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칼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선박 운항 차질이 미치는 영향

세계의 목줄을 틀어쥔 39킬로미터, 그 좁은 물길 위의 거대한 침묵

한국 선박 26척·선원 173명, 지금 호르무즈 해협 안에 갇혀 있다

세계 석유 20%가 39km에 갇혔다 — 호르무즈 봉쇄, 당신의 지갑까지 흔드는 이유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폭이 고작 39킬로미터. 지구 위에서 손가락으로 짚으면 손톱만 한 너비다. 그러나 이 좁디좁은 물길 하나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퍼센트, 그리고 막대한 양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어 나른다. 호르무즈 해협. 인류의 산업 문명이 하루하루 숨을 쉬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이 병목 지점이, 2026년 봄 현재 사실상 봉쇄 상태에 놓여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VHF 무선 경고가 해협 위를 가르던 날은 2026년 2월 28일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하에 이란에 대한 합동 공습을 개시했고, 이란은 이에 대응하여 걸프 지역의 미국 기지와 이스라엘 도시에 미사일을 쏟아부었다. 그 충격파가 해협으로 번졌다. 공습 발생 몇 시간 만에 혁명수비대는 해협 내 선박들에 "어떤 배도 통과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란이 공식적인 봉쇄령을 선포하지 않았기에 법적으로는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철벽이 쳐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들이 있다. 유조선 통행량은 약 70퍼센트 급감했으며, 150척 이상의 선박이 위험을 피해 해협 바깥에 닻을 내린 채 대기에 들어갔다. 중동의 위기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Maersk 9척, Hapag-Lloyd·Cosco·Evergreen이 각 4척, MSC 2척 등 세계 주요 선사들의 선박이 걸프 안에 갇혔다. 글로벌 해상 석유 및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병목 지점이 사실상 기능 정지 위기에 처하면서, 원유 가격은 주말 합성 시장에서 8퍼센트 급등했고 금 가격도 3퍼센트 가까이 상승했다.

 

이란이 선택한 전술은 정면 봉쇄가 아니라 '선별적 통제'라는 점에서 훨씬 더 정교하고 영악하다. 이란은 하루 15척 미만의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히며, 선박 이동은 이란 당국의 승인과 군의 감독을 전제로 한다고 선언했다. 완전히 닫지는 않되, 철저히 제 손으로 여닫는 열쇠를 쥐겠다는 선언이다. 일부 신분이 불분명한 선박들은 통항에 앞서 AIS 시스템으로 '중국 선주 소속이며 중국 선원'임을 이란 당국에 밝히고 통과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해협이 아니다. 이란의 허가증 없이는 통과할 수 없는 일종의 국경 검문소다.

 

불타는 유조선, 그리고 보험이 사라진 바다

 

해협의 위기는 군사적 긴장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금융 시스템을 강타했다. 보험사들이 걸프만과 호르무즈 해협 운항 선박에 대한 보험을 취소할 예정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가 나오며, 물류 차질의 장기화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공습 전 며칠 사이에 이미 전쟁 위험 해상보험료는 선박 보험 가액의 0.125%에서 0.2~0.4%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통과 시마다 25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보험 없는 바다. 선사들은 아무리 높은 운임을 제시받아도 선박을 띄울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대형 선사들은 중동 전쟁 발발 직후부터 예약 접수를 중단했으며, 이미 운송 중이던 화물은 걸프 주변의 안전 항구에서 긴급 하역되다 보니 이들 항구에 혼란과 혼잡이 가중되었다. 이 위기는 유조선들을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도록 강제하여 운송 기간을 몇 주나 늘리고 비용을 상승시켰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2주 남짓이면 될 항로가, 희망봉을 돌면 한 달 가까이 걸린다. 배가 바다 위에 있는 시간만큼 기름값은 오르고, 공장은 멈추고, 가정의 난방비는 높아진다.

 

2026년 3월 9일 기준, WTI 선물 유가는 배럴당 111.24달러에 달했다. 전쟁 개시 후 불과 9일 만에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리고 우회로가 있다 하더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매우 명확하다. 송유관의 수송 능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하루 원유 물동량 약 2,000만 배럴의 7분의 1에 불과하고, 우회 루트를 선택해도 수송 비용은 50~80퍼센트 상승할 전망이다. 

