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자금 제공자의 부상과 지역화: 새로운 생태계의 도래
"소득이 낮다고 해서 금융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는 세상이 과연 공정한가요?" 국제 개발 포럼에서 종종 제기되는 이 질문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는 단순히 이론적인 논의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실질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의 여정 속 핵심 문제 중 하나입니다.
금융 포용이란 모든 개인과 기업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필요한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최근 금융 포용의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하며 새로운 기회와 우려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23일, 국제 개발 자금 정보 플랫폼인 fundsforNGOs News에 게재된 CGAP(Consultative Group to Assist the Poor, 빈곤층 지원 자문 그룹)의 최신 연구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 포용 자금 조달이 전통적인 기부 및 개발 금융 기관의 역할에서 벗어나 점차 상업적인 자본 제공자들에게로 전환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CGAP는 세계은행 산하의 독립적인 정책 및 연구 센터로서, 30년 이상 빈곤층의 금융 접근성 개선을 위한 연구와 정책 개발을 주도해 온 권위 있는 기관입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인 기부자, 개발 금융 기관, 자선 단체 및 임팩트 투자자 외에 현재 금융 포용 분야에 새롭게 참여한 자본 제공자가 무려 2,015곳에 달합니다. 이는 금융 포용 생태계의 극적인 확장을 의미하며, 과거 수십 개의 주요 기관이 주도하던 구조에서 수천 개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구조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줍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신규 자본 제공자 중 90% 이상이 민간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상업적 성격을 띤 주체가 다수를 차지하며, 명시적인 임팩트 위임(Impact Mandate) 없이 운영되는 점은 금융 포용의 흐름이 시장 주도 접근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임팩트 위임이란 투자나 자금 지원 시 재무적 수익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명시적으로 추구하겠다는 조직의 공식적인 약속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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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위임 없이 운영되는 상업적 주체의 증가는 금융 포용 분야가 순수한 개발 목적에서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금융 혁신을 통해 접근성을 확대할 기회를 열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벤처 캐피털 회사, 상업 은행, 자산 관리자 및 기타 민간 부문의 참여 증가가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규모를 확대하고 혁신 및 민간 투자를 통해 접근성을 확장할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한다고 강조합니다. 모바일 뱅킹, 디지털 결제 플랫폼, 핀테크 솔루션 등은 전통적인 은행 지점이 없는 지역에서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억 명의 금융 소외 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빈곤층과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약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부문에 우선순위가 주어질 수 있으며, 저소득층 인구나 높은 위험을 가진 시장과 같이 강력한 재정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곳은 서비스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우려 사항입니다. 이는 금융 포용의 본래 목적인 '모든 이를 위한 금융 접근성'이라는 원칙과 상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연구는 새로 등장한 자금 제공자의 절반 이상이 신흥 시장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자금 생태계가 세계적으로 분권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글로벌 개발 자본의 점진적인 분권화를 의미합니다. 과거 금융 포용 자금의 대부분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개발 기관과 자선 재단에서 조달되었지만, 이제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신흥 시장에 본사를 둔 자본 제공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금융 접근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국제 개발 협력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권화는 개도국이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스스로의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기회를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지역 자본 제공자들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 경제적 맥락을 더 잘 이해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고, 현지 규제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중심 모델이 상업적 이익 중심으로 치우칠 경우, 극도로 빈곤한 계층이나 상업성이 낮은 분야는 소외될 위험이 크다"는 경고도 제기됩니다.
