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편지에서 자산의 급상승을 이야기하며, 호쿠사이의 <큰 파도> 속 흔들리는 배 이미지를 공유했습니다. 그 흔들림 속에서도 작가들의 문장에 기대어 다시금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붙잡겠노라고 다짐했었죠.
그런데 오늘, 목요편지를 쓰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깊은 불편함이 찾아옵니다. 지난주의 다짐이 내 삶 속에서는 아무 변화도 일으키지 못한 채, 그저 편지 한통으로만 남아버린 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때의 마음은 분명 진심이었지만, 현실의 나는 여전히 흔들림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잃을까 두려워하면서도 어느 자산이 가장 오르는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마음. 깊이 파고들 용기는 없으면서도 얄팍한 욕심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흔 중반의 직장인으로, 남편이자 아빠로 살아가는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에서는 무엇이든 척척해내는 거 같지만, 현실은 겨우 버텨내는 모양입니다. 글을 쓰는 동안 잠시 멈췄던 불안이 삶 속에서는 불쑥 튀어나오는 셈입니다.
아주 부끄러운 고백입니다만, 가끔 제 글을 다시 읽다 보면, ‘잘 썼다’는 생각이 스칠 때가 있습니다. 혹여나 제 글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들, 그 고결한 글을 쓴 장본인이 제자리에서 맴돌고만 있다면, 그만큼 공허하고 안타까운 일이 또 있을까요.
그동안 보내드렸던 편지가 혹시 독자분들에게 훈수나 두는 무례를 범한 것은 아닌지도 돌아봅니다.
‘어떻게 하면 글과 삶이 일치할 수 있을까.’
어쩌면 글과 삶이 다른 이유는 속성의 차이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글은 여러 번 고치고 다듬을수록 점차 나아지지만, 말과 행동은 한 번 뱉으면 되돌릴 수 없죠. 그래서 글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지만, 삶은 늘 어설프고 불완전하게 남는 듯합니다.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높이 세운 건 아닐까요. 이제는 그 간극을 인정하려 합니다. 글과 삶이 다르더라도, 그 둘의 주체는 전부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완벽한 이상 대신, 이 부끄럽고 불안한 감정을 기록하는 것부터 해야겠습니다. 삶이 글의 다짐을 외면하더라도, 글이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그 간극을 꾸준히 바라보고 기록하는 이 시간이 언젠가는 나를 조금씩 움직이게 하리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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