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전망: 성장 기대와 현실의 괴리
2026년 상반기, 영국 건설 산업은 1.7%라는 완만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성장 수치가 반드시 긍정적인 신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설 제품 협회(Construction Products Association, CPA)가 올해 초 발표한 연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건설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난관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일부 영역에서는 악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영국에만 한정되지 않는, 글로벌 건설 업계 전반에 걸친 공통된 과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 건설 산업의 가장 심각한 난관은 숙련된 기술공의 부족입니다. 이는 단순히 노동력이 부족한 문제를 넘어, 사업 진척 과정에서의 심각한 병목현상(bottleneck)을 초래하며, 중장기적인 산업 성장에 직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CPA의 경제 이사 닥터 노블 프랜시스(Dr. Noble Francis)는 보고서에서 "주택 부문의 약세가 다른 부문의 성장으로 상쇄되고 있지만, 비용 및 기술 압력이 여전히 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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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언은 현재 영국 건설 산업이 처한 복합적인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부문별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성과입니다.
주택 신축 부문과 보수·유지보수(Repair, Maintenance & Improvement, RM&I) 활동이 뚜렷한 부진을 겪는 와중에도, 상업용 리퍼비시(refurbishment, 기존 건물 개조) 및 설비, 데이터 센터, 인프라 부문에서는 강한 성장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시장 영역의 차별화된 성장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불균형을 예고하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주택 건설 부문의 경우, 2025년 초에 잠시 회복세를 보이며 업계에 희망을 주었으나, 같은 해 4월 이후 급격히 둔화되어 올해 초까지 부진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침체의 주요 원인은 주택 구매 부담(housing affordability)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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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높아진 금리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주택 구매력이 크게 약화되었고, 이는 신규 주택 건설 수요 감소로 직결되었습니다. 반면 소비자들은 새 집을 구매하기보다는 기존 건물을 개조하거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리퍼비시 부문의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 부문의 성장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공지능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데이터 센터 건설 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 또한 디지털 인프라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이 부문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산업 전반의 건전성에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하청업체와 소규모 건축 자재 상인의 파산 증가 추세는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에 적신호를 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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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A 보고서는 2026년 상반기에 더 많은 전문 하청업체와 소규모 건축 자재 상인의 파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파산 신청 건수가 작년 동기 대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산 증가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첫째, 고객들이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더욱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저가 입찰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둘째, 주계약업체들이 자신들의 비용 증가분을 공급망 하위 업체들에게 전가하지 않으려는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셋째,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규모 업체들의 마진이 극도로 압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삼중고 속에서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중소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업체들은 대규모 주계약업체들의 원가 절감 압력에 크게 노출되어 있어, 다가올 하반기에도 이들의 생존 환경은 여전히 척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별 업체의 문제를 넘어, 건설 산업 전체의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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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기술을 가진 소규모 전문 업체들이 사라지면, 결국 대형 프로젝트의 품질 저하와 공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숙련된 기술공 부족, 건설 산업의 발목을 잡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공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특히 교도소, 보호관찰소, 법원 등 형사사법 시스템의 역량 확대를 위한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이는 건설 산업에 상당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025년 11월 발표된 가을 예산안(Autumn Budget)을 통해 이러한 계획들이 구체화되면서, 예산안 발표 전까지 만연했던 시장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습니다.
또한 영국 중앙은행의 점진적인 금리 인하 정책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점을 찍었던 기준금리가 올해 들어 단계적으로 인하되면서, 소비자와 기업 모두의 차입 부담이 완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주택 구매 여력 개선과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져, 건설 수요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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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1분기 소비자 신뢰지수와 기업 투자심리지수 모두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책적 지원과 긍정적 신호들이 실제 현장에서 프로젝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여전히 심각한 제약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고 금리를 인하해도,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숙련공이 부족하고 공급망이 불안정하다면, 이러한 정책들은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CPA 보고서는 바로 이 점을 가장 중요한 중기적 우려 사항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숙련된 기술공 부족 문제는 영국 건설 산업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이고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며, 산업 전반에 걸쳐 인력 확보에 심각한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EU 출신 건설 노동자들의 유입이 크게 감소한 것도 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입니다. 또한 건설 업종에 대한 젊은 세대의 기피 현상도 지속되고 있어, 고령화된 숙련공들이 은퇴하면서 기술 전수의 단절이라는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과 낙관적인 전망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데이터 센터와 인프라 투자, 그리고 상업용 리퍼비시 부문의 성장이 주택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며 산업 전체가 어느 정도 균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칩니다. 실제로 부문별 다변화가 리스크 분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견해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이러한 성장 요인들이 단기적이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데이터 센터 건설 붐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며, 정부의 인프라 투자 역시 재정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숙련공 부족과 공급망 불안정성 같은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부문의 성장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한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영국의 상황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국내 건설 산업 역시 숙련공 부족 문제를 주요한 도전 과제로 안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건설 현장 기피 현상과 고령화된 기능공들의 은퇴는 한국에서도 심각한 기술 공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복잡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중소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은 영국의 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한국 건설 업계에 던지는 시사점
그렇다면 영국 사례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숙련공 확보 및 유지를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임금 인상이나 근로 조건 개선의 차원을 넘어, 기술 교육 및 훈련 인프라를 국가적 차원에서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 이후 외국인 노동력 유입 감소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건설 업종의 매력도 제고와 체계적인 기술 전수 시스템 구축 실패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둘째, 하도급 및 공급망 구조의 건전성 확보가 시급합니다.
소규모 전문 업체들의 연쇄 도산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구조조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체의 기술력 저하와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계약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공정한 위험 분담과 적정 마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셋째,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금리 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영국 사례가 보여주듯이, 아무리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해도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할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투자 계획과 함께 인력 양성, 공급망 안정화, 기술 혁신 지원 등이 패키지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넷째, 부문별 다변화 전략도 중요합니다.
영국의 경우 주택 부문 침체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센터, 상업용 리퍼비시, 인프라 부문의 성장이 전체 산업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부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결론적으로, 영국 건설 산업의 2026년 현재 상황은 완만한 성장과 심각한 구조적 도전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1.7%라는 성장률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숙련공 부족, 공급망 불안정, 부문 간 불균형이라는 뿌리 깊은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국의 사례는 단순히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건설 시장이 공유하는 미래의 과제를 비추는 거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영국이 직면한 숙련공 부족 문제와 산업 구조의 부조화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국의 건설 업계는 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인력 양성, 공급망 안정화, 기술 혁신, 부문별 다변화 등 다각도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때입니다. 영국의 오늘이 우리의 내일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오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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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specfinish.co.u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