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이른 시기에 찾아온 불청객이 인명을 앗아갔다.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은 지난 23일, 올해 첫 비브리오패혈증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환자가 증상 악화로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예년보다 빠른 기온 상승으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다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비브리오패혈균'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모양새다.
사망한 환자는 평소 간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1일 다리에 급격한 통증과 함께 물집(수포)이 잡히는 증상으로 입원했으나, 이틀 만에 확진 판정을 받고 유명을 달리했다. 이처럼 기저질환자에게 비브리오패혈증은 '공포의 대상'이다. 단순한 식중독 정도로 치부하기엔 그 위력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 '바다의 암살자' 비브리오균, 왜 위험한가?
비브리오패혈증은 해수 온도가 18°C를 넘어서는 4월에서 6월 사이에 고개를 들기 시작해, 수온이 정점에 달하는 8~10월에 가장 기승을 부린다. 오염된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거나, 피부의 미세한 상처가 오염된 바닷물에 닿았을 때 감염된다.
특히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다. ▲만성 간 질환자 ▲당뇨병 환자 ▲알코올 의존자 ▲면역 결핍 환자(장기 이식, 항암 치료 등)는 감염 시 치사율이 최대 50%에 육박할 정도로 위험하다. 일반인에게는 가벼운 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는 균이 이들에게는 전신 패혈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 '24시간'의 사투, 골든타임을 잡아라
증상은 급작스럽고 격렬하다. 오한과 발열을 동반하며 설사, 복통, 구토가 나타난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피부 병변이다. 증상 발현 후 하루 안에 주로 하지(다리) 부위에 발진과 부종이 나타나며, 이것이 피가 섞인 수포로 변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다리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는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생활 속 철저한 차단만이 유일한 해법
예방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실천이 어렵다. 어패류는 반드시 85°C 이상에서 충분히 익혀야 한다. 껍질이 열린 뒤에도 5분 이상 더 끓이는 정성이 필요하다. 또한, 조리 시에는 수돗물로 깨끗이 씻어 해수 성분을 제거해야 하며, 사용한 도구는 반드시 소독해야 한다. 해안가 나들이 시 상처가 있다면 바닷물 입수를 절대 금해야 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비브리오패혈증은 예방 수칙 준수와 신속한 치료가 생사를 가른다"며 "특히 고위험군은 해산물 섭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비브리오패혈증은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하지만 방심하는 순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이라면 '익혀 먹기'와 '상처 관리'라는 기본 원칙을 생명줄처럼 지켜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