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유사 ➏ 봉은사 Ⅰ (불교사회문화연구원 편, 동국대학교출판부)

오래된 절들이 남긴

거룩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 가람유사

그 여섯 번째 이야기, 1200년 물길을 흘러온 봉은사(奉恩寺)’

 

 

 

 

천년 고찰들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가람(伽藍)은 사찰을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 음역(音譯)이다. ()을 뜻하는 순우리말 가람과 겹쳐서 묘한 풍미를 자아낸다. 한국의 절들은 유유하고 장구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고즈넉하고 묵직하다. 유사(遺事)는 남겨진 이야기라는 의미다. 삼국유사를 떠올리면 이해가 한결 쉬워진다.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불교사회문화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한국불교 스토리콘텐츠 크리에이트 허브 사업’(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의 결과물 가람유사(伽藍遺事)시리즈 역시 천년고찰들이 남긴 거룩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오늘날의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사찰이 남긴 이야기, 특히 오래된 절들의 오랜 이야기를 오늘의 언어로 재미있게 담고 있는 가람유사시리즈는 2023해인사(2023년 세종도서 선정)를 시작으로 화엄사, 은해사, 동화사, 부석사편이 출간됐으며, 최근 그 여섯 번째 이야기 가람유사-봉은사편이 출간됐다.

 

 

유구한 전통과 강력한 현대가 만나고 있는 성소(聖所) 강남 봉은사

 

봉은사(奉恩寺)는 강남의 사찰이자 대기업 사옥이 즐비한 삼성동 빌딩 숲이 바로 눈앞에 들어온다. 코앞에는 아시아 최대의 종합전시장 COEX(코엑스)를 마주하고 있다. 강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서울을 찾은 외국인이라면 봉은사도 반드시 들른다. 서기 794년에 창건됐으며 왕실의 보호 아래 불교를 굳건히 지키던 절이다. 가장 유구한 전통과 가장 강력한 현대가 만나는 성소(聖所)라고 말할 수 있다.

봉은사는 국찰(國刹)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명칭 자체가 국가적이다. 누구의 은혜를 받드는가? 짐작하다시피 임금이다. 그래서 파괴적인 억불의 시절을 견딜 수 있었다. 불교를 혐오한 사대부들은 어떻게든 죽이려고 눈에 불을 켰지만, 태조 이성계를 비롯한 왕들은 부처님을 아꼈다. 고려 왕족들을 절멸하고 왕위 때문에 형제를 죽이고 조카를 죽인 업보 때문이다.

봉은사는 이렇듯 왕실의 원찰로서 악조건 속에서도 불교문화를 숨죽이며 전승해왔다. 명종의 모친이자 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인공인 문정왕후와 허응 보우대사의 연결고리로서도 중요하다. 임진왜란의 영웅 서산 휴정대사를 비롯해 벽암 각성, 백곡 처능, 남호 영기 등의 선지식 들도 봉은사에서 불교중흥을 꿈꾸며 정진했다. 암울했던 조선시대를 버텨온 봉은사의 상처 난 얼굴은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말아야 할 현대인의 자화상과 같다.

가람유사-봉은사편을 읽다 보면 1200년의 물길을 흘러온 봉은사의 성취와 사연을 조목조목 알 수 있다. 그 물길은 순순히 흐르기도 했지만 힘겹게 거슬러 올라야 하는 시기도 엄존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봉은사는 그저 강남의 명소가 아니라 우리의 숨결임을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가람유사 전체가 지향하는 누구나 쉽게 접하는 불교’,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불교의 힘이 본문에 가득하다.

 

 

한국 사찰의 발자취를 수집하고 조명하는 가람유사

 

가람유사시리즈는 한국 사찰의 발자취를 수집하고 조명하는 큰 줄기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고귀한 미담을 들려줌으로써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심어준다. 무엇보다 불교를 믿고 전적으로 기댈 수 있게 된다.

선대(先代)의 삶에서 파생된 여러 유형·무형의 흔적 이 바로 문화(文化)인 만큼 그 시간이 길수록 문화에 배인 역사성과 전통성은 무궁하게 펼쳐진다. 1700년의 세월을 이어온 한국불교를 우리의 대표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이유이다.

단순히 유물이 아니며 불교의 정신과 습속은 한국인의 DNA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에도 불교는 새겨져 있다. 어느 것이 불교의 것이고 어느 것이 본래 우리의 것인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한국문화를 알려면 불교문화를 알아야 한다.

작성 2026.04.10 18:19 수정 2026.04.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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