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다가오면 유난히 생각나는 향기가 있다. 고소한 호두 냄새와 달콤한 팥향이 어우러진 호두과자는 한국인의 기억 속 깊은 곳에 자리한 ‘겨울의 정서’다. 기차역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종이 봉투를 손에 쥐고, 한입 베어 물 때 느껴지는 따뜻함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세대를 잇는 감성의 상징이 되었다.
최근 들어 ‘구움과자’라는 트렌드가 젊은 세대에게 다시 주목받으면서, 전통 호두과자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전통 간식이 아닌, ‘가볍고 부담 없는 디저트’로서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손난로 간식, 호두과자의 역사
호두과자는 1934년 충청남도 천안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천안 호두과자’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간식은, 당시 일본식 도라야키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식으로 재 탄생한 대표적인 구움과자다.
뜨거운 철판 사이에서 구워져 나오는 작은 과자 속에는 달콤한 팥소가 들어 있고, 겉 면은 바삭하면서도 부드럽다. 이 소박한 간식은 전쟁 직후의 궁핍한 시대에도, 가족의 소박한 행복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특히 겨울철, 호두과자는 손을 녹여주는 ‘먹는 손난로’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당시 역 주변의 매대에서 갓 구워진 호두과자를 사 들고 기차에 오르던 풍경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남아 있다.
구움 과자의 부드러운 진화 — 전통을 잇는 새로운 시도들
최근 제과 트렌드는 ‘구움과자 리메이크’라 불릴 만큼 다채롭다. 전통적인 레시피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들은 기존의 팥소 대신 크림치즈, 초콜릿, 고구마, 피스타치오 등을 넣어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또한 밀가루 대신 현미가루, 아몬드가루를 활용해 글루텐 부담을 줄이는 시도도 늘고 있다.
그 결과, 호두과자는 ‘올드한 전통 간식’이 아니라, ‘세련된 구움 디저트’로 재평가되고 있다.
‘가볍지만 깊은 맛’ 소비 트렌드에 맞는 겨울 간식의 부활
2020년대의 소비 키워드는 ‘가벼움’과 ‘건강’이다.
무겁고 달기만 한 케이크 대신, 작지만 진한 맛을 가진 구움과자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호두과자는 이런 트렌드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한입 크기, 적당한 단맛, 고소한 호두 풍미는 커피 한 잔과 어울리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일상 속 디저트’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과 편의점에서는 냉동 호두과자, 구워 먹는 미니 호두과자 등 간편식 형태로의 변신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호두과자는 단순히 ‘기차 간식’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디저트’로 진화하고 있다.
지역 명물에서 전국 국민 간식으로, 호두과자의 브랜드화 전략
호두과자의 인기는 단순한 향수에 그치지 않는다. 각 지역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호두과자를 개발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품목으로 활용하고 있다.
천안을 비롯해 공주, 대전, 전주 등에서는 지역 특산물과 결합한 이색 호두과자를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밤 호두과자’나 ‘홍삼 호두과자’, ‘유자 호두과자’ 등이 있다.
호두과자는 ‘전통 간식’에서 ‘지역 브랜드’로, 그리고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구움 디저트로 재도약하고 있다.
호두과자는 단지 과자가 아니다.
세대를 잇는 정서, 겨울의 따뜻함, 그리고 한국적인 맛의 상징이다.
빠르게 변하는 디저트 시장 속에서도 호두과자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그 ‘친숙함’과 ‘정직한 맛’ 때문이다.
이제 호두과자는 과거의 향수를 넘어, 새로운 세대의 감성을 담은 ‘재발견된 구움과자’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