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의 내가 보내온 편지
며칠 전, 아버지께서 휴대폰을 내밀며 말씀하셨다. “내 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건데, 한 번 읽어보렴.” 화면에는 낡은 노트 한 권이 찍혀 있었다. ‘2005. 2. 19. 토요일.’ 그 아래에는 짧은 제목, “토요일.”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20년 전 내가 쓴 일기였다. 이미 잊고 살았던 글,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문장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며 마치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일기의 주제는 ‘감사’였다.
변하지 않은 단어, 감사
중학생이던 나는 세상을 다 알지 못했지만, 이미 ‘감사’라는 단어를 일기에 적고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글을 쓸 때마다 ‘감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묘한 울림이 마음을 채웠다. “그때도 감사, 지금도 감사. 결국 나는 한결같은 사람으로 살아왔구나.” 감사는 나의 글쓰기의 출발점이자,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평생 주제이자, 인생의 중심에 놓인 가치였는지도 모른다. 감사를 잊지 않는 사람은, 삶을 잃지 않는다.
또 한 장의 일기, 상실의 기록
아버지는 두 번째 사진을 보여주셨다. ‘2005. 2. 20. 일요일.’ 제목은 “소중한 것을 잃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 한 문장에서 이미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시절 나는 동생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고 방황하던 중이었다. 세상을 향해 마음을 닫고 있을 때, 나를 다시 세상으로 이끌어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중학교 담임선생님이었다.
그분은 누구보다 자주 내 이름을 불러주었고, 언제나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주셨다. 그 신뢰가 내 안의 용기를 깨웠다. 그 결과 반장을 맡고, 전교회장에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3학년을 앞두고 선생님이 전근을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허전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의 마음이 고스란히 일기 속 문장으로 남아 있었다.
16살의 나, 지금의 나
며칠 후, 나는 그 일기장을 직접 보았다. 색이 바랜 노트 한 권 속에는 16살의 내가 있었다. 그 시절의 슬픔, 감동, 후회,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읽는 동안 눈시울이 붉어졌다. 기억은 희미해져도 기록은 남는다. 그 기록이야말로 시간을 잇는 다리였다. 20년이 흘렀지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기록이 남기는 유산
나는 20살 무렵부터 매일 일기를 써왔다. 그 습관이 쌓여 지금의 ‘일상생활소통연구소’가 되었다. 삶의 순간을 글로 남기고, 그것을 나누는 일이 내 일상이자 사명이 되었다. 기록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존재의 증거였다. 20년 전의 일기장이 증명해주듯, 기록은 사라지는 시간을 견디게 하고 잊혀질 감정을 다시 불러낸다. 오늘의 기록이 내일의 나를 일으켜 세우듯, 지금 쓰는 이 글 또한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함께 던지는 질문
우리는 매일 수많은 감정과 생각을 지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그것들은 쉽게 사라진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기록은 남는다. 그 기록이 결국 당신의 서사를 만든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있는가. 그 질문이 오늘 당신의 펜을 움직이게 하길 바란다.
삶은 흘러가지만, 기록은 남는다. 그리고 그 기록이 나를 다시 살아 있게 한다.
20년 전의 일기장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시간의 편지였다. 감사로 시작된 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그 감사가 내 삶의 근육이 되어 나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오늘의 감정, 오늘의 생각, 오늘의 감사를 기록하겠다고. 언젠가 내 자서전의 첫 장에는 이렇게 쓰고 싶다. “감사로 시작해, 감사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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