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만 작가의 첫 시집 ‘나는 누구인가’(출판사 반달뜨는꽃섬)가 출간됐다. 스무 살 청년이 시인을 꿈꾸었으나 삶의 격랑 속에서 그 꿈을 미뤄야 했던 시간, 그리고 35년의 침묵 끝에 마침내 터져 나온 언어가 눈물과 함께 이 책 속에 담겼다.
이 시집은 단순한 시 모음집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기 존재의 가장 깊은 질문 앞에서 흘려낸 기록이다. 시인은 “시를 쓰고 낭독하면서 울지 않은 사람은 시인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실제로 원고를 쓰고 고쳐 읽는 동안 수차례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한다. 그 눈물은 슬픔의 산물이자 희망의 물방울이었다. 낯선 땅에서 25년을 떠돌며 겪은 삶의 무게, 가족과 떨어져 지낸 이방인의 고독,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예술과 사랑이 언어 속에 녹아 있다.
시집의 언어는 뜨겁지만 동시에 맑다. 일상의 사소한 풍경을 붙잡아 보편의 언어로 확장한다. 빨래가 웃는 순간, 이끼에 매달린 생명, 기러기 아빠의 새벽 눈물 같은 이미지들은 한 개인의 자전적 체험을 넘어 모든 이의 기억과 맞닿는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곧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시집이 지닌 인문학적 결이다. 단순한 감정의 토로가 아니라 존재와 예술, 사랑과 희망에 대한 사유로 나아간다. 가족에게 진 빚을 고백하면서도 그것을 단순한 회한이 아니라 ‘사랑의 채권자’라는 새로운 정의로 바꾸고, 절대 고독을 노래하면서도 그 고독이야말로 글을 적고 존재를 성찰하게 하는 원천임을 드러낸다.
늦게 도착한 첫 시집이지만, 그 늦음은 결핍이 아니라 깊이다. 삶의 눈물과 비를 통과한 언어만이 지닐 수 있는 울림을 담아낸 ‘나는 누구인가’는, 개인의 고백을 넘어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목소리로 다가온다.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