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인문학] 유머의 힘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청년의 어머니는 아들을 두고 재가할 수 없다며 갖은 고생을 하며 홀로 아들을 키웠습니다. 아들은 가난 속에서도 훌륭하게 자라 대기업에 입사하였습니다. 한 숙녀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부부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청년은 자신을 버리지 않고 키운 어머니와 떨어져 산다는 건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고 그 마음은 새로운 가정을 꾸렸어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홀어머니가 인생을 갈아 넣어 키운 외동아들이 결혼한 뒤 일어나리라 예상되는 일들이 그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고부간의 갈등. 게다가 두 사람 사이에 아이도 생기지 않아 엉킨 갈등을 풀 실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 집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밥을 따로 해 먹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들은 회사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야근으로 늦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을 알았지만 어느 편도 들 수 없기에 모른 척하며 지내던 어느 일요일, 늦잠 자는 그를 어머니가 깨워 식탁에 앉혔습니다. 아침상이 차려진 식탁엔 마침 아내도 있었습니다. 양 쪽에 앉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끼며 밥을 먹던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습니다. 어디선가 오토바이를 탈 때 쓰는 헬멧을 찾아 머리에 뒤집어쓰곤 다시 묵묵히 밥을 먹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가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밥 먹으면서 그건 왜 쓰냐?” 아들은 어머니와 아내를 잠시 쳐다본 뒤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전시 상황이잖아요.” 그의 말 한마디에 노려보던 두 사람은 푸하하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며 무장 해제되었고 무사히 아침 식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그 후부터 어머니와 아내가 예전처럼 날을 세워 대립하지 않고 조금씩 타협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부에게 선물처럼 아이도 찾아왔습니다.


바늘 하나 안 들어갈 듯 팽팽한 공기도 유머 한 마디에 틈이 생기고 그 틈을 비집고 나온 웃음 한 조각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경험, 한 번쯤 해 보셨을 겁니다. 유머는 동물 세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죠. 하지만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보다는 유머를 모르는 동물과 지내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특히 리더에게 유머는 팀워크와 팀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좋은 역량이지요. 리더의 평가에 유머 항목이 필수로 들어가는 세상을 그려봅니다. 각설하고 유머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을 관찰하면 머리 회전이 빠르고 기억력이 좋고 낙천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불안하고 화와 짜증이 날 만한 상황에서 웃음을 건져 올리려면 ‘그럴 수 있지, 큰 문제는 아닐 거야, 해결하면 되지.’처럼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유 있는 태도가 전제되지요. 이런 여유는 창조성으로 연결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럼, 유머 감각은 타고나야 하는 걸까요?


전직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유명 강사인 도니 템블린은 유머 감각을 키우기 위해 ‘무의식 중에라도 부정적인 말을 했다면 그때마다 반드시 긍정적인 말로 바꿔서 다시 말하라.’고 합니다.어떤 의견이든 ‘그래, 하지만’이라고 안 되는 이유를 찾으려 하지 말고 ‘그래, 그러면’하고 맞장구쳐주는 연습을 권하기도 합니다. 유머와 농담은 긍정적인 태도와 언어 습관으로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재능이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유머를 구사할 때 주의점도 있습니다. 비꼬거나 하대하는 걸 유머 감각으로 착각해서는 안 되지요. 유머의 목적은 무엇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밝은 쪽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는 걸 잊지 마시고 짜증이 올라오면 긍정적인 말로 돌려 말하는 시도를 많이 해 보시길 바랍니다.  



K People Focus 차경숙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수석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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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4.13 22:53 수정 2026.04.1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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