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 미 유럽군 사령관 벤 호지스는 CNN TÜRK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과 군사적 판단을 강력히 비판했다. 호지스 전 사령관은 미국이 이란과의 분쟁에서 전략적 패배를 당했다고 평가하며, 명확한 목표 설정의 부재와 동맹국인 NATO와의 관계 악화를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그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을 역사상 최악의 인물로 묘사하며, 전문성 부족과 정치적 충성심만을 강조하는 현재의 군 지휘 체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 시설 타격과 같은 전쟁 범죄 가능성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군 내부의 법치와 도덕적 기준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인터뷰는 현 미국 행정부의 외교적 고립주의와 군사 지도부의 자질 논란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종합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전략의 부재가 불러온 승리의 역설: 벤 호지스 장군이 본 미국의 안보 위기
전쟁의 연기가 자욱한 전장에서 총성이 멎었다고 해서 그것을 온전한 승리라 부를 수 있을까. 미국과 이란 사이의 40일 전쟁이 휴전으로 일단락되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언장담했던 압도적 무력행사는 표면적인 굴복을 끌어냈을지언정, 국가의 장기적 안보라는 측면에서는 심각한 균열을 노출했다. 전 유럽 미 육군 사령관 벤 호지스 장군의 진단은 명확하다. 군사적 하드웨어는 완벽했으나, 이를 운용하는 정치적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목표, 안보의 근간을 해치다
전쟁은 정치가 다른 수단을 빌려 계속되는 행위라는 클라우제비츠의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미 행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이 원칙과는 거리가 멀었다. 초기에는 시위대 보호와 핵 억제를 내세우더니, 어느 순간 정권 교체와 테러 지원 중단으로 목표를 무분별하게 확장했다. 특히 세계 경제의 혈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다 뒤늦게 대응에 나선 점은 치명적이었다.
호지스 장군은 이를 '움직이는 골대'를 쫓는 형국이라 비판했다. 군 지휘관들에게 명확한 종심과 승리의 정의를 내려주지 못한 채 수시로 변하는 정치적 입맛에 따라 작전을 수정하는 행태는 결국 미국의 전략적 자산을 헛되이 소모하는 결과를 낳았다. 전술적 전투에서는 이겼을지 모르나, 국가 전략의 차원에서는 명백한 패배라는 그의 일갈은 뼈아프다.
'예스맨'으로 채워진 백악관, 그리고 전문성의 몰락
리더십의 붕괴는 곧 시스템의 마비를 의미한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기반한 전쟁 압박이 통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백악관 내에 '직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향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 대신, 오직 충성심만을 앞세운 이들이 자리를 채웠다. 특히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 대한 호지스 장군의 평가는 참혹하다. 그를 "역대 최악"이라 규정하며, 전략가로서의 고찰 대신 미디어 선동가처럼 행동한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유능한 장성들을 해임하고, 군의 전문성을 모독하는 행위는 미군의 근간인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를 파괴하는 자해 행위다. 군인은 개인에게 충성하는 사병이 아니라 헌법을 수호하는 공적 조직이다. 이 경계가 무너질 때 군의 사기와 작전 수행 능력은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동맹의 가치와 도덕적 우위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힘은 단순히 핵미사일 개수에서 나오지 않는다. 국제법을 준수하는 도덕적 우위와 거미줄처럼 연결된 동맹 네트워크가 진정한 힘의 원천이다. 그러나 "민간 인프라 타격은 상관없다"라는 통수권자의 태도와 "교전 수칙은 바보 같은 것"이라는 국방 수장의 발언은 미국이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전진 배치 논리를 무시한 고립주의 역시 위험천만하다. 지중해의 관문인 스페인 기지나 튀르키예의 ‘인지를릭’ 공군기지 같은 전략적 요충지는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우방을 적으로 돌리고 동맹을 거래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은 결국 미국 본토의 안보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강력한 힘을 가졌으나 나침반을 잃어버린 거인을 목격하고 있다. 헌법에 대한 충성보다 개인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요구하는 시대, 벤 호지스 장군의 경고는 비단 미국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전략적 방향성을 상실한 권력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우리는 이 40일간의 기록을 통해 뼈저린 교훈을 얻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