 

나토는 왜 침묵하는가 - 미국의 '블러프'가 소진된 자리

 

이 해협의 위기를 배태한 더 깊은 지층에는 국제 질서의 균열이 있다. 이에 아신대 중동연구원 김종일 교수가 짚어낸 핵심은 명쾌했다. 미국이 오랫동안 구사해온 '블러프(bluff)', 즉, 협박을 통한 행동 유도 전략이 이란에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호를 보냈고, 이란은 그 신호를 무시했다. 다음 단계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증명하는(capability signaling)' 단계이지만, 그것이 곧 전쟁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나토가 이 충돌에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이유 역시 구조적이다. 나토 헌장 제5조의 집단 안보 조항은 회원국이 외부의 공격을 받을 때 발동된다. 그런데 이 전쟁에서 먼저 공습을 개시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었다. 피해자가 아닌 공격 개시자의 위치에 서 있는 미국이 나토 동맹국들에 집단 방어 의무를 요구할 명분이 없다. 동맹의 언어는 있지만 동맹의 문법이 작동하지 않는 역설이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이 최근 선거에서 패배한 사실 역시 이 복잡한 지형 위에 새로운 변수를 얹는다. 오르반은 그동안 EU 차원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이전하는 방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의 정치적 퇴장은 유럽의 대러시아 전략, 나아가 중동 위기와 얽힌 서방의 대이란 압박 전선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동의 화염과 유럽의 정치 지각변동은 멀리 떨어진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같은 지정학적 판 위에서 연동되는 파동이다.

 

26척의 배, 173명의 얼굴

 

지금, 이 순간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는 대한민국 국적의 선박 26척이 묶여 있다. 원유 운반선 9척, 석유제품 운반선 8척, 벌크선 5척, LNG·LPG 운반선 2척, 컨테이너선 1척, 자동차 운반선 1척이 모든 항해 준비를 마친 채 계류 중이며, 선원은 총 169명에 달한다. Seoul 숫자는 냉정하지만, 그 뒤에는 가족의 전화를 기다리는 173명의 얼굴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란 측과 구체적인 통항 절차를 협의하는 한편, 특사를 카자흐스탄·오만·사우디아라비아에 급파하여 원유와 나프타 대체 공급원 확보에 나섰다. 대한민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퍼센트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곧바로 국내 실물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다. 이미 서울 도심의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며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더 불길한 전망도 나온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에 배럴당 1달러, 대형 유조선에는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만약 이 선례가 굳어진다면, 공해상의 통행료 징수가 다른 해역으로 번지는 새로운 국제 규범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배 한 척이 지나가는 값을 국가가 부과한다는 것, 그것은 이미 해양 자유의 원칙이 균열되었음을 뜻한다.

 

깊은 밤, 해협 앞에서 묻는 것

 

나는 중동의 지도를 펼쳐놓고 들여다본다. 호르무즈 해협. 그 작은 선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밥상을 결정하는지, 얼마나 많은 공장의 불을 켜고 끄는지를 생각하면, 지정학이라는 것이 결코 강대국 지도자들만의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실감한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이 깨졌을 때, 어딘가 항구에서는 이미 유조선 선장이 출항 명령을 기다리며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에픽 퓨리 작전이 개시된 날 밤, 오만 해안에서 한 척의 배가 불길에 휩싸였다. 그 배 위에도 누군가의 아버지가, 누군가의 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잊은 채 우리는 유가 그래프와 배럴당 숫자만을 이야기한다.

 

지금 이 해협의 위기가 가르쳐주는 것은, 세계화된 문명이 얼마나 취약한 동맥 위에 서 있는가 하는 점이다. 39킬로미터의 물길이 막히면 한국의 주유소 앞에 줄이 늘어서고, 공장이 멈추고, 가스비 고지서가 두꺼워진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실로 그 해협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 173명의 선원을 위해 기도한다. 그들이 빨리 가족 곁으로 돌아오기를. 그리고 이 세계가, 39킬로미터의 바다 앞에서 하루빨리 지혜를 찾기를 바란다.

작성 2026.04.14 08:28 수정 2026.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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