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규칙 무시' 시대, 무질서 속 새로운 국제 질서의 도래

다극화와 '무질서' 시대의 도래

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한국의 대응 전략

새로운 국제 질서에서의 기회와 도전

다극화와 '무질서' 시대의 도래

 

지난 몇 년간 국제 관계는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며 기존의 규칙 기반 질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글로벌화와 기술 혁신, 그리고 강대국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교차하면서 나타난 이른바 '무질서(Un-order)' 시대는 우리가 과거와 다른 시선을 요구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에서의 미국 작전, 그리고 중국의 이웃 국가에 대한 압박은 이러한 무질서 시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예입니다. 이제 우리는 누가, 어떻게 이러한 행위자들을 막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습니다. 마크 레너드(Mark Leonard)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 소장의 신간 『혼돈에서 살아남기: 규칙이 실패할 때의 지정학(Surviving Chaos: Geopolitics When The Rules Fail)』은 이러한 흐름을 분석하며, 강대국 간의 경쟁 심화와 규칙 기반 질서를 무시하는 행태를 지적합니다.

 

2026년 4월 출간된 이 책에서 레너드는 우리가 다극 세계에 살고 있으며, 과거의 가정들이 빠르게 구식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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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세기 동안 국제 관계는 세 차례나 '규칙 기반 질서'를 수립하려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강대국들은 반복적으로 규칙을 성가시거나 무관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후 세계화와 인터넷 발전에 기반한 '규칙 기반 질서'에 대한 낙관론은 지나친 오만함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당시 많은 이들은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국가 간 협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레너드는 강대국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기보다는 자국의 전략적,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규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글로벌 협력 모델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이 2025년 발표한 국가 안보 전략은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했습니다.

 

미국은 서반구를 외교와 안보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유럽 방위에 대한 기존 접근 방식을 재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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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유럽이 러시아에 맞서 전통적인 안보 보장국 없이 스스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으며, 유럽 내부의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주권과 회복탄력성을 점차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전략적 독립의 의미와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분열은 다극화 시대 유럽의 정체성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다극 세계는 단순히 강대국들 간의 상호 견제를 기대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닙니다. 이는 새로운 갈등의 가능성과 기존 규칙의 붕괴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자국의 '영향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유럽 주변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이러한 행동은 주변국들에게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가하는 동시에, 국제 질서의 근간이 되는 주권 원칙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입니다. 한편 중국의 부상은 아시아 지역에서 균형 동맹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웃 국가들을 대상으로 경제적, 군사적 압박을 가하며 자국 중심의 질서를 구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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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한국의 대응 전략

 

하지만 이런 대립 구도를 단순한 정치적 갈등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나 전염병 같은 초국가적 위협에 대한 대응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면서 국제 사회는 이러한 공동의 도전에 통합된 목소리를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환경적, 경제적 복원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강대국 간 경쟁은 오히려 이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아프리카가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중추적인 무대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레너드는 아프리카가 노선, 자원, 인구 통계학적 측면에서 강대국 간 경쟁이 심화되는 핵심 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급속한 인구 증가, 그리고 전략적 지리적 위치로 인해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주요 강대국들의 영향력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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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종속 위험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질서 시대의 특징은 강대국들이 규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거나 완전히 무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국제법과 다자 협약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할 때만 존중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손쉽게 폐기되거나 우회됩니다. 이러한 행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국제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며, 중소국가들에게는 예측 불가능한 안보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냉전 시대에는 최소한 양극 체제라는 명확한 구조가 존재했지만, 현재의 다극 세계는 그러한 명확성마저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이 무질서 속에서 중소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레너드의 분석에 따르면, 전통적인 동맹 체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강대국들의 우선순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중소국가들은 보다 유연하고 다변화된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이는 단일 강대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지역적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경제적·기술적 자립도를 높이는 것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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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질서 시대는 새로운 형태의 연대 가능성도 제시합니다. 유사한 처지에 있는 중소국가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지역 차원의 협력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강대국의 일방적인 압박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아세안(ASEAN)과 같은 지역 협력체의 경험은 이러한 접근이 일정 부분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집단적 목소리는 개별 국가의 목소리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국제 질서에서의 기회와 도전

 

경제적 측면에서도 무질서 시대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일부 국가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보유한 국가들은 강대국 간 경쟁 속에서도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가 안보와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경제적 의존이 정치적 취약성으로 직결될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레너드가 강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국내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입니다.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는 내적 역량, 즉 경제적 다변화, 사회적 결속, 민주적 제도의 건강성 등이 무질서 시대를 헤쳐나가는 핵심 요소입니다.

 

강대국들의 압박이나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군사력이나 경제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복원력과 적응력을 의미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국제 질서의 전환기는 항상 불확실성과 위험을 동반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시기는 새로운 규범과 질서가 형성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무질서 상황이 궁극적으로 어떤 형태의 새로운 질서로 귀결될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국가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혼돈에서 살아남기』가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냉전 종식 후의 낙관적 가정에 기대어 살 수 없으며, 강대국들이 자발적으로 공공의 선을 추구할 것이라는 기대도 버려야 합니다.

 

대신 무질서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 속에서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는 외교적 유연성, 경제적 다변화, 지역 협력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내적 회복탄력성 구축을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각국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질서 시대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그 출발점임은 분명합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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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monocle.com

moderndiplomacy.eu

작성 2026.04.01 17:58 수정 2026.04.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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