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2026 가치금융 국제포럼, 한국형 전환 모델 모색

선언부터 국제사례, 제도 과제까지… “시민의 자본이 사회적 필요와 연결되는 금융 필요”

“금융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자본은 어디를 향해 흘러야 하는가.”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준수 기자 = 3월1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ʻ2026 가치금융 국제포럼’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ʻ가치기반은행,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금융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가치기반 금융의 국제 흐름과 한국형 모델, 제도 과제가 차례로 논의됐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협동조합, 사회연대경제, 지역 현장 관계자들이 함께한 이날 행사는 개회사와 축하 메시지, 추진 선언, 기조발제, 패널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민병덕·김승원·이강일·한창민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한국협동조합학회·금융과행복네트워크·한국사회연대경제가 공동 주관했다. 

 

민병덕 의원 “담보 아니라 가능성을 보는 금융으로”

포럼의 문을 연 민병덕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 금융의 역할을 되짚으며, 앞으로의 전환 방향을 제시했다. 민병덕 의원은 산업화와 성장 과정에서 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돌봄·주거·에너지·지역경제처럼 수익률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은 금융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보가 아니라 가능성을, 신용이 아니라 관계를 평가하는 금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의원은 또 가치기반 금융이 선언적 논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신협법과 상호금융 관련 제도의 개선, 사회연대금융 지원체계 정비, 가치기반 금융기관 설립을 위한 정책 기반 마련 등 구체적인 과제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박범계·박찬대·김승원·허영·이강일·김남근·유영하·신장식·한창민 국회의원 등의 축하 메시지는 영상과 서면으로 전달됐다. 축사에는 금융의 공공성 회복, 지역과 공동체 중심 금융, 시민 참여 확대, 제도 개선 필요성 등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이어 고영철 신협중앙회 회장, 남궁정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이사장, 장종익 한국협동조합학회 회장,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 김경민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대표가 환영사를 전했다. 남궁정 이사장은 이번 포럼을 “대한민국에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을 설립하겠다는 공식적 선언의 자리”라고 밝혔다. 

 

“금융은 삶의 인프라”…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 추진 선언

포럼에서는 ʻ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 추진 선언’도 진행됐다. 김상현 서울협동조합협의회 회장의 경과 보고 뒤에, 서명지 CSR임팩트 대표, 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상임이사, 우세옥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오수산나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사무처장, 임신화 발달장애지원이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김지영 대구사회가치금융 상임이사, 문조성 화성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조금득 청년신협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 낭독에는 의료, 주거, 재생에너지, 지역 사회적금융, 청년, 협동조합 현장을 대표하는 주체들이 고르게 참여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는 전국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 만든 연대 조직으로, 지역 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주민참여형 의료 모델을 확산해 온 단체다. 의원과 건강센터를 기반으로 예방·건강증진·돌봄을 아우르는 일차의료와 통합돌봄 활동을 지역에서 실천하며, 공동체 중심 의료체계 구축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주거약자를 위한 사회주택 공급과 정책 개선을 이끌어 온 비영리 협회다. 전국 주요 지역에서 사회주택 공급을 확산해 왔으며, 8000세대 이상의 공급 기반을 바탕으로 주거 문제를 사회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현장과 정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확산을 목표로 활동해 온 연합 조직으로, 77개 시민협동조합과 366개 발전소를 기반으로 지역 중심의 에너지 전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 지역사회 안에서 에너지 자립과 주민 주도형 전환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대구사회가치금융은 대구 지역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금융 기관으로, 지역의 자조기금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해 왔다. 금융 지원과 네트워크 연계를 함께 수행하며, 지역 안에서 사회적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선언문은 네 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첫째, 가치기반 금융은 이상이 아니라 기본사회를 떠받치는 국가의 필수 인프라라는 점. 둘째, 금융 접근권은 시민의 기본권이며 누구도 금융에서 배제되지 않는 포용적 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지역의 자본이 지역의 미래를 만들고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이루는 지역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세워야 한다는 점. 넷째, 시민이 주인이 되고 지역이 중심이 되는 한국형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을 설립하겠다는 점이다. 선언문은 마지막으로 “가치기반 금융은 비용이 아니다. 국가의 회복력을 높이는 투자다”라고 밝히며, 금융의 전환을 가능하게 할 정책과 제도의 결단을 촉구했다. 

