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까지 함께 증가하는 ‘이중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층의 경우 주거 자산 상승이 오히려 재정 압박으로 이어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증가로 직결될 뿐 아니라,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주택을 보유한 은퇴자들의 월 고정 지출이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모의 산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가 월 200만 원 수준의 연금소득만 있는 경우 올해 건강보험료는 월 34만24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10% 상승한 수준이다.
이 같은 변화는 공시가격이 1년 사이 30% 이상 오르면서 재산세 과세표준 역시 함께 상승한 데 따른 결과다. 동일 사례에서 보유세도 약 50%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강보험료 인상률 자체는 보유세보다 낮지만, 부담 체감도는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보유세는 연간 납부하는 반면, 건강보험료는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부족한 은퇴자에게는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험료가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공시가격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재산을 주요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되기 때문에 공시가격 상승이 곧바로 보험료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에 피부양자 자격 유지 기준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피부양자는 별도 보험료 납부 없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일정한 재산과 소득 기준을 초과하면 자격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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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기준에 따르면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 원을 초과하거나, 일정 구간에서 소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보험료를 내지 않던 고령층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며 새로운 비용 부담을 떠안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20억 원 수준의 주택을 보유한 무소득자는 기존에는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기준을 초과할 경우 매월 약 25만 원 수준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연간 부담액으로 환산하면 약 300만 원에 달한다.
은마아파트 사례 역시 과세표준이 기준을 넘어서면서 피부양자 유지가 어려워지고, 별도 소득이 없어도 매달 20만 원 후반대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구조다.
앞으로 부담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적용되는 특례 비율이 폐지되고 기본 수준으로 환원될 경우 건강보험료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
비율이 60% 수준으로 조정되면 보험료는 30만 원대 후반까지 오를 수 있으며, 과거 수준으로 회귀할 경우 연간 부담이 500만 원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현실화율 조정 역시 변수다. 현실화율이 높아지면 시장 가격 변동이 없더라도 공시가격 자체가 상승해 세금과 보험료가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가 된다.
공시가격은 단순한 세금 기준을 넘어 기초연금 수급 여부, 각종 부담금 산정 등 다양한 행정 기준과 연결돼 있어 고령층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고가 주택을 보유한 은퇴층의 재정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재산 중심으로 보험료가 책정되는 구조에서는 공시가격 상승이 곧 생활비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정책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확정된 공시가격을 반영해 오는 11월부터 변경된 보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세금과 보험료 부담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고령층의 자산 매각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 조치 종료 이후에는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택 가격 상승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공시가격과 연동된 각종 부담 구조 속에서 은퇴층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