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의 엇갈린 시선: 전쟁인가, 평화인가
중동은 언제나 국제 정치의 화약고로 불려 왔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 지역의 정세는 미국의 중동 정책 변화에 따라 요동쳐 왔으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재임 기간(2017-2021) 동안 미국과 이란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었습니다.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반평화적인 전략이라는 비판과 단호한 안정화 조치라는 평가로 상반된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과연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평화를 위한 초석이었을까요, 아니면 위험한 불씨가 되었을까요? 이 중요한 질문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 그리고 2025년 초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면서 다시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이에 대해 극명하게 엇갈린 시선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독자로서 우리가 이 사안에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강화와 군사적 압박은 국제 사회의 주요 화두가 되었습니다.
광고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체결한 이란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이후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을 통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2020년 1월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바그다드 공항에서 드론 공습으로 사살하면서 양국 관계는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습니다. 영국의 진보 성향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트럼프의 이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그의 접근이 세계의 도덕적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가디언의 한 칼럼은 "트럼프 팀이 이란에 대한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면서 복음주의 민족주의자들이 우리가 한때 가졌던 모든 도덕적 세계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언어에서 노골적인 악랄함을 사용하고 있다"며 그의 언행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차단하고 군사적 충돌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광고
한편,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는 트럼프의 전쟁 정당화 논리를 비판하며, 그의 전략이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논설은 "트럼프가 이란과의 전쟁을 위한 주장을 펼치려고 시도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접근이 중동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가디언은 또한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이 중동 전쟁의 위기로 내몰렸다"고 보도하며 인도주의적 참상을 강조했습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분쟁으로 인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동이 약 1,50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 미국-이란 대리전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언론들은 전쟁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중동의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 핵 합의로의 복귀와 외교적 해법을 통한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광고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미국의 JCPOA 탈퇴 이후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 급증했으며, 2024년 기준 이란의 농축 우라늄 보유량이 핵 합의 허용치의 18배를 초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강경책이 오히려 이란의 핵 개발을 가속화시켰다는 비판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보수 성향의 캐나다 매체 내셔널 포스트(National Post)는 트럼프의 중동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역사학자인 콘래드 블랙(Conrad Black)은 "트럼프 덕분에 중동이 평화의 문턱에 있다(Middle East is on the brink of peace thanks to Trump)"고 주장하며, 특히 이란 핵 합의 파기를 통해 이란의 군사적 확장을 억제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블랙은 "트럼프의 단호한 정책이 역내 적대 세력들을 제압하고 온건한 순환(benign cycle)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으로 인해 이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이것이 이란의 역내 대리 세력(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 등)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합니다.
광고
실제로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이란의 원유 수출은 일일 25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 이하로 급감했으며, 이란의 GDP는 2018-2020년 사이 약 10% 이상 축소되었습니다.
트럼프 정책의 배경과 국제 사회의 반응
또한, 트럼프가 주도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을 예로 들며,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의 외교 관계 정상화가 그의 정책의 성과라고 평가합니다. 2020년 8월과 9월,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했고, 이후 수단과 모로코도 합류했습니다. 이는 1979년 이집트, 1994년 요르단에 이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 외교가 가져온 역사적 성과로 규정합니다. 이처럼 언론사들의 평가가 정반대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광고
그 근본에는 중동에서의 미국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 차이가 자리합니다. 진보 매체들은 미국의 군사 개입과 경제 제재가 중동의 불안정을 더 심화시켰다고 보며, 궁극적으로 평화 대신 전쟁을 부추겼다고 비판합니다. 이들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이 가져온 인적·물적 피해를 예로 들며, 외교와 다자주의를 통한 접근을 강조합니다.
반면, 보수 매체는 강경 제재와 군사력을 통해 독재 정권과 테러 조직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들은 이란을 중동 불안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란의 핵 개발 야욕과 역내 패권 추구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이란이 시리아, 레바논, 예멘, 이라크 등에서 대리 세력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각국의 국익과 가치 체계에 따라 국제 정세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러한 논의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중동은 한국의 주요 에너지원이자, 해외 건설 시장에서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한국석유공사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67%를 중동 지역에서 충당하고 있으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29%), UAE(20%), 쿠웨이트(10%), 이라크(8%)가 주요 공급국입니다.
천연가스(LNG)의 경우에도 카타르가 전체 수입량의 약 32%를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입니다. 만일 중동에서의 갈등이 심화되어 호르무즈 해협(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1%가 통과)이 봉쇄되거나 주요 산유국의 생산이 차질을 빚는다면, 에너지 가격 급등뿐 아니라 물가 상승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약 0.3~0.5% 포인트 상승하고, GDP 성장률은 0.2~0.3%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한국이 겪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하면, 중동 위기는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중동의 불안정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건설사들의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중동 지역 수주액은 약 180억 달러로 전체 해외 수주의 45%를 차지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NEOM) 프로젝트, UAE의 바라카 원전, 카타르의 인프라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이는 단지 경제적 타격에 그치지 않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국내 노동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2024년 기준 약 3만 5천 명의 한국인이 중동 지역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편으로 한국은 중동과의 협력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 협정을 계기로 중동에서 국제적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와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UAE와 이스라엘 간 교역액은 2020년 수교 이전 사실상 0에서 2024년 약 35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양국 간 기술 협력, 관광, 금융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IT 기술, 인프라 개발 역량, 스마트시티 건설 경험은 이러한 협력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계획과 UAE의 경제 다각화 전략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이미 중동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으며, K-방산 수출도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협력을 통해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미칠 파장과 우리의 대응 방향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한국은 단순한 수동적 관찰자의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능동적으로 외교와 경제 협력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중동 각국과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공급원 다변화와 전략비축유 확대, 재생에너지 협력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의 중동 정책에 대한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는 무겁게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국제 사회는 단지 강경한 군사력과 제재만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을 수없이 반복해왔습니다.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미국의 군사 개입이 가져온 장기적 결과는 힘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중동 정세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외교적 중재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평화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24년 기준 중동 지역에서 약 1억 2천만 달러 규모의 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라크 등에서 교육, 보건, 인프라 분야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도주의적 접근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중동 국가들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평화적 접근 방식을 강조하는 국제 포럼에서의 발언권 강화도 중요합니다. 한국은 2024-20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면서 중동 평화 프로세스에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에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룬 경험은 분쟁 지역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단순히 흑백으로 평가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의 정책은 중동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심각한 긴장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아브라함 협정은 분명 역사적 성과이지만, 이란 핵 문제는 오히려 악화되었고, 팔레스타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 정세를 주시하며,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있습니다. 무조건 한쪽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반대하기보다는, 정책의 세부 내용과 그것이 가져온 현실적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외교적 해법과 군사적 억지력, 경제 협력과 인도주의적 지원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평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트럼프의 중동 전략이 진정한 평화의 길로 가는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더 큰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시나요?
이는 단순한 과거 논의가 아니라, 앞으로도 국제 정치 내에서 중요한 화두로 남을 것입니다. 특히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중동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것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과제입니다.
박지영 기자
광고
[참고자료]
theguardian.com
nationalpost.com
ashingtonpos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