 

마틴 로너 사무총장 “어떤 금융을 선택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첫 기조발제는 세계가치기반은행연합(GABV)의 마틴 로너 사무총장이 맡았다. 마틴 로너 사무총장은 ʻ우리의 금융으로 선택하는 미래: 세계가치기반은행연합회의 통찰’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금융을 단순한 자금 중개 장치가 아니라 사회와 경제, 환경의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우리는 다중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불평등, 인구 변화, 지역 쇠퇴, 사회적 결속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융은 더 이상 중립적인 장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마틴 로너 사무총장은 “문제는 금융이 영향을 미치는가가 아니라, 어떤 영향을 선택하느냐”라고 말했다. 

 

마틴 로너 사무총장은 은행의 역할을 다섯 가지 이상으로 풀어 설명했다. 누가 금융 접근권을 얻는지에 따라 어떤 개인과 공동체, 기업이 경제적 기회에 참여할 수 있는지가 갈리고, 무엇이 금융 지원을 받는지에 따라 혁신과 인프라, 도시개발, 실물경제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했다. 

 

또 이익이 누구에게 분배되는지, 금융기관이 시장 변동성과 위기의 원천이 되는지, 규모의 경제를 좇는 과정에서 지역의 필요와 얼마나 단절되는지, 그리고 금융이 공급된 사업과 건물이 수십 년에 걸쳐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까지 모두 은행의 선택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은 결코 중립적인 자본 중개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가치기반은행을 전통 금융과 분명히 구분했다. 전통 금융이 경제적 이익을 우선 원칙으로 삼고 사회·환경적 결과를 부수적 산물처럼 남긴다면, 가치기반은행은 애초에 어떤 긍정적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만들 것인지부터 정의한 뒤 그에 맞춰 금융을 설계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익은 필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미션을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었다. 

 

마틴 로너 사무총장은 가치기반은행의 원칙으로 사람·지구·번영을 사업 모델의 중심에 둘 것, 투기보다 실물경제에 집중할 것, 지역 공동체에 깊이 뿌리내릴 것, 신중한 운영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확보할 것, 포용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실천할 것을 제시했다. 그는 “의도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지속가능성을 말하면서 동시에 그와 반대되는 활동에 자금을 공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발표에서는 구체적 사례도 제시됐다. 스위스 대안은행(ABS)은 예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공개하고, 태양광·유기농업·협동조합주택·지역공동체 기반 기업 등에 금융을 공급해 왔다고 소개됐다. 방글라데시의 BRAC은행은 금융 접근성이 낮은 중소기업과 지역사회를 지원하며 성장한 사례로 제시됐다. 마틴 로너 사무총장은 이런 사례를 통해 가치기반 금융이 선언적 모델이 아니라 실제 운영과 성장의 경험을 가진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GABV 회원기관들의 데이터도 소개했다. 핵심 회원기관들은 지난 10년간 자산 기반을 두 배 이상 키웠고, 연평균 8.3%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자산의 약 70%를 대출로 유지해 실물경제와 더 깊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치기반은행은 성장성과 재무성과, 건전성 측면에서도 주류 금융기관과 비교 가능한 수준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틴 로너 사무총장은 CSR, ESG, 가치기반은행의 차이도 짚었다. CSR이 이익 창출 이후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이라면, 가치기반은행은 애초에 사회·환경적 과제를 중심에 두고 사업모델 전체를 설계하는 구조라고 했다. ESG 역시 중요한 진전이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재무적 중요성 중심으로 좁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치기반은행은 사람과 지구를 조직의 존재 이유로 둔다는 점에서 보다 구조적인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발표 후반부에서 그는 이를 한국의 ʻ기본사회’ 구상과 연결했다. 불평등을 줄이고, 주거·식량·보건·돌봄·에너지 같은 필수 영역을 안정적으로 떠받치며, 사람과 지구를 위한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기본사회의 핵심 토대라는 것이다. 그는 “가치기반금융을 설계하지 않는다면 기본사회는 불안정한 기반 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진 공동위원장 “금융의 방향을 바꾸는 제도적 제안”

