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AI 투자 급증이 재편하는 글로벌 경쟁 지형, 한국의 기술 주권 확보 전략

이중 용도 기술의 부상과 글로벌 AI 경쟁

안보화된 AI 시장의 변화

한국이 나아갈 방향과 전략

이중 용도 기술의 부상과 글로벌 AI 경쟁

 

영국의 독립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는 2026년 4월 28일 '국방 및 이중 용도 기술 투자 급증이 글로벌 AI 경쟁 지형을 재편하는 방식(How a surge in defence and dual-use technology investment could reconfigure the global AI race)'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기술적 종속성에 대한 각국의 우려가 커지면서 국방 및 민간 영역 모두에 활용 가능한 이중 용도(dual-use) 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과거 소수의 국가가 주도하던 AI 개발 환경이 다극화되고 있으며, 국가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하는 '안보화'되고 '파편화된' AI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전망이다. 이중 용도 기술은 군사와 민간 양쪽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기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은 민간 차량뿐 아니라 무인 군사 차량에도 적용되며, 자연어 처리 AI는 고객 서비스 챗봇인 동시에 군사 정보 분석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채텀 하우스 보고서는 이러한 이중 용도 AI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면서 각국 정부가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 독자적인 기술 스택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AI 기술이 경제 성장 동력인 동시에 국방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보고서는 2025년과 2026년 초반에 나타난 네 가지 주요 추세가 글로벌 AI 경쟁 지형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이중 용도 국방 AI에 대한 투자와 배포가 가속화되고 있다. 둘째, 각국이 자국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적인 AI 기술 스택을 구축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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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AI 시장의 파편화가 진행되면서 국가 간 또는 블록 간 상호 운용성이 저해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넷째, AI 기술 개발과 배포 과정에서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는 '안보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글로벌 협력 생태계를 약화시키고 지정학적 긴장을 심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 AI 개발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수 기술 기업과 중국의 대형 플랫폼 기업이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각국 정부가 직접 AI 개발에 개입하고 국방 분야 투자를 확대하면서 개발 주체가 다변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AI 시장의 다극화를 촉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AI 규제 법안을 통해 자체 기술 표준을 확립하려 하고 있으며, 일본과 인도 등도 독자적인 AI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AI 생태계가 소수 패권국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극으로 분산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다극화는 양면성을 지닌다. 긍정적으로는 더 많은 국가가 AI 기술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혁신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기술 종속성이 완화될 수 있다.

 

각국이 자국의 언어, 문화, 법제도에 최적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된다. 반면 부정적으로는 AI 시스템 간 상호 운용성이 저해되고, 국제 협력이 약화되며, 중복 투자와 자원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술 이전이 제한되고 표준이 분열되면, 글로벌 AI 시장이 파편화되어 효율성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채텀 하우스 보고서는 특히 '주권적 기술 스택(sovereign technology stack)' 구축 경쟁이 파편화를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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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적 기술 스택이란 한 국가가 외부 의존 없이 AI 시스템을 개발, 배포, 운영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반도체), 소프트웨어(알고리즘, 프레임워크), 데이터 인프라를 모두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통해 중국의 AI 개발을 견제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체 반도체 생산 능력 확보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유럽은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각국이 기술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주권적 기술 스택 추구는 상호 운용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국가에서 개발된 AI 모델이 다른 국가의 데이터 형식이나 하드웨어 표준과 호환되지 않으면, 국제적인 연구 협력이나 공동 프로젝트 수행이 어려워진다. 의료, 기후변화, 재난 대응 등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인 분야에서 AI 기술의 파편화는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을 저해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험을 경고하면서도, 각국이 당면한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할 때 주권적 기술 스택 추구 경향은 쉽게 역전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AI 경쟁 재편 속에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강력한 반도체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AI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학습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은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도 2024년부터 AI 반도체 개발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안보화된 AI 시장의 변화

 

그러나 채텀 하우스 보고서가 지적한 글로벌 추세를 고려할 때, 한국은 기술 주권 확보와 국제 협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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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으로부터 장비와 소재를 공급받는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편입되어 있다. 동시에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느 한쪽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양측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복잡한 외교적·전략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핵심 AI 기술 영역에서 자체 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AI 반도체 설계, 대규모 언어 모델 학습 알고리즘,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등 주권적 기술 스택의 핵심 요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어 자연어 처리, K-콘텐츠 생성 AI 등 한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외국 기술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사회적 맥락에 최적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국제 협력의 틀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AI 거버넌스와 윤리 기준 수립은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달성하기 어려우며, 국제적인 합의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 원칙, 유엔 AI 윤리 권고안 등 다자간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국제 규범 형성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기술 동맹을 강화하여, 권위주의 체제의 AI 기술 오남용에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채텀 하우스 보고서가 경고한 AI 시장의 파편화와 안보화는 한국에게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파편화된 시장에서는 글로벌 표준을 선점한 기업이나 국가가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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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특정 AI 기술 분야에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을 확립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AI 하드웨어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것처럼, AI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분야에서도 한국만의 강점을 구축할 수 있다.

 

국방 AI 분야에서도 한국은 독자적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AI 기반 감시·정찰·지휘통제 시스템의 자체 개발은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다.

 

이중 용도 기술의 특성상 국방 AI 개발은 민간 산업에도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의 DARPA(국방고등연구계획국)가 인터넷, GPS 등 혁신 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한국도 국방 AI 연구를 통해 민간 부문으로 확산 가능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 AI 개발 과정에서 윤리적 고려도 필수적이다. 자율살상무기(LAWS) 같은 AI 무기 시스템의 개발과 배포는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와 시민사회는 금지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자체 국방 능력 확보와 국제 규범 준수 사이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방 AI 개발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민간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채텀 하우스 보고서는 글로벌 AI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AI 개발이 주로 경제적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국가 안보와 지정학적 경쟁이 핵심 동인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는 AI 기술의 개발 방향, 투자 우선순위, 국제 협력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추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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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나아갈 방향과 전략

 

앞으로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AI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이를 실행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AI 인재 양성에 더욱 힘써야 하며, 기업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 기술 경쟁력 확보에 투자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AI 기술의 윤리적 개발과 사용을 감시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기술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이 모든 주체가 협력할 때, 한국은 글로벌 AI 경쟁 재편 속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Q.

 

이중 용도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이중 용도 기술은 군사와 민간 양쪽에서 모두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 안보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기술 주권 확보 차원에서 이중 용도 AI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AI 경쟁 지형을 재편하는 핵심 동인이 되고 있다.

 

Q. 주권적 기술 스택이란 무엇인가? A.

 

주권적 기술 스택은 한 국가가 외부 의존 없이 AI 시스템을 개발, 배포, 운영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인프라를 모두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국이 기술 종속성을 줄이기 위해 주권적 기술 스택 구축에 나서고 있다. Q.

 

한국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A. 한국은 반도체와 ICT 인프라 강점을 바탕으로 핵심 AI 기술의 자체 개발 능력을 확보하되, 국제 협력을 통해 AI 거버넌스와 윤리 기준 수립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기술 주권 확보와 글로벌 협력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한국의 지속 가능한 AI 발전 전략이다.

작성 2026.05.02 01:59 수정 2026.05.02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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