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다는 말이 모든 것을 지울 때

표현은 여전히 자유로운가. 아니면 우리는 점점 말하기를 포기하고 있는가.

불편함을 이유로 표현을 제한하는 순간, 사회는 가장 먼저 약자의 목소리를 잃는다.

 

 

불편함은 문제인가, 신호인가

 

“그 말, 불편하다.”

 

자주 등장하는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다. 누군가의 발언에 불쾌함을 느끼고, 그 감정은 곧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인간은 감정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불편함은 종종 어떤 문제를 인식하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불편함이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 특정 발언을 배제해야 한다는 요구로 확장될 때 상황은 달라진다. 표현은 점점 더 좁은 영역으로 밀려나고, 사회는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말’만을 남기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사회는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문제적 표현’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물론 모든 표현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혐오와 차별, 명백한 공격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온라인 공간에서는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발언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단순히 공격적인 표현을 넘어서, 누군가가 불편함을 느낀다는 이유만으로도 발언 자체가 문제로 규정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 강연 취소, 기업 광고 논란, SNS에서의 집단적 비판 등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어떤 발언은 맥락과 의도와 무관하게 ‘문제적’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그 결과 발언자는 설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배제되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정말 ‘위험한 표현’을 걸러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불편한 표현’까지 함께 지워버리고 있는 것일까.

 

 

불편함 속에서 사회는 성장해왔다

 

역사를 돌아보면, 사회를 변화시킨 목소리는 언제나 불편했다. 기존 질서를 흔드는 말은 늘 누군가에게 거슬렸고, 그 불편함 속에서 논쟁이 시작되었다.

 

민주주의의 확장, 노동권의 확보, 젠더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이야기였다. 만약 그때마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표현을 제한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변화는 시작조차 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불편함은 갈등의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표현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오해된 균형

 

표현의 자유는 책임과 함께 간다. 말은 힘을 가지며, 그 힘은 때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은 더 정교해져야 하고, 더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책임을 ‘침묵’으로 오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논쟁을 피하기 위해 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되고, 무난함이 안전한 선택이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표현의 자유는 형식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점점 위축된다. 사람들은 스스로 검열하기 시작하고, 사회는 점점 더 조심스러운 언어만을 반복하게 된다.

우리는 이를 ‘균형’이라고 부르지만, 어쩌면 이미 균형은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도 모른다.

 

 

불편함을 지우는 사회, 질문을 잃는 사회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덜 불편한 말’이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는 태도다.

불편함을 느꼈을 때,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그 표현을 지워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표현과 마주하며 질문하는 것이다. 왜 이 말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가, 그 안에 어떤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가.

이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사회는 대화가 아니라 검열에 가까워진다.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완전히 편안한 상태에서 유지될 수 없다. 그 자유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불편함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는 정말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그것을 포기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김범일

 

         • 법정교육연구소 대표 

         • 경기도 비상임 인권보호관

 

작성 2026.04.14 16:43 수정 2026.04.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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