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 가게보다 무조건 싸게!"
창업 초기,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사장님이 '최저가' 전략을 선택합니다. 물론 가격 경쟁력은 중요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왜 이 가격에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계산 없이 무작정 가격을 낮추는 것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로 내리막길을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수익 없는 장사'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 결정은 감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내 사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죠. 오늘은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제대로 된' 가격표를 붙이는 방법, 즉 팔아도 손해 보지 않는 최소한의 마지노선, '손익분기점(BEP)'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손익분기점(BEP), 팔아도 밑지지 않는 최소 판매량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이란, 말 그대로 총수익과 총비용이 같아져 이익도 손해도 없는 '0'이 되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즉, "최소한 몇 개(혹은 얼마어치)를 팔아야 본전치기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이 지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비로소 '진짜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는 공식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내 사업의 비용을 두 가지로 나눠야 합니다.
고정비: 매출과 상관없이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 (ex: 사무실 월세, 직원 고정급, 서버비 등)
변동비: 상품 1개를 더 팔 때마다 추가로 드는 비용 (ex: 제품 원가, 포장비, 판매 수수료 등)
이 두 가지만 알면, 손익분기점 판매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 손익분기점 판매량 = 고정비 ÷ (판매 가격 - 개당 변동비)
예를 들어볼까요? 당신이 1만 원짜리 티셔츠를 판다고 합시다. 티셔츠의 사입 원가와 포장비를 합친 개당 변동비는 4,000원입니다. 그리고 매달 나가는 사무실 월세와 인건비 등 고정비는 총 600만 원입니다. 이 경우 손익분기점 판매량은 얼마일까요?
6,000,000원 ÷ (10,000원 - 4,000원) = 1,000개.
즉, 한 달에 티셔츠를 최소 1,000개는 팔아야 월세 내고 인건비 주고 나면 '본전'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1,001개째부터 팔리는 티셔츠 한 장당 6,000원의 이익이 남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의 목표가 월 300만 원 순이익이라면? (고정비+목표이익) ÷ (판매가-변동비), 즉 (600만+300만) ÷ 6,000원 = 1,500개를 팔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세워집니다.
[판단 기준] 내 비즈니스에 맞는 가격 전략 세우기
손익분기점을 통해 '최소한 받아야 할 가격'의 기준이 섰다면, 이제 '최대한 받을 수 있는 가격'을 찾아야 합니다. 가격 전략은 크게 3가지 접근법이 있습니다.
1. 원가 기반 가격 책정 (Cost-plus Pricing)
방법: 제품 원가에 내가 원하는 이익(마진)을 더해서 가격을 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입니다. (ex: 원가 4,000원짜리 티셔츠에 150% 마진을 붙여 10,000원에 판다)
장점: 계산이 간단하고 명확하며,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단점: 경쟁 환경이나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고려하지 않아, 너무 비싸게 책정되거나 반대로 더 받을 수 있는 이익을 놓칠 수 있습니다.
2. 경쟁사 기반 가격 책정 (Competition-based Pricing)
방법: 시장의 유사한 경쟁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그보다 조금 높거나 낮게, 혹은 비슷하게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장점: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가격 수준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가격 때문에 고객을 잃을 위험이 적습니다.
단점: 경쟁사의 가격 인하 경쟁에 휘말리기 쉽고, '우리 제품만의 가치'를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저가 경쟁은 결국 모두가 패배하는 '치킨 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고객 가치 기반 가격 책정 (Value-based Pricing)
방법: 우리 제품/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가장 진보된 방식입니다. (ex: "이 유기농 이유식을 먹이면 우리 아이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가치에 고객은 기꺼이 2배의 가격을 지불한다)
장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단점: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고, 그 가치를 고객에게 설득하는 데 많은 마케팅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고의 가격 전략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고려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고객도 만족하는' 최적의 지점(Sweet Spot)을 찾는 것입니다. 단순히 싸게 파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내 제품의 가치를 당당하게 가격표에 담아내고, 그 이유를 고객에게 설득할 수 있는 사장님이 결국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습니다. 지금 당신의 가격표에는 어떤 전략이 담겨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