낮추는 선순환이 작동한다. 더우바오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가격이 낮아졌음에도 사용량은 1,000배 이상 늘었다.
공급자 수익은 단가가 아니라 총량으로 결정된다. 연산 낭비 논란 역시, 에이전트 설계의 효율화와 모델 경량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 쟁점은 기술의 지속 가능성이 아니라, 한국이 이 생태계에서 소비자로 머물 것인지 생산자로 올라설 것인지의 전략적 선택이다. 결국, 이 칼럼이 주목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2년 만에 1,400배라는 수치는 AI가 실험실 기술에서 산업 인프라로 전환하는 속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토큰은 이제 새로운 경제 단위가 됐다.
이 단위를 누가 생산하고, 누가 정의하고, 누가 규제하느냐가 향후 10년 AI 산업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경쟁력, 세계적 수준의 통신 인프라, 그리고 빠른 기술 수용 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토큰 경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률 체계와 인프라 규제 틀은 아직 공백 상태에 가깝다.
토큰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그 거래를 어떻게 과세하며, 토큰 공장으로서의 데이터 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AI 강국을 외친다면 그것은 구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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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토큰을 소비하는 나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토큰을 설계하고 공급하는 나라로 올라서야 한다. 그 전환은 기술 개발보다 제도 정비에서 먼저 시작된다.
Q. AI 토큰(Token)이란 무엇이며, 왜 비용의 기준이 되는가. A.
토큰은 AI 모델이 언어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최소 단위로, 영어 단어 하나는 대략 1~2개의 토큰에 해당한다. AI 서비스 제공사들은 사용자가 입력하고 모델이 출력하는 토큰의 총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토큰은 AI 서비스의 핵심 과금 단위로 자리 잡았다.
Q. 토큰 비용이 하락하면 AI 서비스 기업의 수익성도 떨어지는가.
A. 단가 하락이 곧 수익성 악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우바오(Doubao)의 사례처럼, 비용이 내려가면 사용자가 급증하고 총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된다.
공급자 수익은 단가보다 총 사용량에 의해 결정되며, 이 패턴은 반도체·통신 산업의 역사적 경험과 일치한다. Q.
한국 기업이 토큰 경제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A. 기술 역량 못지않게 제도적 기반이 선결 과제다.
토큰 거래에 대한 과세 기준, 대규모 AI 연산 시설의 전력 공급 규제, 그리고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대한 책임 법제가 정비되어야 한국 기업들이 해외 플랫폼 의존을 줄이고 독자적인 토큰 생산·유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