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한 톳의 바다

이숨

 

한 톳의 바다

 

 

김발이 회진항 바다에 털리고 있다

네모난 각 안에서 뒤척였던 김의 자취를 본다

촘촘한 그물망에 걸려온 물김이 

처마 밑 고드름처럼 고무통에 고일 때 

수도꼭지에서 콸콸 물이 쏟아진다

 

김과 섞인 물이 네모난 틀을 빠져나가면 

멍석이 받아 안을 시간이다

네모난 건장의 네모난 발장에 

네모난 한낮이 겹쳐진다 

 

천만 평의 햇볕이 다녀가고

만 평의 바람이 젖은 김을 만지고 간다

바닷물도 찬물과 따뜻한 물이 뒤집히듯 

김발은 잡태가 끼기 전에 뒤집어야 한다

 

김이 말라가고 있다 

채취된 몇 날에서 불순물 빠지고 

바다의 깊이가 모두 건조되면 

회진항 바다가 한 톳으로 묶인다

 

 

[이숨]

2018년 『착각의 시학』 등단

시집 『구름 아나키스트』

제12회 정읍사문학상 대상

제19회 중봉조헌문학상 우수상 등 수상

작성 2026.07.15 09:26 수정 2026.07.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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