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승객들. 대부분은 15초 ~ 1분짜리 영상 콘텐츠에 손가락을 머문다. 그런데 최근 이른바 ‘숏폼 영상’ 뒤편에서 짧고 강렬한 텍스트 콘텐츠가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말하자면, 영상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다시 글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심엔 텍스트 기반 숏폼 콘텐츠, 즉 ‘숏북(Shortbook)’이 있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영상 위주의 자극에 익숙하던 이들이 글로 전환하고 있다”며 “짧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집중이 가능한 텍스트가 새롭게 다가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영상 피로 이후 텍스트로의 전환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중심으로 한 영상 소비는 곧바로 반응을 일으킨다. 그만큼 자극적이고 즉각적이다. 하지만 이른바 ‘영상 피로’가 누적되면서, 한편에선 더 느리고 담담한 읽기를 찾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숏북은 이같은 변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전자책을 읽기 위해 복잡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전용 리더기를 구매해야 했다. 또한 종이책을 단순히 디지털로 옮긴 형태가 많아, 읽기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에 비해 숏북은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짧은 분량의 텍스트 콘텐츠다. 일반적으로 10분에서 30분 이내에 완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내용이 간결하고 개성이 뚜렷하기에, 저자의 생각이나 스타일이 더 바로 드러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읽기’가 영상의 템포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서 통계가 보여주는 변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이 최근 1년간 전자책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19.4%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2024
동기간 성인의 종합 독서율(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포함)은 43.0%였다.
이 같은 수치는 전자책 등 ‘읽기 매체’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종이책 위주였던 읽기 방식이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되며, 숏북 같은 새로운 형식이 성장의 틈새에 들어가는 것이다.
숏북 플랫폼이 갖춘 특징
- 짧은 분량·높은 접근성: 10 ~ 30분이면 한 권을 읽을 수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담이 적다.
- 크리에이터 중심 모델: 글쓴이가 자신의 문체로 숏북을 출간하고, 독자와 댓글로 직접 소통하며 수정이 가능하다.
- 읽기 + 커뮤니티 구조: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창작자와 독자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참여하는 형태다.
- 스마트폰 최적화: 별도 리더기나 복잡한 설치 없이 스마트폰으로 바로 접근 가능하다.
숏북 플랫폼을 운영하는 콘다 주식회사의 장용하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이 갖고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순히 종이책을 그대로 옮긴 형태로는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매체로서 한계가 있었다.
처음부터 스마트폰에 맞게 제작된 짧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숏북’은 전자책의 장점을 모두 갖추면서, 요즘 세대의 숏폼 욕구와도 부합한다. 영상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텍스트로 전환하며 집중력을 회복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숏북 읽을 수 있는 플랫폼, 콘다
숏북의 확산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을 동반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숏북 전용 플랫폼을 운영 중인 곳은 콘다(Condaa) 주식회사가 유일하다.
콘다는 ‘숏북’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하고 상용화한 기업으로, 누구나 손쉽게 짧은 전자책을 출간하고, 실시간으로 판매·정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실제로 이 플랫폼에서는 하루 수십 건의 숏북이 새로 등록되고 있으며, 월 1,000권 이상, 연간 최소 1만 권 이상의 콘텐츠가 꾸준히 발행되고 있다. 모든 콘텐츠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텍스트 중심 포맷으로, 별도 리더기나 앱 설치 없이 바로 읽을 수 있다.
플랫폼 관계자는 “우리는 ‘읽는 콘텐츠의 다이소’를 지향한다”며 “짧고 밀도 높은 텍스트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숏북은 이제 단순한 콘텐츠 형식을 넘어, 창작과 유통 방식 자체를 재편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숏북이 지닌 가능성은 작지 않다. 이는 단순히 텍스트 기반 콘텐츠의 재등장이라기보다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읽는 행위 자체의 재정의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결론 — 읽기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숏폼 영상이 소비를 지배하던 시대, 이제는 그 반작용으로 짧지만 의미 있는 읽기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텍스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짧은 글이 던지는 메시지, 스마트폰 위에서 이루어지는 읽기의 경험, 그리고 창작자와 독자의 실시간 상호작용…
이것이 숏북이 제시하는 새로운 읽기의 풍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