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영혼을 깨우는 성스러운 언어, 아리랑을 재발견하다
아리랑에 대한 국제적 학술 관심이 전례 없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아리랑속에 층층이 쌓인 역사적 층위가 너무나 광활하기 때문이다. STB상생방송의 다큐멘터리 《아리랑의 기억》 2부작과 《문화와 인물》, 그리고 《대한사랑 초대석》 등에서 다뤄진 심층 탐구 내용에서 입증 되었듯, 아리랑은 인류 시원 문명과 맞닿아 있다.
소리꾼 장사익은 아리랑을 “우리 한국인의 영혼의 노래이자 정신 그 자체”라고 정의한다. 그가 아리랑을 부를 때마다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퍼포먼스는 이 곡조 속에 우리 민족의 집단 무의식과 영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고 멀리 울려 퍼지며 ‘제2의 애국가’가 된 아리랑. 과연 이 선율이 기억하는 태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인도 타밀어와 한국어의 기묘한 일치: 1,800여 개의 유사 어휘
아리랑의 신비는 놀랍게도 인도 대륙에도 숨겨져 있다. 언어학적 관점에서 가야 왕국의 지배층 언어와 남인도 타밀나두 지역의 드라비다어는 소름 끼칠 정도의 유사성을 보인다. 오늘날까지도 남인도에는 고대 드라비다어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는데, ‘엄마’를 ‘엄마’로, ‘아빠’를 ‘아빠’로 부르는 기초 어휘를 포함해 많게는 1,800개 이상의 유사 어휘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언어 유대감은 아유타국 허황옥 왕비의 도래 기록과도 일맥상통하지만, 그 뿌리는 훨씬 더 깊은 인류 시원 문명과 맞닿아 있다. 박민일 문학박사는 인도에 실존하는 ‘아리람(Ariram)’, ‘쓰리람(Sriram)’ 신을 언급한다. 인도인들은 이 두 신에게 기원을 올리면 만사가 형통하고 재앙이 물러간다고 믿는다.

12환국의 유산, 태고의 우주 파동 ‘옴(Ohm)’과 ‘훔(Hum)’
인도와의 깊은 연관성은 9천 여년 전 인류의 뿌리 국가인 환국(桓國) 문명을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대우주 근원 파동 ‘옴(唵)’이 환국 중기 주우양 환인 시절에 이르러 ‘훔(吽)’으로 진화했다고 풀이된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12환국 중 양운국(養雲國)의 사람들이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서북쪽 인도로 이주하였다고 설명한다.
약 7~8천 년 전의 문명이동을 통해 ‘옴’과 ‘훔’의 철학이 인도 베다 문명의 근간이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아리람’과 ‘쓰리람’이라는 신성한 언어가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북인도 파르바티 힌두사원에서 마을 사람들이 ‘쓰리람’ 신 앞에서 올리는 기도는 고대부터 간직해 온 광명 문화인 셈이다.
삼랑(三郎) 정신과 스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존재
인도의 종교지도자 벤카타크리슈나는 ‘스리람’의 의미를 더욱 명확히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라마(Rama)’는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을, ‘스리(Sri)’는 성스러운 존재에 대한 존칭을 뜻한다. 즉, 스리람(스리+라마)은 ‘위대한 행복의 전달자’다. 『환단고기』에서 전하는 ‘삼랑(三郎)’의 위격 및 철학적 본질과도 일치한다. 삼랑은 국가 기틀을 다지고 백성을 교화하며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던 삼신을 섬긴 랑(郎)이었다.
인도 마드라스 대학교의 자야데반 교수는 인도인들이 일상에서 ‘아라로 아리라로(Araro Ariraro)’라는 노래를 흥얼거린다고 한다. 아이를 평온하게 달래는 이 ‘랄라비(Lullaby)’ 가락은 ‘아라리, 아라리오’ 소리와 맥을 같이 한다. 아리랑이 인류 공동체의 영혼을 치유하던 태고의 ‘진언’이었다는 것이다.
아리랑의 다층적 상징들: 생명의 근원에서 고향의 향수까지
김병모 박사는 ‘알’이라는 용어를 곡식의 낱알이나 생명의 근원으로 보고, 벼농사 문화권의 생산과 다산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박혁거세의 ‘알영’부인, 고구려의 ‘아리수’, 양주동 교수가 주장한 밝음의 고개인 ‘아리 고개’, 그리고 고향을 뜻하는 여진어 ‘아린(Arin)’에 이르기까지 아리랑은 모든 시대적 상징을 관통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 정선아리랑의 ‘아라리’는 가장 순수한 원형 중 하나로 꼽힌다. 삶의 고통과 한(恨)을 하늘의 소리로 승화시킨 언어다. 아리랑은 깊은 땅속 마르지 않는 샘처럼 민족의 격변기마다 등장하여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녹여냈다. 2002년 월드컵의 함성부터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아리랑은 늘 함께였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유전자 언어 ‘아리랑’
김연갑 이사장은 “아리랑을 통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하나임을 공감한다”고 말한다. 사할린의 까레이스키부터 뉴욕의 교민까지, 아리랑 한 자락에 흐느끼고 환호하는 것은 노래 이상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BTS라는 현대적 메신저를 통해 전 세계인의 심장을 다시 울리고 있다.
이제 아리랑을 옛 노래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인류의 시원과 맞닿은 거룩한 파동이며, 우리 DNA 속에 각인된 불멸의 유전자 언어이며, 찬란한 역사를 노래하는 것이며, 문화 동질성을 세계에 공표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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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계속 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