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과 국제법의 딜레마: 이란 사태를 둘러싼 진보-보수 논쟁

국제법 위반 논란: 이란 공습의 법적 정당성

진보 vs 보수의 엇갈린 시선

한국 경제와 글로벌 안보의 교차점

국제법 위반 논란: 이란 공습의 법적 정당성

 

지난주 국제 사회를 뜨겁게 달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을 둘러싸고, 국제법적 정당성과 도덕적 방어 가능성에 대한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8일 Project Syndicate에 게재된 호주 전 외교장관이자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전 총재인 Gareth Evans의 칼럼 'What would make an illegal war morally defensible?'은 이 문제의 핵심을 정면으로 다루며 국제 사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른바 '선제적 자위권'이라는 명분이 강대국의 국익 논리에 의해 국제법적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이것이 중동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진보와 보수 진영 사이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직접적인 승인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군사 행동이 도덕적, 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 나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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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이 국제법적 기준에서 위반 요소를 내포할 수 있다는 점은 진보 진영 전문가들이 강력히 지적하는 바입니다. 국제적 관점에서 전쟁이나 군사 행동은 유엔 헌장 하에 엄격한 규제를 받습니다. Gareth Evans는 그의 칼럼에서 "불법적인 전쟁이 도덕적으로 방어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제하며,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고려하는 군사 행동은 이러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유엔 헌장 제51조가 명시하는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라는 자위권 발동 조건, 즉 '즉각적이고 압도적인 위협(imminent and overwhelming threat)'이라는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 군사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vans는 특히 "강대국들이 국제법을 경시하는 광범위한 경향이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협하고 있다"며, "중견국(middle powers)들이 단합하여 이러한 경향에 반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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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논리는 국제법 질서가 약화될 경우 모든 국가가 자의적 군사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기반합니다. 반면, 보수적 성향의 논객들은 국가 안보 이익과 단호한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RealClearPolitics에 게재된 Peter Berkowitz의 칼럼 'U.S.-Israel Joint Action Against Iran Is Just and Necessary'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행동이 정당하고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Berkowitz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과 지역 내 군사적 영향력 확장을 방치할 경우,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 안보에 더 큰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선제적 군사 대응의 정당성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이란 정권은 수십 년간 '이스라엘 말살'을 공개적으로 천명해왔으며, 헤즈볼라, 하마스 등 대리 세력을 통해 실제 군사 행동을 지속해왔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명백하고 지속적인 위협 앞에서 법률적 형식주의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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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The Wall Street Journal에 2023년 기고한 J.D. Vance의 글(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외 정책 기조와 함께 재조명되고 있음)은 "미국은 동맹국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일방적 군사 행동도 불사해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시각을 대변합니다. Vance는 "유엔 같은 국제기구의 승인을 기다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미국의 리더십은 때로 독자적 결단을 요구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중동에서의 군사 행동을 둘러싼 찬반 논의는 이처럼 명확히 나뉩니다. 진보적 시각에서는 이번 상황이 단순히 국제법을 넘어섰느냐의 문제를 떠나, 세계적 법질서 자체를 훼손할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Gareth Evans는 "만약 강대국들이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국제 규약을 경시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이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키고 국제적 무법 지대를 조성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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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역사적 사례로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언급하며, "대량살상무기 존재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를 근거로 한 선제 공격이 얼마나 큰 인도적 재앙과 지역 불안정을 초래했는지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vans의 논지는 법치주의(rule of law)가 국내뿐 아니라 국제 관계에서도 핵심 원칙이어야 하며, 이를 훼손하는 순간 약소국들은 더욱 취약해진다는 점입니다. 그는 "특히 중견국들이 연대하여 국제법 준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호주, 캐나다, 한국 등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진보 vs 보수의 엇갈린 시선

 

반대로 보수적 관점에서는 이번 군사 행동 검토가 방어적 차원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Peter Berkowitz는 "이란이 추진하는 핵무기 개발이 성공할 경우,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며, 이는 석유 공급로 통제, 주변국에 대한 핵 위협 등을 통해 전 세계 경제와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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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제법은 중요하지만, 생존의 문제 앞에서 법적 절차가 실질적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주권국가는 자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Berkowitz는 또한 "유엔 안보리는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으로 인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J.D. Vance 역시 "이란의 핵무장은 단순히 중동에 국한될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비확산 체제(Non-Proliferation Treaty)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군사적 억지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중동 갈등은 단순히 군사적 이해관계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 지역의 분쟁은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종교적 갈등, 오스만 제국 해체 이후의 복잡한 역사적 맥락, 석유 자원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단기적인 군사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란은 지난 수십 년간 서방 국가들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핵 문제를 중심으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2015년 체결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일명 이란 핵 합의)이 2018년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사실상 무력화된 이후, 이란은 오히려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이며 핵 개발 의지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이는 이란 내부적으로도 강한 반미 정서와 민족적 자긍심이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외부 압력만으로는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국제적 긴장과 논쟁 속에서 한국의 위치는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유엔 회원국으로서, 국제법을 존중할 의무와 동맹국의 안보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Gareth Evans가 강조한 '중견국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국제법 준수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동맹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균형 잡힌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만약 미국의 대이란 군사 행동이 국제법적 승인 없이 진행된다면, 이는 향후 북한 문제에서도 유사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선제적 자위권'이라는 논리를 어떻게 활용하거나 제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란 사태에서의 국제 사회 반응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국제법적 논쟁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에 적용 가능한 교훈을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경제와 글로벌 안보의 교차점

 

또한 중동 정세의 불안정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로는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이란의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역내 석유 생산 시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에너지 안보 전략 강화가 시급합니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의 중동 지역 투자와 경제 협력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와 기업 차원의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 행동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중동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국제법적 정당성과 도덕성을 시험하는 사례이며, 글로벌 안보 질서의 근간인 유엔 헌장 체제가 강대국의 일방주의 앞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시금석입니다. Gareth Evans가 제시한 진보적 시각은 법치주의와 다자주의를 옹호하며 중견국의 연대를 촉구하는 반면, Peter Berkowitz와 J.D.

 

Vance로 대표되는 보수적 입장은 현실주의적 안보 논리와 동맹국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법 존중이라는 원칙과 동맹 안보라는 현실 사이에서 신중하고도 전략적인 외교적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이란 사태가 한반도 안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장기적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국제법 준수와 동맹 안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이번 논쟁이 향후 북한 문제 대응에 어떤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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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project-syndicate.org

sj.com

realclearpolitics.com

작성 2026.03.15 01:06 수정 2026.03.1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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