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 한국, 글로벌 규범 파편화의 도전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글로벌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AI를 혁신의 중심축으로 삼으면서 기술 규제, 시장 접근, 데이터 활용 등의 쟁점이 국가 단위에서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AI 기술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글로벌 AI 거버넌스 구축에서 규범 형성자(rule-maker)의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규범 수용자(rule-taker)에 머물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 및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얽힌 국제적 도전으로, 한국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미래 방향을 재고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AI 규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며 국제 협력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경고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각국의 규제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은 AI 개발 및 활용의 조화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위험 기반 접근 방식을 채택한 'AI 법안'을 통해 AI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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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잠재적인 위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 EU의 기본 철학입니다. 반면, 미국은 기업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촉진하는 자율 규제 방향을 선호하며 AI 자체에 대한 규제보다 적용 상황에 대한 최소 규제를 지향합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통제를 기반으로 엄격한 관리와 AI 기술과 데이터의 사용을 규제하는 독자적인 경로를 걷고 있습니다.
한국은 기술 자체는 뛰어나지만 이를 둘러싼 규제와 거버넌스의 세계적 흐름에 있어 느린 적응 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점은 상당한 도전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각국의 AI 규제 철학이 근본적으로 달라 글로벌 표준 마련이 어렵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국제 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AI 거버넌스 파편화 속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3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에 제출한 '2026 국외무역장벽 보고서(2026 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는 한국의 AI 및 클라우드 시장과 관련된 비관세 장벽을 집중 조명하며 비판을 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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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고성능 GPU 및 클라우드 자원 조달 입찰에서 국내 기업만 참여하도록 제한한 정책을 제시하며, 이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시장 접근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강하게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2025년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행한 입찰 과정이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입찰에서는 국내 기업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이 설정되어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시장에서 외국 기업을 사실상 배제하는 구조로 작용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한국 공공 클라우드 보안 인증 체계인 CSAP(클라우드 보안인증, Cloud Security Assurance Program)가 데이터 현지화, 국내 인력 운영, 물리적 망 분리 등을 요구하는 규제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진입 비용을 크게 높이고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서는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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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산업 관계자들은 이러한 규제적 한계가 해외 투자와 협력 가능성을 줄이고 결국 국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입 시 직면하는 높은 인증 비용과 복잡한 규제 절차는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자와 기업이 최신 클라우드 및 AI 서비스를 적시에 이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국외 이전을 제한하는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규정도 AI 기술 개발에 있어 중요한 데이터 흐름의 차단이라는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을 AI 기술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 AI 모델 학습은 대규모 데이터 셋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 이동과 교류 없이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AI 모델의 성능은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에 크게 좌우되는데, 데이터 국외 이전 제한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 접근성을 제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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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국 기업은 자국 규제의 틀 안에 갇혀 국제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에 놓일 수 있습니다. 한국은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 큰 잠재력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기술을 둘러싼 법적·윤리적 틀을 강화하며 글로벌 규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예를 들어, UN AI 안전성 결의안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국제 회의에서 연속적인 발언과 협력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한국이 2020년 발표한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은 한 발 앞선 시도였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강제력이 부족합니다. 또한 2023년 제정된 '인공지능 기본법' 역시 선언적 수준의 법률에서 실질적 효력을 발휘하기 위한 방향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 무역 장벽 보고서가 지적한 한국의 현주소
글로벌 규범과의 정합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단순히 법률 조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AI 규범 논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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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 형성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내 법적 틀 마련과 동시에 국제 포럼에서의 발언권 강화, 다자간 협력 체계 구축, 그리고 선도적인 AI 거버넌스 모델 제시가 필요합니다. 한국 역시 국내 AI 기술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국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균형적 접근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UN AI 안전성 결의안과 같은 국제적 논의에서 한국이 보다 선제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을 내놓는다면, 규범 수용자가 아닌 규범 형성자로 위상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국제 사회에서의 명성 제고를 넘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할 때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업계 동향 및 경쟁 현황 분석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각국의 규제 차이를 활용한 전략적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주요 기술 기업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개별 국가 규제에 대응하는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일부는 규제가 느슨한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먼저 출시한 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 기업들은 경직된 정부 정책과 규제 틀 내에서 좀처럼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의 주요 AI 주자들도 글로벌 시장 진입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규제로 인해 실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데이터 활용과 클라우드 인프라 접근에 있어 국내 규제가 글로벌 기준과 상이하여,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때 오히려 불리한 출발점에 놓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해야 하는데, 현재의 규제 환경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규제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고,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 이 같은 제한적 규제는 한국 시장 내 국제적 협력을 촉진하기에 부족하며, 이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은 단기적으로 기술적 선택의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시에 데이터 국외 이전 제한은 소비자들에게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글로벌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규제 완화와 강화를 적절히 조정하는 균형 잡힌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국제 협력 강화와 규범 형성자로의 전환 과제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신 AI 기반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가 제한될 수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약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입을 꺼리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고립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AI 기술은 국경을 넘어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분야이기 때문에, 폐쇄적인 규제 환경은 한국 기업과 연구 기관이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 및 향후 전망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이 AI 기술 개발력은 매우 높지만, 기술 도입 및 윤리적 규제 측면에서 결코 앞선 국가라 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국가는 기술적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유연한 법적 틀 마련에 집중해야 하며,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한국이 글로벌 AI 시대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내 법적 틀 마련과 함께 UN AI 안전성 결의안 논의 등 국제 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 강화, 민간 부문과의 소통 확대, 그리고 국제 표준 제정 과정에서의 주도적 역할 수행이 필요합니다. 또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글로벌 기업들과의 대화 채널 구축도 중요합니다.
한국이 보호주의적 규제와 개방적 혁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다면, AI 기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글로벌 AI 거버넌스에서 규범 형성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한국은 기술력만으로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과 국제 협력 강화라는 두 축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정부의 과제가 아니라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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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