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년후견제도!! 보호라는 이름의 양날의 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성년후견제도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해진 이들을 대신해 재산을 관리하고 신상 결정을 내리는 후견인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과거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폐지하고 도입된 성년후견제도는 본래 피후견인의 잔존 능력을 존중하고 복리를 증진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법정 안팎에서는 이 제도가 오히려 효도 소송의 도구가 되거나, 노인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법적 고려장'으로 이용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호라는 선의로 시작된 이 제도가 왜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보호,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성과
성년후견제도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는 분명하다. 발달장애인이나 홀로 사는 치매 노인의 경우, 후견인은 제3의 보호자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사기 범죄나 불필요한 계약으로부터 피후견인의 재산을 방어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은행 업무, 병원 수술 동의, 복지 서비스 신청 등 의사결정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후견인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피후견인의 권익을 대변한다.
최근에는 친족뿐만 아니라 변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후견인의 비중이 늘어나며 관리의 투명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혈연 중심의 돌봄 체계가 붕괴되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와 법원이 보장하는 공적 돌봄 시스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가족 분쟁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과 부작용
하지만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짙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성년후견 신청은 상속 분쟁의 전초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부모의 판단력을 문제 삼아 후견인을 신청함으로써 형제간의 재산 점유권을 다투거나, 특정 자녀의 접근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피후견인인 부모의 인격은 무시된 채 오로지 '관리 대상'으로만 치부된다. 또한, 일단 후견인이 지정되면 피후견인의 행위 능력이 포괄적으로 제한되어 일상적인 소비나 거주지 이전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법적 감옥'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기결정권 존중과 제도적 감시의 부재
현행 제도의 가장 큰 쟁점은 '조력 의사결정'이 아닌 '대행 의사결정'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조력을 강조하지만, 국내 현장에서는 후견인의 편의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법원의 사후 감독 체계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후견인이 매년 제출하는 리포트만으로는 피후견인의 삶의 질이나 인권 침해 여부를 면밀히 파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후견인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감독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피후견인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존엄한 노후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성년후견제도가 진정한 의미의 보호 장치가 되기 위해서는 '대신 결정하는 것'에서 '결정을 돕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피후견인의 인지 능력이 일부 남아 있다면, 그 범위 내에서 본인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세밀한 후견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후견 제도를 대폭 확대하여 보편적 복지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법 제도의 정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후견인을 '재산 관리인'이 아닌 '삶의 조력자'로 인식하는 사회적 태도의 변화다. 한 인간의 존엄성은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