상업적 자본은 본질적으로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빈곤층 중에서도 '덜 가난한' 계층이나 도시 지역에 집중되고, 극빈층이나 농촌 오지 지역은 여전히 소외될 수 있습니다. 이는 금융 포용 내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ODA 정책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국가로서, 현재 공적개발원조(ODA) 분야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전환했으며, 이러한 독특한 경험은 개발도상국에게 중요한 롤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상업적 모델의 장단점과 한국 ODA에 미치는 영향
특히 한국은 그간 빈곤층 중심의 미시 금융 프로젝트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한 원조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습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역사회 개발 프로젝트, IC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 포용 사업 등은 개발도상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주도적 금융 자금 조달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ODA의 중점 영역 중 하나는 디지털 금융 기술 도입을 통한 금융 소외 해소였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핀테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모바일 뱅킹 시스템 구축, 전자정부 결제 시스템 지원, 블록체인 기반 송금 시스템 개발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상업적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부 주도형 모델의 적합성을 다시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명백합니다. 상업적인 자본 제공자는 당연히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며, 이는 상업적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소외 지역의 금융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CGAP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자금 제공자의 90% 이상이 임팩트 중심의 명확한 위임을 갖지 않고 운영되며, 이는 결국 시장이 가장 이윤이 나는 지역과 서비스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션 드리프트(mission drift)'라고 불리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미션 드리프트란 원래의 사회적 목적에서 벗어나 수익성 추구로 방향을 전환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금융 포용 분야에서 이는 빈곤층을 위한 서비스가 점차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로 변질되거나, 사회적 임팩트보다 재무적 수익이 우선시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공적 원조에서 상업적 효과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지만, 이 모델이 지금 과연 지속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반론 역시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상업적 자금 제공자의 부상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거 기부나 원조 모델은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내지 못하거나 프로젝트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조 의존적인 프로젝트는 외부 자금이 끊기면 지속되기 어렵고, 수혜국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관료적인 절차와 비효율성으로 인해 실제 빈곤층에게 도달하는 자금의 비율이 낮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면, 상업적 모델은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 원리에 기반한 모델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외부 지원 없이도 지속될 수 있으며, 경쟁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할 유인이 있습니다. 또한 대규모 자본을 동원할 수 있어 금융 포용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원조 자금만으로는 전 세계 17억 명에 달하는 금융 소외 인구를 모두 포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글로벌 벤처 캐피탈 회사의 경우, 금융 기술 스타트업 지원으로 소외 지역의 금융 접근성을 현실적으로 개선한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모바일 머니 서비스인 M-Pesa는 케냐에서 시작되어 동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며 수천만 명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상업적 모델의 성공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인도의 Paytm, 중국의 Alipay와 WeChat Pay 등도 대규모 투자를 받아 급성장하며 수억 명의 금융 포용을 실현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상업적 수익과 사회적 임팩트를 결합해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디지털 결제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확장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GCash, 인도네시아의 Go-Pay와 OVO, 베트남의 MoMo 등은 모두 벤처 캐피탈과 상업 은행의 투자를 받아 성장했으며, 은행 계좌가 없던 수천만 명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 플랫폼은 단순 결제를 넘어 소액 대출, 저축,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확장하며 포괄적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한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며,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여전히 금융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 단서를 쉽게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성인의 약 24%인 17억 명이 여전히 기본적인 금융 계좌조차 보유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농촌 지역과 빈곤층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여성, 난민,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의 금융 소외는 더욱 심각합니다.
향후 과제와 한국의 역할 재정립을 위한 방안
따라서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상업적 모델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고려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정부와 민간 부문이 협력해 빈곤층 및 취약 계층을 위한 민간 자금 조달 촉진책을 도입하고, 동시에 공적 자금의 보완적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 모델로 불리며, 공적 자금이 초기 위험을 부담함으로써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나 개발 금융 기관이 첫 손실(first-loss) 보증을 제공하거나, 기술 지원 및 인프라 구축에 투자함으로써 민간 투자자들의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임팩트 측정 기준을 개발하고, 사회적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성과 기반 계약(performance-based contracts)'을 도입함으로써 상업적 자본이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은 경제 발전 경험과 디지털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금융 포용 문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한국은 1960년대 1인당 GDP가 100달러에 불과한 최빈국에서 현재 3만 달러를 넘는 선진국으로 성장한 독특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금융 포용이 경제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직접 체험했습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 5G 네트워크, 핀테크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 디지털 금융 포용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개도국의 금융 소외 극복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한국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자 G20 회원국으로서 국제 개발 협력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 등 다자간 개발 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아세안, 한-아프리카 협력 등 지역별 파트너십을 통해 금융 포용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금융 포용 문제는 단지 자본의 흐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기회,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 토대입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도 금융 포용은 빈곤 퇴치(목표 1),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목표 8), 불평등 감소(목표 10) 등 여러 목표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은 단순히 돈을 저축하거나 빌리는 것을 넘어, 교육, 건강, 주거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기회를 확대하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상업적 자금 제공자의 부상은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며,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통해 양쪽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시장의 효율성과 혁신 능력을 활용하면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개선, 소비자 보호 강화, 금융 교육 확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다차원적인 접근이 요구됩니다.
한국이 과연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앞으로의 국제 개발 정책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2030년까지 ODA 규모를 GNI 대비 0.3%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금융 포용을 핵심 분야로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이 자신의 발전 경험과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개도국의 금융 포용을 지원하고, 동시에 상업적 자본과 공적 자금의 효과적인 결합 모델을 제시한다면, 국제 개발 협력 분야에서 독특하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읽은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에서는 금융 서비스의 사각지대에서 싸우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외면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도덕적 당위를 넘어, 우리 모두가 살아갈 미래 사회의 모습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노태영 기자
[참고자료]
fundsforngos.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