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DMA, 빅테크 지배력에 제동을 걸다
애플의 생태계는 그동안 전 세계 사용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폐쇄적 정책으로 인해 사용자와 경쟁사가 모두 불편을 겪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이 이러한 고착된 관행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유럽을 넘어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큽니다. DMA는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집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2026년 4월 초를 맞이한 시점에서, 이 법은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을 '게이트키퍼'로 분류하며, 이들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는 다양한 규정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되기 위한 기준은 명확합니다.
EU 내에서 연간 매출 75억 유로 이상, 시가총액 750억 유로 이상, 월간 활성 사용자 4,500만 명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그 대상입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애플이 그동안 자사 기기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구축했던 '닫힌 생태계'를 개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광고
2026년 3월 31일 보도된 바에 따르면, 최신 iOS 베타 코드 분석 결과 애플은 에어팟(AirPods)과 애플 워치(Apple Watch) 등의 기능을 타사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테스트 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특정 기기를 사용하는 데 느끼는 제약을 크게 줄여줄 전망입니다.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애플 기기만 사용할 수 있었던 근접 페어링과 자동 오디오 전환 기능이 이제는 다양한 제조사의 기기에서도 제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 소니, 화웨이 같은 타사 웨어러블 제품들도 아이폰과의 매끄러운 연동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은 새로운 '액세서리셋업킷(AccessorySetupKit)'과 '오디오액세서리킷(AudioAccessoryKit)' 프레임워크를 통해 구현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더 다양하고 유연한 기술 환경에서 기기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
광고
DMA가 금지하는 행위들은 구체적이고 강력합니다. 자사 서비스를 부당하게 우대하는 행위, 타사 서비스와의 연동을 제한하는 행위, 앱스토어에서 불공정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위 등이 명시적으로 금지됩니다. 이는 그동안 애플이 자사 생태계 내에서 유지해왔던 배타적 정책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규정입니다.
위반 시에는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막대한 제재금이 부과될 수 있어, 기업들은 이 규제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애플 '락인 효과' 해제, 소비자에겐 무슨 의미?
이러한 규제의 도입은 단순히 소비자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소규모의 액세서리 제조사들에게도 커다란 기회가 열릴 전망입니다.
그동안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은 경쟁사들이 애플 생태계에서 제품을 효과적으로 연동하는 데 큰 벽을 쌓아왔습니다. MFi(Made for iPhone/iPad/iPod) 인증 프로그램은 기술적 진입장벽과 함께 상당한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했고, 이는 중소 제조사들에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광고
하지만 이제 타사 제조사들은 애플 생태계 안에서도 보다 평등한 조건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의 입장은 어떨까요? 애플은 이번 개방 조치로 인해 그동안 자사 시스템에 사용자들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상당 부분 상실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 번 애플 생태계에 들어온 사용자는 에어팟, 애플 워치, 아이패드, 맥북 등 다른 애플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애플의 강력한 수익 모델이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서비스와 제품의 품질로 정면 승부를 해야 하는 환경 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미 애플은 2026년 본격 시행될 DMA에 앞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신 iOS 베타 업데이트에서 관련 프레임워크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광고
유럽 위원회(EC)는 해당 기능이 올해 안에 유럽 시장에 우선 적용될 것이며, 현재는 EU 지역 내 기기 제조업체와 사용자에게만 한정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는 각국 규제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임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미국, 아시아 등 다른 시장에서도 유사한 규제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애플이 글로벌 차원에서 생태계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물론 이 변화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는 단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 강력한 보안 생태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라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애플은 오랫동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긴밀한 통합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 보호와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왔습니다. 타사 기기의 무분별한 접근이 이러한 보안 체계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특히 블루투스 연결과 같은 무선 통신 프로토콜의 개방은 잠재적인 해킹이나 데이터 유출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기술적 지적도 있습니다.
광고
하지만 EU 규제 당국은 거대 기업의 플랫폼 독점을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 권익과 기술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합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디지털 시장에서의 공정성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라며 DMA의 취지를 거듭 강조해왔습니다.
또한, 보안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공정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이라는 지적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액세서리셋업킷과 오디오액세서리킷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면서 보안 인증 절차와 암호화 프로토콜을 함께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개방과 보안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IT 규제와 한국 산업의 시사점
이번 사례는 단지 애플과 유럽연합 간의 대립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 IT 산업과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이미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의 서비스 정책이 국내 플랫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앱마켓 수수료 논란, 인앱결제 강제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이는 DMA가 다루는 문제들과 본질적으로 유사합니다. DMA에서 나타난 빅테크 규제 트렌드는 향후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공정 경쟁과 사용자 선택권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촉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감시하고 있으며, 앱마켓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EU의 DMA 사례는 한국 규제 당국에게 구체적인 정책 모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한국의 중소규모 IT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나 오디오 액세서리 업체들이 글로벌 플랫폼과의 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수출 경쟁력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EU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 IT 산업의 미래 지형을 바꿀 '시금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애플이 이번 변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기존의 폐쇄적 모델에서 어떤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하드웨어 판매 중심에서 서비스 구독 모델로 더욱 빠르게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애플 뮤직, 아이클라우드, 애플 TV+ 등 서비스 부문의 매출 비중을 확대하여 생태계 락인 효과 약화를 상쇄하려는 전략입니다.
이 변화는 우리에게도 '폐쇄와 개방'이라는 기술 생태계의 중심 화두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 과정에서 소비자, 기업, 그리고 시장은 어떤 균형점을 찾아가게 될까요? 소비자는 더 많은 선택권과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혜택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생태계 파편화로 인한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 저하를 우려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얻는 대신 더 치열한 품질 경쟁에 직면하게 됩니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혁신이 촉진되고 다양성이 증가하겠지만, 표준화와 호환성 문제라는 새로운 과제도 함께 등장할 것입니다.
앞으로 몇 년간 이 실험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그리고 그것이 전 세계 디지털 시장에 어떤 선례를 남길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김도현 기자
광고
[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vertexaisearch.cloud.google.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