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야 한다고 외치던 사람이, 정작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마주 앉았다는 이야기다. 뉴욕타임스(NYT)는 7월 13일, 모사드가 수년에 걸쳐 이란 전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를 포섭하려 했고 이슬람공화국 붕괴 이후의 지도자로 세우려 했다고 보도했다. 무대는 부다페스트의 한 대학이 주최한 기후변화 회의였다고 한다. 아마디네자드 측은 즉각 "할리우드식 거짓"이라며 전면 부인했고, 모사드는 침묵했다. 모사드 작전, 이란 정권교체, 아마디네자드 가택연금이라는 세 단어가 이번 주 중동 정세의 중심에 섰다. 진실이 무엇이든, 이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은 무겁다.
왜 하필 그 사람인가
아마디네자드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이란 대통령을 지냈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이스라엘의 소멸을 공공연히 말했으며, 핵 프로그램을 밀어붙인 강경파의 얼굴이다. 그런 그가 퇴임 후에는 이란 성직자 지배 체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두 차례 대선 출마가 후보 자격 심사에서 막히면서 체제 밖으로 밀려났다. NYT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바로 이 균열을 노렸다. 미국 관리들은 이슬람 공화국이 무너질 경우 그가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대안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이스라엘이 판단했다고 전한다. 적의 언어를 가장 잘 아는 자를 적의 심장에 세우려 한 셈이다.
무엇이 보도되었나
보도의 핵심 장면은 2024년 초 부다페스트다. 헝가리 고위 당국자가 루도비카 공공행정대학 총장 게르게이 델리에게 아마디네자드를 기후변화 회의에 초청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회의는 이스라엘 정보요원과의 비밀 접촉을 위한 위장막이었다고 NYT는 전한다. 이후 당시 모사드 수장 다비드 바르네아가 직접 부다페스트로 날아가 그를 만났고, 모사드는 접촉선이 열렸다고 미 중앙정보국(CIA)에 알렸다는 것이 전직 미국 관리들의 진술이다. 이스라엘이 여행·숙박 비용을 대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계획은 정치 접촉에 그치지 않았다. 북부 이라크의 이란계 쿠르드 세력을 훈련·무장시켜 정권교체 시나리오에 활용하려 했다는 대목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 구상은 끝내 현실이 되지 못했다.
총장의 고백, 그리고 장례 행렬의 침묵
이 보도에서 유일하게 실명으로 입을 연 사람은 델리 총장이다. 그는 초청 요청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두 적수가 대화하려 한다면 그 자리를 만들어 주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다. 대화가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변론이었다. 스스로를 '앞잡이(Strohmann)'라 표현했다는 대목에 이 사건의 씁쓸함이 응축되어 있다.
전쟁이 터진 뒤 아마디네자드는 자취를 감췄다. 사망설까지 돌았다. 그가 다시 나타난 것은 넉 달 뒤, 살해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행렬에서였다. 고개를 숙인 채 경호원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란 고위 관리들은 혁명수비대 정보 조직이 그의 대외 접촉을 포착했고, 지금은 가택연금 상태라고 NYT에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진실 앞에서
기록해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아마디네자드 측은 이 보도가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조작이라고 일축했다. 모사드는 답하지 않았다. 익명의 관리들이 전부인 이야기 앞에서 언론은 겸손해야 한다. 그러나 이 서사가 사실이든 심리전이든, 드러난 진실은 하나다. 이란의 권력 내부가 그만큼 얇아졌다는 것, 그리고 어제의 강경파가 오늘의 협력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이념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신념으로 세운 성벽도 사람의 원한과 배신 앞에서는 종잇장이 된다. 부다페스트의 회의장은 이제 정치의 무대가 아니라, 인간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