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1월 21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세계자살유족의 날’을 맞아 ‘기억 속에서 함께 잇는 희망의 길’이라는 주제로 기억식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실무자와 유족, 시민 등 약 100명이 참석하며 깊은 울림 속에 마무리됐다.
세계자살유족의 날은 매년 11월 셋째 주 토요일을 포함한 기간에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추모 행사로,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를 자살로 떠나보낸 이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연대감을 형성하는 취지를 갖는다. 서울시는 매년 이 시기에 맞춰 기념행사를 이어 왔으나, 올해는 기존 ‘기념식’이라는 명칭을 ‘기억식’으로 바꿨다.
행사 명칭의 변화는 단순한 표현 조정이 아니라 행사 방향성의 중요한 전환이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유족 동료지원가들과 논의를 진행해, ‘기념’이라는 개념 대신 유족들이 스스로의 방식으로 고인을 기억하고 애도의 과정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는 의견을 반영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행사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올해 기억식은 유족들이 사회자 역할을 맡고 추모 프로그램을 직접 준비하는 등 주체적인 참여가 확대됐다.
기억식 1부는 최성영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의 개회로 시작됐으며, 뒤이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오 시장은 “함께하려는 마음이 실제 변화를 만든다”며 유족과 시민 모두가 서울시 생명안전망 구축에 함께 참여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 모임 ‘자작나무’의 동료지원가와 자치구 실무자에게 서울특별시장 공로상이 전달됐다.
‘자작나무’는 사별의 아픔을 경험한 유족들이 서로의 회복을 돕고 지지하는 모임으로, 이번 기억식 준비 과정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공로상을 수상한 동료지원가 A씨는 “아픔의 크기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지만 혼자 감당할 필요는 없다”며 유족들이 함께 회복의 길을 걸어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추모 프로그램은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켜는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조용한 묵념과 기도를 통해 고인을 떠올렸고, 추모 예술 공연과 에세이 북콘서트, 합창 공연 등이 이어지며 애도의 감정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유족 소모임 활동에서 나온 젠텡글 작품, 에세이, 걷기 기록 사진 등이 전시돼 참여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SNS 메시지를 적어 붙이는 참여형 추모 공간도 마련돼, 시민과 유족이 서로에게 지지의 말을 건네는 시간이 이어졌다.
기억식 2부에서는 동료지원가들의 주도 아래 관계별 자조모임이 운영됐다.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자녀 유족 등 관계별로 나눈 소모임에서 유족들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위로를 건넸다. 젠텡글 키링 만들기, 자기탐색 글쓰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돼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하거나 글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왔다.
한편,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완화하기 위한 ‘자살유족 인식 개선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다. 캠페인은 11월 24일부터 12월 7일까지 2주간 센터 공식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진행되며, 유족 인터뷰 영상과 자작나무 합창단의 자작곡 ‘선물’ 영상에 참여한 시민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선물을 제공한다.
센터는 이번 캠페인이 유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고 ‘애도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성영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은 “올해 기억식은 유족이 행사의 중심이 되어 스스로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억한 특별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동료지원가 활동과 유족 지원체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유족을 위한 회복 프로그램과 상담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더 자세한 안내는 유족지원팀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2025년 세계자살유족의 날을 맞아 ‘기억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행사로 유족들의 주체적 참여를 확대했다. 촛불 추모, 예술 공연, 자조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족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애도의 과정을 치유로 연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기억식과 병행된 인식 개선 캠페인은 유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완화하고 생명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소개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서울시민의 자살을 막기 위해 24시간 위기상담 전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형 생명지킴이 교육, 생명사랑 자살예방 캠페인, 생애주기별 자살예방사업, 자살 유족 긴급서비스 사업, 서울시 25개 자치구 대상 교육·간담회·심리지원연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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