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DNA 법안: 혁신인가, 규제의 복잡성인가?
디지털 네트워크의 중심에 선 인공지능(AI)은 현대 기술 발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며 급속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디지털 네트워크 법안(Digital Network Act, DNA)은 AI 기술 발전과 함께 디지털 인프라를 재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받는 한편, 과도한 규제와 복잡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겹치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2026년 4월 15일,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조대근 겸임교수는 '제8회 통신산업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EU DNA 법안에 대한 심층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조 교수는 이 법안이 주파수 관리, 인허가 절차, 차세대 네트워크 설계 등 통신 인프라 전반을 재설계하려는 전략적 시도이며, AI 시대에 필요한 연결 인프라의 독자성과 회복력을 높이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DNA 법안은 디지털 생태계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 EU 내부 시장의 활성화와 규제의 단순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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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해당 법안이 단순히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혁신적 기술 환경과 상응하는 인프라를 계획적으로 마련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EU 집행위원회가 내부 시장 강화, 규제 단순화, 지속 가능한 연결성 확보를 명시적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제도 설계 과정에서는 이러한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법안이 기존 통신 규제의 일부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여러 새로운 규제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전체적인 규제 구조가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DNA 법안에 대해 더욱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BEREC는 이 법안이 명확한 부가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서도 불필요한 규제 레이어를 추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여러 영역에 걸친 하위 규정들이 향후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러한 비판은 법안의 실효성과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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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법안의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명확한 정책 가이드라인의 부족입니다. 조 교수는 세미나에서 오픈 인터넷 규제나 디지털 생태계 협력과 같은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들이 법안 본문에 직접 명시되지 않고, 하위 규정인 BEREC 가이드라인에 위임되는 방식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네트워크 설계와 관련된 핵심 사안들—데이터 접근성 문제, 망 중립성 규제 등—이 본문에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은 채 향후 가이드라인 제정에 맡겨진 상태입니다.
이는 법안의 확정적인 역할과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며, 차후 행정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할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EU 내부 시장의 활성화와 규제의 단순화라는 목표는 타당하지만,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경제 주체들에게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AI 시대 규제를 설계하는 데 있어 '문제 해결형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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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히 규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 속에서 유연성과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합니다. 규제의 복잡성 증가는 여러 차원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 통신 사업자와 기술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 체계를 이해하고 준수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합니다.
둘째, 규제 해석의 불확실성은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고 혁신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셋째, 여러 하위 규정과 가이드라인이 순차적으로 발표되는 과정에서 규제 환경이 계속 변화하여, 장기적인 사업 계획 수립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BEREC의 비판은 특히 규제의 실질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규제 기구는 DNA 법안이 실제로 디지털 인프라의 질을 개선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지, 아니면 단순히 행정적 부담만 증가시키는지를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비판은 EU의 규제 정책이 때때로 이론적 완결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실무적 효율성을 간과할 수 있다는 오랜 우려를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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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네트워크 규제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
AI 시대의 네트워크 인프라는 단순한 통신 기반시설을 넘어 경제와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 생성형 AI, 자율주행 시스템, 스마트 시티 등 차세대 기술들은 모두 고도로 발전된 네트워크 인프라를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DNA 법안이 제시하는 규제 프레임워크는 단순히 통신 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EU 경제 전체의 디지털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조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DNA 법안은 AI 시대의 특수한 요구사항을 반영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AI 애플리케이션은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며, 이는 기존 네트워크 인프라에 새로운 요구사항을 부과합니다.
저지연성, 고대역폭, 안정성, 보안성 등이 모두 동시에 충족되어야 하는 복잡한 환경에서, 규제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기술적 요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와 규제 제정 속도 간의 불일치는 항상 정책 입안자들이 직면하는 근본적인 딜레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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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은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몇 개월 사이에도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규제 법안은 제정, 심의, 시행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DNA 법안이 현재 AI 기술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려 해도, 실제 시행 시점에는 기술 환경이 이미 크게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BEREC가 지적한 대로, 지나친 규제가 '족쇄'로 작용할 경우 신기술의 적용 속도를 떨어뜨리고 사회적 도입 과정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규제는 시장 실패를 교정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저해하고 경제적 역동성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AI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에서는 규제의 유연성과 적응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EU DNA 법안은 유럽 내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EU는 역사적으로 디지털 규제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으며, EU가 제정하는 규제는 종종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브뤼셀 효과(Brussels Effect)'를 발휘해 왔습니다.
DNA 법안 역시 다른 국가들의 디지털 인프라 규제 정책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EU의 규제 접근법이 모든 국가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각국의 기술 발전 수준, 산업 구조, 사회적 가치, 법적 전통 등이 다르기 때문에, EU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과는 다른 기술 생태계와 규제 문화를 가지고 있어, DNA 법안의 장단점을 신중히 분석하여 자국의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DNA 법안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이동통신 인프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5G 네트워크 구축에서도 글로벌 선두 주자입니다.
이러한 성과는 정부의 적극적인 ICT 정책과 민간 부문의 투자가 결합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기술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보장하는 균형적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도전 과제입니다. 한국의 통신 정책 입안자들은 EU DNA 법안이 제기하는 규제 복잡성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규제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은 기업들이 장기적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입니다. 불확실한 규제 환경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혁신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는 명확한 목표 설정, 구체적인 이행 방안, 충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합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규제와 혁신의 균형
조대근 교수가 세미나에서 강조한 '문제 해결형 접근'은 한국의 ICT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규제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며, 규제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AI 시대의 네트워크 인프라 규제는 실제 시장의 문제점—독과점, 서비스 품질 저하, 보안 취약성 등—을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DNA 법안의 사례는 또한 이해관계자 간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BEREC와 같은 전문 규제 기구가 법안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것은, 규제 정책이 실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통신 사업자, 기술 기업, 소비자 단체, 학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규제의 질을 높이고 실행 가능성을 제고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향후 DNA 법안은 시행 전까지 여러 논의와 수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정부, 유럽의회, 그리고 BEREC 등 규제 기구 간의 협상과 조정이 계속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법안의 구체적 내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특히 BEREC가 제기한 규제 복잡성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AI 시대의 디지털 인프라 규제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차원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적 과제입니다. 네트워크 인프라는 현대 사회의 필수 기반시설이며, 이에 대한 규제는 경제 성장, 사회적 포용, 국가 안보 등 다양한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DNA 법안이 이러한 복합적 목표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결론적으로, EU의 DNA 법안은 AI 시대의 디지털 네트워크 인프라를 재편하려는 야심찬 계획이지만, 그 과정에서 규제 복잡성이 증가하고 예측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해 있습니다. 2026년 4월 15일 제8회 통신산업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제기된 조대근 교수의 분석과 BEREC의 비판은, 이 법안이 당초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이는 단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AI 시대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는 데 참고해야 할 중요한 사례입니다.
규제는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공정성과 안전성을 보장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명확한 목표 설정,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규칙, 충분한 이해관계자 협의, 그리고 기술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 능력—이러한 요소들이 AI 시대 디지털 규제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EU DNA 법안의 향후 전개 과정은 전 세계 정책 입안자, 기술 기업,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학습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AI 시대 디지털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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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