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변화가 초래한 물가 상승 지속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2026년 4월 29일 발표한 칼럼은 세계 경제학계에 경종을 울렸다. 현재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탈세계화, 에너지 전환 비용, 노동시장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진단이다.
로고프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 '왜 인플레이션은 사라지지 않는가: 구조적 전환 대 순환적 압력'을 통해 "과거와 같은 수요 측면 관리 중심의 통화 정책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이 분석이 던지는 함의는 무겁다.
로고프 교수가 지목한 첫 번째 구조적 요인은 탈세계화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국은 중국 중심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려 애쓰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2025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무역장벽 조치는 2019년 대비 47% 증가했다.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무역 마찰이 커질수록 제품 가격은 상승한다.
로고프 교수는 "국가 간 무역 장벽 증가가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력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다.
두 번째 요인은 에너지 전환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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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은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에 필수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자본 투자를 요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6월 발표한 '세계 에너지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가 연평균 9.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용은 전력 요금에 반영되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린다.
한국의 경우 2024년 전기요금이 2년 연속 인상됐고, 산업용 전기 가격도 2023년 대비 12% 올랐다. 로고프 교수는 "에너지 전환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관리할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확산되면서 일자리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2025년 9월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의 약 14%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는 임금 프리미엄을 누리지만, 단순 반복 업무 종사자는 실업 위험에 노출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고등교육 이수율이 가장 높지만,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7%대에 머물러 있다. 로고프 교수는 "자동화로 인한 직업 구조 변화는 단순히 일자리 이동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체질 변화"라며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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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조적 변화 앞에서 중앙은행의 역할도 재정의되고 있다. 로고프 교수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재검토하거나 과거와 다른 정책 수단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수요를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공급 측면의 구조적 문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2025년 3월 정책회의에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한국은행도 2026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공급 측 요인을 반영한 정책 수단 다각화"를 검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 경제는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은행이 2025년 12월 발표한 '2025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의존도(수출액/GDP)는 약 42%로 OECD 평균(28%)을 크게 상회한다. 글로벌 수요와 공급망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주력 산업은 탈세계화와 에너지 전환 압력을 동시에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북미 지역 협력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5조 원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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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업 차원의 리스크 관리이자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이다.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 필요성
로고프 교수는 정책적 유연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에만 집중하면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공급망 안정화, 노동시장 유연성 증대, 기후 투자 지원 등 거시 경제 정책 전반에 걸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명확해진 상황에서 정책 수단의 확장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란은행(BoE)은 2025년 11월 기후 리스크를 통화정책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2026년 2월 공급망 안정성을 정책 고려 요소에 포함시켰다.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도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6년 3월 '구조적 인플레이션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에너지, 식량,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은행은 2026년 4월 '물가안정목표 운용 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목표치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2%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2.5~3% 수준으로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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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복합적 요인은 단기적으로 가계 부담을 가중시킨다. 통계청이 2026년 4월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026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8.2%, 식료품은 4.7% 상승했다.
서울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생활비는 2025년 438만 원에서 2026년 1분기 453만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고도화와 환경 개선이라는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6년 2월 보고서에서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결합되면 2030년까지 연평균 1.2%포인트의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고프 교수의 분석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구조적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물가 상승이 아니라 경제 체질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내수 기반을 강화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공급망 다변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행도 물가안정 목표를 재검토하고, 공급 측 요인을 반영한 새로운 정책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구조적 전환기에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정부, 중앙은행, 기업, 시민사회가 모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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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프 교수가 제시한 통찰은 한국이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Q.
구조적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A. 구조적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수요 증가가 아니라 탈세계화, 에너지 전환, 노동시장 재편 등 경제 체질의 근본적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 현상이다.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 통화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Q. 한국 소비자는 구조적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사용, 재생에너지 요금제 선택, 재교육을 통한 기술 역량 강화 등 개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의 에너지 바우처,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 지원 정책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한국은행은 구조적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 A.
한국은행은 물가안정 목표를 재검토하고, 공급망 안정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정책 수단을 확대해야 한다. 로고프 교수가 제안한 것처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5~3%로 상향 조정하고, 기후 리스크와 공급망 변동성을 통화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정정책과의 긴밀한 협력도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