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의 늪에 빠진 중국,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에게 길을 묻다

역사 왜곡의 부메랑, 대국 쇼비니즘의 위태로운 그림자

가짜 성벽을 허물고 동북아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법

2020년 출간된 『저우언라이 평전』

1963년, 중국 베이징의 한 접견실에서 나온 발언은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다. 당시 중국의 실권을 쥐고 있던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는 믿기 힘든 고백을 했다. 그는 중국이 조선을 속국으로 취급하며 역사를 왜곡했던 사실을 통렬히 비판하며, "조선 민족에게 조상을 대신해서 사과해야 한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대국이라는 오만함에 빠져 이웃 나라의 뿌리를 부정하던 자국 내 '대국 쇼비니즘'의 심장을 정조준한 발언이었다. 오늘날 소위 '동북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타국의 역사를 자국의 울타리 안으로 강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60여 년 전 저우언라이가 보여주었던 그 서늘한 자기성찰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저우언라이는 중국 현대사에서 마오쩌둥과 함께 국가의 기틀을 세운 전설적인 인물이다. 27년간 총리 자리를 지키며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던 그는, 광기 어린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실용주의적 노선을 잃지 않으려 분투했다. 
 
2020년 출간된 『저우언라이  평전』이 조명하듯, 그는 철저한 '2인자'로서 생존을 도모하면서도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적 설계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그가 활동하던 1960년대는 중소 분쟁과 내부적 혼란이 겹치던 시기였다. 당시 중국 내부에서는 중화사상을 기반으로 한 국수주의적 경향이 고개를 들고 있었고, 이는 주변 국가와의 역사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였다. 
 

중국 과학출판사가 출간한 ‘동북고대민족 역사편년총서’. 왼쪽부터 부여, 고구려, 백제, 발해, 거란. 편년총서로 백제사도 중국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우언라이는 이러한 '대국 쇼비니즘'이 결국 중국을 고립시키고 혁명의 대의를 훼손할 것이라 직감했다. 그는 조선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통념을 '터무니없는 것'이라 규정하며, 역사적 사실 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의 도리라고 믿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된 동북공정은 고구려와 발해는 물론 백제까지도 중국 변방 정권의 역사로 치부하는 사서편찬과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는 "역사는 현재의 정치가 투영된 결과물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적 견해 또한 냉랭하다.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칠수록 주변국들은 그들의 역사관에서 패권주의의 위협을 느낀다. 

 

중국의 역사 왜곡 시도는 한중 간 국민적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며, 경제적·외교적 협력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우언라이가 우려했던 '오만한 대국'의 모습이 현실화되면서, 중국은 스스로 국제적 신뢰를 갉아먹는 상황에 처해 있다.
 
데이터와 사료를 비틀어 만든 가짜 역사는 단기적으로는 내부 결속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도덕적 정당성을 무너뜨린다. 저우언라이는 바로 이 지점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실용주의자로서 중국이 이웃 나라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부채를 인정하고 존중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실천했다. 그의 사과는 동행과 공존을 위해 나온 도덕적 결단이었다.
 
오늘날 중국은 저우언라이라는 거인이 남긴 거울 앞에 서 있다. 만약 그가 살아 돌아와 현재의 동북공정과 문화 왜곡 논란을 마주한다면 무엇이라 말할까? 아마도 60년 전과 다름없이 "대국 쇼비니즘을 경계하라"라는 호통을 치지 않을까 싶다. 역사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행위는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성벽을 쌓는 일과 같다. 가짜 벽돌로 쌓아 올린 성벽은 진실의 파도 앞에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중국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과거 지도자가 보여주었던 용기 있는 성찰을 되새겨야 한다. 이웃 나라의 역사를 존중하는 마음 없이는 결코 진정한 우방을 얻을 수 없다. 이제 중국은 선택해야 한다. 왜곡된 역사 속에 갇힌 '닫힌 제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저우언라이가 꿈꿨던 '함께하는 동행국'이 될 것인가?
 
그의 발언은 현대 한중 관계의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열쇠다. 중국이 저우언라이의 혜안을 빌려 역사 왜곡의 늪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동북아시아의 진정한 평화와 공동 번영이 시작될 것이다. 역사는 우리 모두의 뿌리이다. 중화 사관 식민사관 등 학문, 학계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관이 존재한다. 학문적으로 다른 입장을 취할 수는 있어도, 어떤 사관도 거짓된 사실을 만드는 데 쓰여서는 안된다. 

 

 

작성 2026.02.15 22:47 수정 2026.02.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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