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장법,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 강화
유럽연합(EU)이 글로벌 디지털 산업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통해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바이트댄스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그들의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제한함으로써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6년 4월 현재, EU는 DMA 집행을 더욱 강화하며 빅테크 기업들과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DMA는 2022년 11월 1일 공식 발효되었으며, 2023년 5월 2일부터 대부분의 조항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3년 9월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바이트댄스 등 6개 기업의 22개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했다.
이들 기업은 2024년 3월 6일까지 DMA의 모든 조항을 준수해야 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규제 강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규제의 실질적 효과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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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애플과 메타는 DMA 위반 혐의로 EU로부터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두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서 경쟁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불공정하게 활용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벌금 부과 이후 두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대폭 조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게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되었다.
EU의 단호한 법 집행 의지가 실제 제재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6년 들어 EU는 DMA의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DMA 제14조의 활용이다. 이 조항은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이 핵심 플랫폼 서비스나 기타 디지털 부문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합병이나 집중(concentration)을 계획할 경우, 또는 데이터 수집을 가능하게 하는 거래를 추진할 경우 이를 EU 집행위원회에 사전 통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EU가 합병 통제 영역에서 기존에 포착하기 어려웠던 소규모 거래까지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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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조치는 빅테크 기업들이 잠재적 경쟁자를 초기 단계에서 인수하여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킬러 인수(killer acquisition)' 전략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페이스북(현 메타)의 인스타그램 및 왓츠앱 인수, 구글의 수많은 스타트업 인수 사례들이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EU는 제14조를 통해 이러한 거래들을 사전에 검토하고 필요시 조건을 부과하거나 거래 자체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것이다. 한편 2026년 2월 5일,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의 광고 서비스인 '애플 광고'와 지도 서비스인 '애플 지도'를 DMA의 '게이트키퍼' 서비스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해당 서비스들이 아직 EU 시장에서 게이트키퍼로 분류될 만큼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EU는 이들 서비스의 시장 지위 변화를 계속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향후 게이트키퍼로 재지정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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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회 부회장 테레사 리베라는 DMA 집행이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과 시장 균형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미국 기술 기업들의 비판과 워싱턴의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법 적용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EU가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체적인 디지털 주권을 확립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반영한다.
DMA 집행, 글로벌 IT 산업의 새 방향성 제시
실제로 미국과 EU 간의 긴장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EU의 DMA가 미국 기업들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보복 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EU의 규제가 미국 기업에 대한 경제적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미국도 유럽 기업들에 대해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규제 이슈를 넘어 대서양 양안의 경제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EU는 DMA가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EU 시장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중립적 규칙이라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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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관계자들은 미국 기업들이 많이 지정된 것은 단순히 그들이 EU 디지털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만약 유럽이나 아시아 기업이 동일한 기준을 충족한다면 마찬가지로 게이트키퍼로 지정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포함된 것도 이러한 중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DMA의 핵심 목표는 디지털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축적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사용자가 유입되고,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어 경쟁자가 진입하기 어려워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DMA는 이러한 구조적 장벽을 낮춤으로써 혁신적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DMA는 게이트키퍼 기업들에게 여러 의무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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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서비스를 경쟁 서비스보다 우대하는 행위 금지, 사용자가 사전 설치된 앱을 삭제할 수 있도록 허용, 제3자 앱스토어 허용, 서로 다른 플랫폼 간 메시징 서비스 상호운용성 보장, 광고주와 퍼블리셔에게 광고 성과 측정에 필요한 정보 제공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규정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핵심을 건드리는 것으로, 이들의 수익 구조와 경쟁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애플의 경우 iOS 생태계의 폐쇄성이 DMA의 주요 표적이 되었다. EU는 애플에게 제3자 앱스토어를 허용하고 개발자들이 앱스토어 외부에서 앱을 배포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애플은 오랫동안 보안과 사용자 경험을 이유로 엄격한 생태계 통제를 유지해왔지만, DMA 준수를 위해 2024년 이후 EU 지역에서 이러한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그러나 애플은 새로운 수수료 구조를 도입하여 실질적으로 개발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것이 2025년 벌금 부과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메타의 경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간의 데이터 결합과 광고 타겟팅 관행이 문제가 되었다.
DMA는 게이트키퍼가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서로 다른 서비스에서 수집한 개인 데이터를 결합하는 것을 금지한다. 메타는 이에 대응하여 EU 사용자에게 광고 없는 유료 구독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이것이 진정한 선택권 제공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유료 아니면 동의' 모델이 사용자에게 진정한 자유 선택을 보장하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한국 IT 산업에 미칠 영향과 시사점
구글의 경우 검색, 광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 여러 분야에서 DMA의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구글이 자사 서비스를 검색 결과에서 우대하는 관행, 안드로이드 기기에 구글 앱을 기본 설치하도록 요구하는 정책 등이 쟁점이 되었다.
구글은 사용자에게 기본 검색 엔진과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EU는 이러한 변화가 충분한지 계속 평가하고 있다. DMA의 영향은 EU 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브뤼셀 효과(Brussels Effect)로 알려진 현상처럼, EU의 엄격한 규제는 종종 글로벌 표준이 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정보보호 분야에서 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이 전 세계 데이터 보호 법규의 모델이 된 것처럼, DMA 역시 다른 국가와 지역의 빅테크 규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영국, 일본, 한국, 호주 등 여러 국가가 유사한 디지털 플랫폼 규제를 검토하거나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DMA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무료 또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왔는데, 규제로 인해 이러한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EU 기업들이 글로벌 디지털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를 규제하는 것이 과연 EU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DMA를 통해 디지털 시장의 공정성과 개방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2026년 한 해 동안 EU 집행위원회는 DMA의 광범위한 조항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주요 기술 기업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 정부의 보복 위협과 정치적 압력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규제와 외교, 경제가 얽힌 복잡한 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디지털 시장의 미래는 이러한 규제와 기술 혁신, 시장 경쟁의 역학 관계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EU의 DMA는 단순히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경제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혜택이 소수의 거대 기업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중소기업, 혁신가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 DMA의 궁극적 목표다.
2026년은 이러한 비전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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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vertexaisearch.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