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동화 - 11편 왜 나를 찾느냐?

철학 동화 - 11편 왜 나를 찾느냐?

 

 

여름방학 첫날이었다.

 

준혁이는 아침부터 친구들과 축구를 하기로 했다.

장소는 준혁이가 알려주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뭔가 이상했다.

늘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준 낡은 손목시계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것이었고,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차던 시계라고 했다.

작년 생일에 아버지가 준 뒤로, 준혁이는 거의 매일 그 시계를 찼다.

 

준혁이는 벌떡 일어나 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책상 위를 뒤집고, 가방 속을 뒤지고, 침대 밑까지 들여다봤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거실로 나갔다.

 

“엄마, 시계 못 봤어요?”

 

“무슨 시계?”

 

“아빠가 주신 거요. 낡은 손목시계.”

 

엄마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못 봤는데.”

 

준혁이는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야 했지만, 그보다 시계가 먼저였다.

아버지에게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일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한 시간이 흘렀다.

친구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갔을지도 몰랐다.

준혁이는 방 한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문 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준혁아. 뭘 그렇게 찾니?”

 

고개를 들자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빠가 주신 시계요. 없어졌어요.”

 

할아버지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준혁이 옆에 쪼그려 앉아 함께 찾기 시작했다.

서랍을 열어 보고, 책상 뒤를 들여다보고, 침대 머리맡을 살폈다.

 

잠시 뒤였다.

 

“여기 있구나.”

 

할아버지가 침대 머리맡 틈새에서 시계를 꺼냈다.

 

준혁이는 얼른 받아 쥐었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

 

“찾았다.”

 

그 말 속에는 안도와 미안함이 함께 들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침대 끝에 조용히 앉았다.

 

“그 시계가 그렇게 중요하니?”

 

“네. 아빠 거니까요.”

 

할아버지는 시계를 한참 바라보다가 물었다.

 

“내가 질문 하나 해도 되겠니?”

 

“네.”

 

“왜 그것을 찾느냐?”

 

준혁이는 금방 대답했다.

 

“아빠 거니까요.”

 

할아버지는 다시 물었다.

 

“그게 다일까?”

 

준혁이는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

아빠 거니까.

분명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시계를 잃어버렸다는 걸 알았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빠한테 뭐라고 하지’

 

하는 것이었다.

 

시계가 없어진 것보다, 아버지가 실망할까 봐 더 무서웠다.

 

준혁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한테 잃어버렸다고 말하기 싫어서요.”

 

할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 예수님의 부모가 예수님을 잃어버린 적이 있단다.”

 

“예수님을요?”

 

“그래. 예수님이 열두 살이었을 때였어. 예루살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지. 그런데 어느 순간 예수님이 보이지 않았어. 부모는 깜짝 놀라 며칠 동안 찾아다녔단다. 그러다 결국 성전에서 예수님을 찾았지.”

 

준혁이는 숨을 죽이고 들었다.

 

“그때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

‘왜 나를 찾으셨습니까?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었습니다.’”

 

준혁이는 시계를 쥔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길을 잃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예수님은 이미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부모님이 잘못 찾은 건가요?”

 

할아버지가 부드럽게 웃었다.

 

“잘못 찾은 건 아니지. 다만 서로 다른 것을 찾고 있었던 거야.

부모는 자기 아들을 찾고 있었고, 예수님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계셨던 거란다.”

 

준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시계는 찾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시계보다

왜 그렇게까지 찾았는지가 더 마음에 걸렸다.

 

저녁이 되었다.

 

아버지가 퇴근해 집에 돌아왔다.

준혁이는 거실에 앉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그 시계를 꼭 쥐고 있었다.

 

“아빠.”

 

“왜?”

 

준혁이는 잠깐 망설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그냥 말하기로 했다.

 

“오늘 시계 잃어버렸어요.

찾기는 했는데, 한동안 없어졌었어요.”

 

아버지는 준혁이를 바라보았다.

잠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준혁이의 마음은 그 짧은 순간에도 괜히 쿵쿵 뛰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찾았으면 됐지.”

 

그게 다였다.

 

혼나지도 않았다.

실망한 눈빛도 아니었다.

준혁이는 오히려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자기는 하루 종일 그 일을 그렇게 두려워했는데, 아버지는 생각보다 훨씬 조용했다.

 

그날 밤, 준혁이는 시계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름밤 하늘에 별 몇 개가 또렷하게 떠 있었다.

 

왜 그것을 찾느냐.

 

낮에 들은 질문이 다시 마음속에 떠올랐다.

 

오늘 하루 자신이 찾은 것들을 하나씩 생각해보았다.

시계.

아버지의 마음.

잃어버렸다고 말할 용기.

혼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뒤에 숨어 있던 자기 마음.

 

돌이켜 보니, 하루 종일 찾은 것은 시계 하나만이 아니었다.

 

예수님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고 계셨다.

준혁이는 아직 그것을 다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무엇을 찾느냐보다,

왜 그것을 찾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는 것.

 

그날 준혁이는 시계보다 조금 더 큰 것을 찾았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작 같은 것을.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4.08 09:53 수정 2026.04.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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