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산업에서 오랫동안 ‘조연’ 역할에 머물렀던 증권사들이 이제는 금융 시장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6년 제정된 자본시장통합법(현 자본시장법) 이후 증권산업 발전을 도모해왔지만, 은행들이 지닌 압도적인 자본력과 수익성을 추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지수가 6000선을 돌파하며,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집중 현상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증권업계는 은행권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막대한 증시 자금 유입, 증권사의 새로운 이익 원천되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 순유입된 자금은 지난 4월 8일까지 약 70조3100억원으로 집계돼, 2021년 ‘동학개미운동’ 당시 연간 순유입액 75조원의 93% 수준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요구 불예금 증가액은 3조원에 불과해, 증시로의 자금 이동 양상이 확연히 나타난다.

증권사에 쏠린 풍부한 유동성은 전통적인 은행 서비스 영역이었던 기업 대출 및 신용공여 부문 성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증권사 순이익 규모가 은행권 일부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2조 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농협은행의 순익을 웃돌았다. 5대 시중은행 대비 국내 10대 증권사의 순이익 비중도 2024년 42%에서 지난해 57%로 확대돼, 증권사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증권업의 본격적 부상과 금융시장 패러다임 변화 전망
증권업계는 과거 위탁매매 수수료에만 의존하던 ‘천수답식’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금융(IB), 자산관리(WM)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주도하는 ‘직접금융’의 중심축으로 변모했다. 특히 기업 대출과 회사채 매입 시장 진출을 강화하며, 10대 증권사의 순이자손익이 1년 사이 5조6861억원에서 6조8135억원으로 19.8% 증가했다.
KB증권 추현식 대전 지점장은 “증권사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생산적인 금융의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기존 정태적인 이자 수익에 의존하던 은행 중심 금융 구조가 자본시장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재편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증권업은 주가 변동과 궤를 같이하며 성장했는데, 1980년대 3저 호황과 2000년대 초 ‘닷컴버블’ 시기에 각각 대우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현 증권업 성장기는 중개 수수료 중심 구조를 뛰어넘어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분야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된 점이 특징이다. 2006년 이후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 의도로 자산운용과 IB 사업에 진출한 증권사가 국내 금융산업의 핵심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특히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이익 구조를 살펴보면,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상장 주관 등 수수료 수익이 1조4197억원, 신용공여·기업 대출에 따른 이자 수익은 1조1460억원으로 각각 28.7%, 43.7% 증가해 은행 영역까지 확대된 종합적 수익 기반이 형성됐다. 이러한 성장으로, 한국투자증권은 부산농협은행 순익을 추월했고, 올해는 우리은행마저 추격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10대 증권사 전체를 보면 작년 순이자손익은 6조8135억원(전년 대비 19.8%↑), 순수수료손익은 9조2885억원(26.7%↑) 등 수수료와 이자 수익이 고르게 성장하며, 총 순이익은 8조9730억원으로 42.5% 급증했다. 이에 반해 5대 시중은행의 순이익 증가율은 4.6%에 머무르며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증권사의 발전 배경에는 증시 유입 자금의 급증과 함께,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저비용 자금 조달 확대가 자리한다. 풍부해진 자금은 투자자 신용공여 및 기업 대출 자금, 더 나아가 위험 부담이 큰 회사채 인수 및 모험자본 투자 등 은행 권역에서 상대적으로 제약되던 영역까지 활용된다. 이는 곧 증시 활황이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경영 효율성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증권사가 은행권을 크게 앞선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ROE는 17.9%로 농협은행(6.8%)의 2배 이상이며, 키움증권(16.6%), 삼성증권(12.5%), 미래에셋증권(11.7%) 등도 두 자릿수 ROE를 기록했다.
올해도 증권업계 실적 호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코스피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은 상황이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4월 8일 기준 국내 증시로 순유입된 자금은 70조3100억원으로, 2021년 연간 순유입액 75조원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을 활용해 자금 공급 창구를 확대 중이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한 증권정보업체 발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44.9% 상승한 2조3284억원에 달하고, 키움증권(1조3990억원, 48.5%), NH투자증권(1조2786억원, 40.7%) 등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증권업의 비약적 성장은 국내 금융산업 구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며, 앞으로 금융 자본시장의 중심 주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