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의 국경을 넘어선 강제 노동 정책
2026년 초, 러시아의 시베리아 동부 지역 한 도시에서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가 체력 고갈로 쓰러지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이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았고, 다음 날 다시 일터로 나왔다. 그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난방이 되지 않는 컨테이너로, 바퀴벌레와 빈대가 들끓는 환경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이 1년에 한두 번만 샤워할 수 있는 극도로 열악한 위생 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장면은 북한 노동자의 해외 강제 노동 실상의 단면일 뿐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16시간씩, 연간 364일을 일하며 월 10달러밖에 받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노동 문제가 아니다. 현대판 노예제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심각한 인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 인권 재단인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Global Rights Compliance)'가 2026년 3월 25일 화요일 발표한 보고서는 북한 정부의 국가 주도 강제 노동 프로그램 실태를 낱낱이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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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북한이 전 세계 40개국에 걸쳐 1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파견하며, 이들을 착취하여 연간 약 5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러시아는 주도적 역할을 하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 조건은 단순 노동자가 아닌, 사실상 노예로 간주될 만큼 열악하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정의한 강제 노동 경고 신호 11가지 모두와 일치한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의 3개 도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21명의 직접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증언에 따르면 이들 노동자는 매월 '국가 계획분(Gukga gyehoekbun)'이라는 이름의 할당량을 채워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가혹한 처벌이 가해진다.
북한 정부는 순종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들을 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가족이나 자녀를 둔 이들을 다수 포함시킨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 노부모가 있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여 불복종 시 가족이 결과에 책임지게 하는 방식으로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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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노동자들은 어떤 반항도 불가능한 상태에 놓인다. 이러한 통제 방식은 북한 정부가 장기적으로 해외 강제 노동 제도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들은 이러한 노동자를 받아들임으로써 유엔 제재를 교묘히 위반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 노동자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 가능하며, 국제적 도덕적 책임을 따지지 않고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고용을 정당화하곤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를 통해 건설업에서 필요한 저임금 노동력을 충당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관행은 인권에 대한 경시뿐 아니라 국제법을 위반하는 심각한 문제로, 유엔이 북한 노동자 해외 파견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기업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강제 노동의 11가지 경고 신호에는 물리적·성적 폭력, 이동의 자유 제한, 임금 착취, 비인간적 생활 조건, 과도한 초과 근무, 여권 압류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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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의 보고서는 러시아 건설 현장의 북한 노동자들에게서 이 11가지 신호가 모두 확인되었다고 강조했다. 난방 없는 컨테이너 숙소, 연간 1~2회의 샤워, 하루 16시간 노동, 월 10달러의 임금, 가족을 통한 강제 등은 현대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인권 유린의 전형적 사례다.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촉발된 인권 침해의 실상
북한이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해 얻는 연간 5억 달러의 수익은 제재로 고립된 북한 경제에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이 자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국제 사회는 이것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군사 프로그램에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권 문제를 넘어 국제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국제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더 강력히 제재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북한 노동자들이 주로 파견되는 국가들에게는 경제적 이익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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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으로 건설업의 인건비를 낮춰 수익성을 높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법적, 윤리적 고민보다 실질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그 결과, 유엔이 제재를 부과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를 무력화시키는 촘촘한 협력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또한 러시아와 같이 국제 사회의 제재를 이미 받고 있는 국가들은 추가적인 제재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어, 북한 노동자 고용을 지속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의 이번 보고서는 21명이라는 제한된 수의 증언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들의 증언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을 보였다. 서로 다른 3개 도시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동일한 착취 패턴, 동일한 통제 메커니즘, 동일한 생활 조건을 증언했다는 것은 이것이 개별 사례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국가 주도 프로그램임을 입증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북한 전역에서 노동자 선발 단계부터 해외 파견, 현장 관리, 송금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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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러한 국제적 논의를 단순히 거리를 두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 북한과 민족적, 역사적 연관성을 공유하는 한국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분단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남북 관계 속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때로는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국제 사회가 명백한 인권 유린으로 규정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북한 내부의 인권 침해를 넘어, 향후 한반도 통합과 국제법 준수라는 더 큰 담론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문제
국제 사회의 대응도 보다 체계적이고 강력해져야 한다. 유엔 제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회하는 협력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제재의 이행과 감시 메커니즘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는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구체적인 방식과 경로를 추적했으며, 이는 향후 국제 사회가 보다 효과적인 제재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북한 노동자들의 증언 중 일부는 이들이 해외 파견을 거부할 수 없었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가족을 북한에 두고 온 상태에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가족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노동자들은 어떠한 선택권도 가질 수 없었다.
이는 자발성과는 거리가 먼, 명백한 강제 노동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가족 인질 시스템이 북한 강제 노동 프로그램의 핵심 통제 메커니즘임을 거듭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강제 노동은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인권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2026년 3월 25일 발표된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의 보고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과 체계성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착취 구조는 단순히 경제적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북한과 해당 국가들 간의 깊숙한 협력 시스템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40개국에 걸쳐 10만 명이 파견되고, 연간 5억 달러의 수익이 발생하는 이 거대한 시스템은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체하기 어렵다.
국제 사회의 공조된 노력, 보다 강력한 제재 이행, 그리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국제 연대를 촉진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이 문제를 단순히 북한의 내부 문제로 볼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인권 위기와 경제적 착취 구조의 상징으로 바라볼 것인가 하는 질문 앞에 서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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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