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시죠? 1984년 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 속, 광기 어린 눈빛의 천재 모차르트. 그리고 그를 동경하면서도 질투할 수밖에 없었던 살리에리의 비극적인 대립. 강렬하고 인상적인 이야기지만, 사실 이 두 사람의 '치열한 적대감'은 극적 재미를 위한 픽션에 가깝습니다.
2015년에 발견된 칸타타 〈오필리아의 건강을 위하여〉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함께 협업해 만든 곡으로 밝혀졌거든요. 두 사람은 실제로 서로의 재능을 인정하며 교류했던 동시대 음악가였습니다.

'아마데우스'는 라틴어로 '신의 은총'이라는 뜻인데요, 정작 모차르트 본인은 이 이름보다 프랑스식 애칭 '아마데(Amadè)' 로 불리는 걸 훨씬 더 좋아했다고 합니다. 천재도 별명은 있는 법이죠.
클래식 입문의 '치트키', 모차르트
클래식 음악사는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 음악까지 약 400년에 걸친 광대한 세계입니다. 처음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그럴 때 가장 믿음직한 출발점이 바로 모차르트입니다.
그는 교향곡, 피아노 협주곡, 오페라, 실내악, 종교 음악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넘나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번 들으면 "아, 모차르트다!" 싶은 특유의 색깔을 잃지 않았죠. 하이든의 정교함이나 베토벤의 장중함과는 또 다른,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그 절묘한 균형감. 클래식이 낯선 분들도 자연스럽게 귀가 열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꼬마 천재의 당돌한 청혼 —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인연
1762년, 여섯 살의 볼프강은 아버지 레오폴트의 손을 잡고 뮌헨으로 첫 연주 여행을 떠납니다. 청중의 열렬한 반응에 힘입어, 그해 10월엔 빈 쇤브룬 궁전에서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앞에서도 연주를 펼치게 됩니다.
그런데 연주를 하기 위해 무대로 향하던 중, 볼프강이 그만 바닥에 미끄러졌습니다. 그때 또래 소녀 하나가 손을 내밀어 일으켜줬는데요. 이 꼬마 천재, 그 자리에서 그 소녀에게 바로 청혼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무려 여섯 살에!
그 소녀가 바로 훗날 프랑스 왕비가 되는 마리 앙투아네트입니다. 만약 이 맹랑한 청혼이 이루어졌더라면, 음악사와 유럽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 상상만으로도 재미있지요?
사랑의 유통기한을 묻다 —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오늘 소개할 작품은 모차르트의 유쾌하고도 예리한 통찰이 빛나는 희극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ì fan tutte)〉입니다. '오페라 부파(Opera Buffa)'라고도 불리는 이 장르는, 당시 유행하던 엄숙한 정통 오페라와 달리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소동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1790년 빈에서 초연된 이 작품의 제목을 직역하면 "여자들은 다 그래". 처음 들으면 좀 당혹스럽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여성 비하가 아닙니다. 이 오페라가 진짜 건네는 질문은 훨씬 더 보편적입니다.
"사랑은 과연 변하지 않는가?"
나폴리의 두 젊은 장교 페란도와 굴리엘모는 자신의 약혼녀들이 절대 변치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자 노련한 철학자 돈 알폰소가 내기를 제안하죠.
"정말 그렇게 확신해? 그럼 한번 시험해보지."
두 남자는 갑자기 전쟁터로 떠나는 척 연기한 뒤, 이번엔 수염을 붙인 알바니아 귀족으로 변장해 돌아옵니다. 그리고 — 서로의 약혼녀를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 자매는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끈질긴 구애 앞에 결국 마음이 흔들리고 맙니다. 급기야 바뀐 상대와 결혼식까지 올리려는 순간, 변장이 벗겨지며 진실이 드러납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결말
충격과 배신감에 휩싸인 네 사람에게 돈 알폰소가 말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원래 변하기 마련이야. 서로의 약함을 인정하고 이해해라."
겉으로는 가벼운 소동극 같지만, 모차르트는 이 냉소적인 이야기를 가장 아름답고 천진난만한 음악으로 감싸 안으며 불완전한 인간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사랑이 변한다'는 사실 앞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 그래서 더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요.
이 오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중창 '부드럽게 부는 바람(Soave sia il vento)' 을 들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보는 건 어떨까요? 편안한 선율 한 자락이 주말 오후를 한결 포근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