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가 부른 나비효과: 동남아, 미국 등지고 중국 손 잡나

이란 전쟁과 동남아, 미국 영향력의 균열

중국으로 기운 동남아시아, 그 배경은?

한국과 동남아의 지정학적 연결고리

이란 전쟁과 동남아, 미국 영향력의 균열

 

최근 국제 정세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외교 정책은 오랫동안 글로벌 리더십을 주장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 나타난 예측 불가능성과 정책 실패는 미국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이란 사태는 중동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를 일으켰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하며 국제 관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점차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외교적 중심축을 옮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외교적 전환으로 볼 수 있을지 아니면 구조적 변혁의 시작으로 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란 사태와 동남아, 미국 영향력의 균열

 

우선, 이번 변화는 미국의 외교 정책 역사를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의 조슈아 컬란칙 선임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년이 넘는 예측 불가능한 외교 정책으로 인해 이미 긴장되어 있던 아시아 내 미국의 관계에 이란 사태가 더 큰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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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은 이전보다 더욱 동맹국과의 관계를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이끌어갔습니다. 이는 미국과 동남아시아 간에 자리 잡고 있던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가 2026년 1월부터 2월까지 실시하여 발표한 연례 연구 보고서인 '동남아시아 현황(State of Southeast Asia)'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주요 여론 주도층은 미국보다 중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중국을 역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대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전략적 경쟁자 중 한쪽에 강제로 편을 들게 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다수가 중국을 선택했습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가장 큰 지정학적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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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025년 가장 큰 우려였던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공격적 행동'을 넘어선 것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여론이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이란 사태는 이러한 지역 정서를 더욱 고조시켰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총리는 이란 공격을 강하게 비난했으며,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다른 동남아시아 지도자들도 비슷한 정서를 공유했습니다.

 

특히 이란 사태로 인해 아시아 지역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에 대한 워싱턴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조슈아 컬란칙 연구원은 ISEAS 조사가 이란 사태 이전에 실시되었지만, 사태가 이 지역에 미친 영향은 미국의 역내 입지를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강압적인 외교'와 '당근 없는 채찍' 정책으로 동남아 국가들의 신뢰를 잃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은 어쩔 수 없이 중국을 선택하게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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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외교 정책은 민주주의 촉진과 인권 등을 강조하면서도 실질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나 지원은 부족했고, 오히려 압박과 요구만 늘어났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미국과의 관계가 일방적이고 부담스럽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으로 관계를 이동시키는 데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은 역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대국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ISEAS 보고서에서 동남아시아 여론 주도층들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평가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 각국과의 무역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중국의 외교 접근 방식입니다. 중국은 비즈니스 우선을 강조하며 내정에는 불간섭 원칙을 철저히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정치 체제나 인권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아온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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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오래전부터 '민주주의 촉진'과 인권 개선을 외교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왔지만, 이는 일부 국가들에게 부담스럽고 내정간섭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반면 중국은 정치적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경제적 동반자로서의 가능성을 현실화시켰습니다.

 

ISEAS 보고서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자체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동맹국에 대한 일관성 없는 태도, 그리고 최근의 이란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국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대해 워싱턴이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실망을 가중시켰습니다.

 

 

중국으로 기운 동남아시아, 그 배경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선택과 딜레마 그러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중국 선호가 전적으로 자발적인 선택만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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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R의 조슈아 컬란칙 연구원은 미국의 강압적인 외교와 당근 없는 채찍 정책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어쩔 수 없이' 중국을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선호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필요와 미국에 대한 실망 때문에 중국을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ISEAS 보고서에서 응답자들이 '강제로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중국을 선택했다는 점은 이러한 딜레마를 잘 보여줍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본질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를 원합니다.

 

양쪽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안보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들의 이상적인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균형 외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결국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총리를 비롯한 여러 동남아시아 지도자들이 이란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지역 안정을 해치고 경제적 피해를 가져올 것을 우려하며,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면서 동남아시아 전반에 걸쳐 미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었습니다. 지정학적 변화와 한국의 과제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면서 동시에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은 대외 관계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동남아시아의 변화가 한국 외교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조업, 건설, IT,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동남아시아 간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남아시아가 중국 쪽으로 기울면서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이 되는 상황은 한국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ISEAS 보고서가 보여주는 동남아시아의 정서 변화는 한국에게 중요한 경고 신호입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이 전통적으로 의존해온 미국 중심의 안보 체제에도 변화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동시에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는 한국이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여 접근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 정책의 구조적 문제

 

 

한국과 동남아의 지정학적 연결고리

 

CFR의 조슈아 컬란칙 연구원이 지적한 '강압적인 외교'와 '당근 없는 채찍' 정책은 미국 외교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미국은 자신의 가치와 원칙을 강조하면서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게 높은 수준의 요구를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나 실질적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가치나 정치 체제에 대한 요구 없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실용적 접근을 취하고 있어, 많은 국가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정책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일관성 없는 메시지를 보냈고, 때로는 전통적 우방국들을 비판하거나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이미 긴장되어 있던 미국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고,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란 사태는 이러한 상황에서 결정타를 가했습니다. 비록 ISEAS 조사가 이란 사태 이전에 실시되었지만, 사태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시아 지역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중동 정책이 자신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된다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워싱턴의 미흡한 대응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분노와 실망을 더욱 키웠습니다. 다극화된 세계 질서와 새로운 현실

 

궁극적으로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변화는 다극화된 세계 질서의 중요한 단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지속되어 왔지만, 이제 그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 미국의 상대적 쇠퇴, 그리고 지역 강국들의 자율성 증가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ISEAS 보고서가 보여주는 동남아시아의 선택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2025년까지만 해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가장 큰 우려는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공격적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가장 큰 우려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지역 정서가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시사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들은 이러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합니다.

 

과거처럼 미국의 리더십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무조건 경계하거나 거부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대신 다양한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자율성이 필요합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강제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실용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한국 역시 가치와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안보적 이익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섬세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남아시아의 경험은 한국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지역 내 위상과 영향력이 결정될 것입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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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cfr.org

작성 2026.04.10 13:40 수정 2026.04.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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