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63화 제대로 지시했다면 두 번 일은 안했을텐데

바쁘다는 이유로 중요한 단계를 생략했다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었다

조금 더 천천히 설명한다. 한 번 더 보여준다. 반드시 확인한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갑작스레 늘어난 물량

지난주 창고에 평소보다 많은 자재가 들어왔다. 물량도 많았고 무게도 컸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외국인 직원 두 명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건은 단순하지 않았다. 언어와 작업 방식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상태였다.

 

보여줬다는 착각

나는 한국말로 간단히 설명하고 손짓과 몸짓으로 적재 방식을 보여주었다. 박스를 어떤 방향으로 쌓는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시범을 보였다. 기준을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그 순간의 판단은 ‘충분하다’였다.

 

잠시 맡긴 자리

초반에는 작업이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보여준 방식대로 차곡차곡 쌓이는 모습이 확인됐다. 그 장면을 근거로 나는 자리를 옮겼다. 다른 제품을 정리하기 위해 작업을 맡겼다. 점검은 하지 않았다.

 

결과의 어긋남

작업이 끝난 뒤 창고를 다시 확인했다. 박스는 정리되어 있었지만 방향이 제각각이었다. 제품 정보는 뒤집혀 있었고, 같은 자재도 분산되어 있었다. 겉보기에는 완료였지만 실제로는 미완이었다.

 

떠오른 한 문장

그 순간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제대로 지시했다면 두 번 일은 안했을텐데”
제대로 지시했다면 두 번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문제는 누군가의 실수가 아니었다. 전달 방식의 한계였다.

 

기준의 오해

나는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는 ‘이해했다’고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나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 기준이 공유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기준은 설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확인으로 완성된다.

 

바쁨이 만든 생략

바쁘다는 이유로 중요한 단계를 생략했다.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었다. 핵심 포인트를 반복하지 않았고, 이해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재작업이었다. 한 번에 끝낼 수 있었던 일이 두 번으로 늘어났다.

 

일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

일을 잘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함께 일할 때는 기준이 달라진다. 일을 ‘함께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특히 언어와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는 전달의 정밀도가 결과를 좌우한다.

 

실행 원칙의 전환

이후 기준을 바꿨다. 설명은 내가 이해했는지가 아니라, 상대가 이해했는지를 기준으로 한다. 말로만 전달하지 않는다. 다시 보여준다. 직접 따라 하게 하고 확인한다. ‘어떻게’에서 멈추지 않는다. ‘왜’까지 공유한다.

 

일상을 관통하는 동일한 문제

이 문제는 창고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족과의 대화, 동료와의 협업, 아이와의 약속에서도 같은 구조가 반복된다. “알아서 하겠지”라는 기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판단이 오해를 만든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상대가 무엇을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는가. 
나는 기준을 공유했는가, 아니면 설명으로만 끝냈는가. 
나는 속도를 선택했는가, 정확도를 선택했는가.

 

결국 남는 원칙

그날 나는 일을 두 번 했다. 그러나 방법을 한 번 배웠다. 조금 더 천천히 설명한다. 한 번 더 보여준다. 반드시 확인한다. 이 세 가지가 반복을 줄인다. 그래서 결론은 분명하다. 정확한 전달은 선택이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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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4.30 00:24 수정 2026.04.3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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