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과 이란 갈등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 역시 리터당 약 2000원 선까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역대 처음으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는 등 유가 급등에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은 제조업부터 서비스업까지 전 산업에 걸쳐 비용 부담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 전반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빠르게 오르는 경제적 난제를 뜻합니다.

경제학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원리 중 하나는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필립스 곡선’ 개념입니다. 이는 물가 상승기가 실업률을 낮추고, 물가가 안정되거나 하락할 때 실업률이 높아지는 관계를 설명합니다.
이 이론은 1958년 뉴질랜드 출신의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가 영국 내 실업률과 명목임금 변화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발표하면서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 미국 경제학자들이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간 상충 관계를 실증하여 오늘날까지 경제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는 기존 필립스 곡선 이론의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유 가격 폭등으로 생산비용이 급등함에 따라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실업률까지 동시에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통적 경제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경제 패턴이었으며, 당시 세계는 유가 상승→비용 증가→고용 악화→경제 침체라는 악순환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 변화가 실업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실업률은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이론을 제시하며 필립스 곡선이 장기적으로는 수직선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한국 경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관찰됩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물가와 실업률 간의 역 상관 관계가 명확했으나, 2000년대 이후부터는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실업률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공급 충격 요인, 즉 유가 상승 같은 외적 요인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과 유사한 상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물가 안정과 고용 확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고민
최근 국제 원유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고는 하나, 전쟁 장기화 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기적 분쟁 종료 시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 갈등 지속 시 물가 상승과 고용 악화가 겹치는 상황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정부와 중앙은행에게 ‘물가 안정과 고용 확대 중 무엇을 우선시할 것인가’라는 딜레마를 안겨줍니다. 정부는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재정 지출 확대를 시도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사이 균형을 잃으면 물가 상승과 고용 악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못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국제 분쟁이 야기한 유가 상승은 단순히 가격 문제를 넘어서 경제 전반에 복합적인 도전을 던지며, 이에 대응하는 정책은 신중한 균형과 장기적 시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