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NYT 소송, 한국 언론을 비추는 거울

권력과 언론의 대립,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의 자유와 편향의 경계에서 민주주의가 흔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150억 달러라는 초대형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일단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수정 소장 제출 기회가 남아 있어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언론의 자유와 권력의 충돌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진; AI image. antnews>

트럼프는 뉴욕타임스를 급진 좌파의 대변자라고 비난하며 자신을 향한 일련의 보도가 허위이자 악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이를 언론 자유를 억압하려는 무의미한 소송으로 치부하며 맞서고 있다. 언론과 정치 권력의 대립이라는 구도는 미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번 사건은 그 긴장이 어느 정도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장면을 한국 사회에 비춰보면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 역시 주요 진보 성향 언론들이 보수 정치인에게 가혹할 정도로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온 전례가 있다. 특정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사실 확인보다 정치적 해석이 앞서는 경우, “비판적 언론이 아니라 정파적 언론이 되어버린다. 마치 뉴욕타임스가 트럼프를 향해 쏟아낸 보도들이 그의 지지층에게는 언론이 아닌 정치 행위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동양 고전에서도 언론(言論)의 본질은 늘 논쟁거리였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역사 기록을 통해 권력을 견제하려 했지만, 동시에 권력자 앞에서 고통스러운 희생을 치러야 했다. 춘추좌씨전에서도 필법지권(筆法之權)” 즉 글의 권력은 군주의 칼과 다르지 않다고 기록했다. 펜이 권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권력에 봉사할 수도 있다는 경계의식은 수천 년 전에도 존재했던 셈이다.

 

문제는 자유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본이다. 그러나 그 자유가 특정 이념과 편향에 기울 때, 오히려 민주주의를 좀먹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소송이 법적 승리를 거두기 어려울지라도, 그가 던진 화두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한다는 명분 아래 특정 진영의 도구로 전락할 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 전체다.

 

오늘날 한국 언론 역시 뉴욕타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 비판을 명분으로 삼지만, 정작 비판의 대상과 수위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무기라면, 그 무기를 휘두르는 손은 더욱 공정하고 책임감 있어야 한다.

 

트럼프의 소송은 우리 언론에도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펜을 정의롭게 쓰고 있는가?



작성 2025.10.28 08:57 수정 2025.10.2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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