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국가 안보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다
기술이 지정학적 경쟁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오늘날, 양자 컴퓨팅 기술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 안보와 핵심 인프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양자 컴퓨팅 및 센싱 기업 Infleqtion은 2025년 325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26년에는 4000만 달러의 매출을 전망하며 국방 및 에너지 인프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3%의 성장률로, 양자 기술 시장의 급속한 확장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이 기업의 성공 사례가 단순히 하나의 산업 혁신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와 안보 환경에서 양자 기술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Infleqtion의 최근 동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회사는 양자 기반 정밀 타이밍 솔루션으로 국방 및 통신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26년 4월 1일, 이들은 사프란 일렉트로닉스 & 디펜스(Safran Electronics & Defense)와 협업하여 이 새로운 솔루션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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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Infleqtion의 Tiqker 광학 원자 시계를 사프란의 핵심 시스템인 화이트 래빗(White Rabbit) 및 시큐어싱크(SecureSync)와 통합해 정확도와 보안을 강화했다. 이러한 기술은 국방, 통신 및 주요 인프라 부문의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세계적으로 양자 기술이 안보와 연결되고 있는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
특히 Tiqker 광학 원자 시계는 기존의 전통적인 원자 시계보다 소형화되고 정밀도가 높아, 이동형 군사 장비나 통신 인프라에 적용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nfleqtion의 기술 포트폴리오는 광학 원자 시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양자 컴퓨터, RF 수신기, 관성 센서 등 다양한 양자 기술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은 우주, 국방, 에너지, 금융, 통신 등 미션 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복잡한 암호 해독과 시뮬레이션에, RF 수신기는 전파 간섭이 심한 환경에서의 정밀 신호 탐지에, 관성 센서는 GPS 신호가 차단된 상황에서의 정확한 위치 측정에 각각 사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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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다양한 제품군은 Infleqtion이 단일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양자 기술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3월, Infleqtion은 영국의 국립 양자 컴퓨팅 센터에 100큐비트 양자 컴퓨팅 시스템을 제공했다. 이는 유럽 지역에서의 양자 컴퓨팅 연구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Infleqtion의 기술력이 국방을 넘어 학술 연구 및 상업적 응용 분야에서도 인정받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100큐비트 규모의 시스템은 현재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중대형급에 해당하며, 실용적인 양자 알고리즘 연구와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 실증에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이다. 영국 정부가 양자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가운데, Infleqtion은 이러한 국가적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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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도 Infleqtion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첨단연구계획국(ARPA-E)의 두 가지 주요 프로그램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ARPA-E QC3 프로그램으로부터 390만 달러를, ARPA-E ENCODE 프로그램으로부터 620만 달러를 각각 수주하여 총 1010만 달러의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QC3(Quantum Computing for Co-design) 프로그램은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설계를 목표로 하며, ENCODE(ENergy-efficient electronic systems based on Carbon-Optimized Device Ecosystems) 프로그램은 에너지 효율적인 양자 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참여는 Infleqtion이 미국 정부의 전략적 기술 개발 로드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Infleqtion의 기술적 도전과 글로벌 시장 전략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NASA와의 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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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leqtion은 NASA의 양자 중력 구배 측정기 패스파인더(Quantum Gravity Gradiometer Pathfinder) 미션에 협력사로 참여하며 2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 자금을 확보했다. 이 미션은 양자 센서를 활용하여 지구의 중력장을 극도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력장의 미세한 변화를 탐지하면 지하 자원 탐사, 지진 예측, 기후 변화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우주 환경에서 작동하는 양자 센서 개발은 극한의 기술적 도전 과제이며,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Infleqtion의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NASA와의 협력은 또한 우주 산업에서의 양자 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Infleqtion의 도전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이 회사는 지난 12개월간 3530만 달러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아직 이익 창출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딥테크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전형적인 어려움으로, 높은 연구개발 비용과 긴 제품 개발 주기가 주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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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기술은 기초 연구에서 상용 제품으로 전환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분야이며, 초기 단계의 손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nfleqtion은 36%의 매출 총이익률을 기록하며 제품 자체의 수익성은 확보하고 있다. 이는 회사의 기술이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수익성 개선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재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Infleqtion은 일정 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의 유동 자산은 단기 부채를 초과하고 있어,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금 부족이 딥테크 기업의 대표적인 난제로 지적되지만, NASA와의 20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계약, ARPA-E 프로그램으로부터의 1010만 달러 수주, 그리고 영국 국립 양자 컴퓨팅 센터 납품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프란과 같은 글로벌 방산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기술 검증과 함께 추가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양자 기술 분야 전반을 살펴보면, 현재 글로벌 시장은 급속한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 국가와 지역은 양자 기술을 미래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양자 암호통신, 양자 레이더, 양자 센서 등의 분야에서는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Infleqtion과 같이 실제 제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양자 기술은 더 이상 실험실 수준의 연구가 아니라, 실제 국방 및 인프라에 배치되는 실용 기술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도 양자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nfleqtion은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도 정부 및 상업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현재 6G 네트워크와 자율주행차, 우주 항공 기술 등 미래 ICT 전략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야들은 모두 정밀 타이밍과 양자 센싱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6G 네트워크는 초저지연 통신을 위해 나노초 수준의 시간 동기화가 필요하며, 자율주행차는 GPS 신호가 차단된 도심 환경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양자 관성 센서가 유용할 수 있다. 따라서 양자 기술 분야에서의 역량 확보는 한국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과제라 할 수 있다.
한국이 직면한 국제적 경쟁과 기술 혁신의 필요성
물론 이 과정에서 반론의 여지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자 기술이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이며, 대규모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양자 컴퓨터의 경우, 현재의 큐비트 수준과 오류율로는 실용적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으며, 수천 개 이상의 안정적인 큐비트가 필요한 범용 양자 컴퓨터의 실현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양자 센서와 양자 통신 분야는 이미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으며, 국방 및 핵심 인프라 분야에서는 기존 기술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성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형의 혁신으로 볼 수 있다. 또한, Infleqtion처럼 단기적 손실에 직면한 딥테크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산업 전반의 성장 역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양자 기술 스타트업들은 높은 기술적 위험과 함께 시장 불확실성도 감수해야 하며, 이는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Infleqtion의 사례는 정부 계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초기 단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특히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의 경우, 정부가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민간 부문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양자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기술 패권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양자 컴퓨터가 현재의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잠재력 때문에, 각국은 양자 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개발과 함께 양자 키 분배(QKD)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양자 센서는 잠수함 탐지, 스텔스 항공기 추적 등 군사적 용도로 활용될 수 있어 국방 분야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Infleqtion이 사프란과 같은 유럽의 주요 방산 기업과 협력하고, 미국 정부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영국의 국가 양자 인프라에 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은 이러한 지정학적 경쟁 구도 속에서 서방 진영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양자 기술은 단순히 차세대 기술 혁신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는 지정학적 경쟁이 강화되는 시대에 민간과 공공 부문을 아우르는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Infleqtion의 사례는 국가 간 기술 경쟁과 안보 협력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26년 4000만 달러의 매출 전망, 글로벌 방산 기업과의 파트너십, 그리고 NASA를 비롯한 주요 정부 기관과의 대형 계약들은 양자 기술이 이미 실험실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동시에 353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이 보여주듯, 이 분야는 여전히 높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동반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인내가 필요하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양자 기술 개발과 상용화라는 도전 과제를 전략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과연 우리나라의 역할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볼 만한 시점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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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