이어진 발제에서 이상진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ʻ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의 가능성과 추진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이번 제안을 새로운 조직 설립을 넘어, 금융의 방향을 전환하는 제도적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진 공동위원장은 현재 한국 사회를 청년실업, 지역소멸, 불평등, 삶의 기반 약화가 맞물린 복합 위기로 진단했다. 그는 정부와 시장, 기존 금융 모두 일정한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기존 금융은 담보와 수익성 중심 구조로 인해 사회주택, 돌봄, 재생에너지 분야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문제를 이해하는 금융 주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지원 대상이 아니라 미래 수요를 만들어낸 주체로 설명했다. 사회주택, 통합돌봄, 재생에너지, 지역 일자리 영역은 이미 현장에서 형성되어 있으며, 금융이 이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진 공동위원장은 한국형 모델을 ʻ3+3 구조’로 제시했다. 목적성, 투명성, 연대를 핵심 가치로, 고객중심, 임팩트중심, 생태계지향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먼저 어디에 쓰일 돈인가를 묻는 금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은 단순한 대출기관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을 성장시키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분야로 소셜하우징, 신재생에너지, 통합돌봄을 제시하며, 이미 현장에서 형성된 네트워크와 수요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진 공동위원장은 발표 말미에서 시민참여형 사회연대금융신협 설립 추진 계획을 밝히며, 제도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제안은 특혜가 아니라 준비된 사회적 수요에 맞는 제도 진화 요청”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제안과 제도 과제가 이어진 패널 발표

패널토론은 장종익 한국협동조합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고, 김종빈 더함에스디 부대표, 정운영 금융과 행복네트워크 이사장, 이현배 성남주민신협 이사장, 손석조 신협중앙회 본부장,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남기 금융위원회 상호금융팀 팀장이 참여해 진행됐다. 김종빈 더함에스디 부대표는 주거를 단순한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주택이 지속가능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공공의 기반과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운영 역량, 장기 자본을 공급할 금융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은 가치기반은행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금융소비자의 역량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치금융은 단순히 상품을 이용하는 차원을 넘어, 내 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사회를 만드는지 이해하고 선택하는 금융 주체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현배 성남주민신협 이사장은 주민신협의 지역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연대금융이 기본사회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의료, 돌봄, 먹거리, 사회적경제 조직과 금융이 연결될 때 공동체를 지탱하는 지역금융의 역할이 더 분명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석조 신협중앙회 본부장은 신협의 사회적예탁금, 사회적경제기업 전용대출, 사회적경제지원기금 등 현재 진행 중인 사회연대금융 사례를 소개했다. 신협이 지역과 관계금융의 강점을 바탕으로 사회연대경제 영역의 금융 허브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치기반 금융이 한국 금융체계 안에서 어떤 제도적 틀 속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모델의 취지뿐 아니라 지속성과 제도 적합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안남기 금융위원회 상호금융팀 팀장은 상호금융 제도와 금융당국의 역할, 그리고 제도 개선의 현실적 조건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치기반 금융의 취지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라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좌장을 맡은 장종익 한국협동조합학회 회장은 이날 발표와 토론 내용을 정리하며, 국제 사례와 지역 현장, 정책 과제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주거, 돌봄, 지역경제, 금융소비자 참여, 상호금융 제도 개선이 모두 가치기반 금융의 현실적 과제로 제시됐다. 

 

“선언에서 실행으로”… 금융 전환 과제 제시

이번 포럼에서는 금융의 역할을 다시 묻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선언을 통해 방향을 제시하고, 국제 사례와 한국형 모델, 제도 과제를 연결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금융이 단순한 자금 중개 기능을 넘어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라는 점에 공감했으며, 가치기반 금융이 정책과 제도, 현장 실행으로 이어질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날 논의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졌다. 금융이 계속 수익 중심 구조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사람과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재구성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중소기업연합뉴스 기자 yko777@naver.com
작성 2026.03.23 08:02 수정 2026.03.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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