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성지 메카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변화: 카바 신전의 '키스외'가 3미터 높아지는 이유
뜨거운 태양 아래 수백만 명의 순례자가 읊조리는 기도 소리가 메카의 공기를 가득 채울 때, 이슬람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인 카바(Kaaba) 신전에도 고요하지만 치밀한 변화가 시작된다. 매년 성지순례(하지) 시즌의 서막을 알리는 이 움직임은 전 세계 무슬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전을 감싸고 있던 거대한 검은 천, '키스외(Kiswa)'가 평소의 엄숙한 자태를 뒤로하고 돌연 하늘로 들어 올려진다. 왜 이 거대한 성물은 하지 시즌마다 3미터나 위로 몸을 일으키는 것일까? 단순히 관습이라 치부하기에는 그 이면에 숨겨진 지혜와 세심한 배려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3미터의 간격'이 상징하는 보호의 미학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하지 시즌이 다가오면 카바 천의 하단을 지면으로부터 약 3미터 높이까지 들어 올린다. 이는 단순히 천이 바닥에 닿지 않게 하려는 실무적인 조치를 넘어, 가장 성스러운 것을 지키기 위해 잠시 그 모습을 바꾸는 '보호의 미학'이다.
▲신앙의 무게를 견디는 지혜: 하지 기간에는 수많은 인파가 카바 주위를 도는 의식인 '타와프(Tawaf)'를 행한다. 이때 순례자들의 간절한 손길이 천에 닿게 되는데, 수백만 명의 직접적인 접촉은 자칫 성스러운 유물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성물의 품격 유지: 3미터의 공간을 띄우는 것은 인간의 뜨거운 열망으로부터 신성을 온전히 보존하여, ‘키스외’가 가진 본연의 위엄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려는 헌신적인 관리의 결과이다.
34명의 전문가가 그려낸 2시간의 정교함
이 경건한 작업은 '두 성원 정무 총국'의 주도하에 마법처럼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34명의 숙련된 전문가가 투입되어 단 2시간 만에 모든 공정을 완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교한 의식과도 같다. 전문가들은 거대한 천의 각 모서리를 조심스럽게 분리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높이를 맞추어 고정한다. 이들의 손길에는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을 현대적인 기술로 계승한다는 자부심과 엄숙함이 깃들어 있다.
검은색 아래 감춰진 '흰색 면직물'의 역할과 완성된 빛
전문가들의 손길이 닿은 뒤, 검은 천이 올라간 빈자리는 이내 눈부신 흰색 면직물로 채워진다. 약 2미터 너비로 덧대어지는 이 흰 천은 검은색 키스외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카바 신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시각적 조화와 평온: 이 흰색 천은 순례자들이 입는 흰 제복인 '이흐람'과 시각적인 통일감을 이루며, 성지순례 기간의 일치감을 상징한다. 또한, 순례자들이 더욱 쾌적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드릴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배려이기도 하다.
▲위엄의 완성, 등불: 모든 작업의 마무리는 신전의 위엄을 완성하는 빛으로 장식된다. 작업 과정에서 잠시 분리되었던 등불들이 다시 제자리에 견고하게 설치되면서, 카바 신전은 비로소 수백만 순례자를 맞이할 완벽한 준비를 끝마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