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사득환] 기후위기시대 하천복원 방안: 하천정비를 넘어 지속가능한 ‘회복력의 강’으로

▲사득환/경동대학교 교수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후를 경험하고 있다. 여름이면 기록적 폭우가 도시를 덮치고, 겨울과 봄에는 극심한 가뭄이 반복되곤 한다. 과거에는 “100년에 한 번이라고 불리던 재난이 이제는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환경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삶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위기가 되었다.

 

기후위기시대에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공간은 바로 하천이다. 하천은 기후변화의 충격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장소이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범람하고, 가뭄이 지속되면 바닥을 드러낸다. 수온상승과 수질악화는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하천정책은 여전히 과거 산업화 시대의 토목중심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하천정비가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하천복원이 필요하다. 하천을 인간이 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기후적응과 생태회복의 핵심 인프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하천정책은 오랫동안 치수(治水) 중심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홍수예방과 용수확보는 중요한 국가과제였다. 그 과정에서 하천은 직선화되었고,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싸였으며, 하상준설과 인공구조물 설치가 반복되었다. 필자의 시골집 앞 자연하천을 가로막고 있는 콘크리트 물막이댐도, 콘크리트 제방도 모두 이제는 흉물이 되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홍수피해를 줄이거나 캠핑객 유입의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하천의 자연적 회복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원래 자연하천은 스스로 홍수를 조절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강 주변의 범람원과 습지는 폭우 시 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천천히 흘려보낸다. 모래톱과 곡류하천은 유속을 분산시켜 침식을 완화한다. 그러나 하천을 막아서 만든 콘크리트 물막이는 건천화를 통해 수질을 오염시키고 물의 흐름을 지나치게 빠르게 만들면서 결국 하류지역의 홍수위험을 증가시킨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하천은 지하수 함양기능도 약화시켜 가뭄에 더욱 취약해진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강수패턴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은 증가추세이지만 비가 내리는 일수는 줄고 있다. , 짧은 시간에 강한 비가 여름철을 중심으로 집중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시간당 100mm가 넘는 극한호우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도시하천과 지방하천 모두 감당할 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토목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방을 더 높이고 하천을 더 깊게 파는 방식으로는 이제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오히려 물을 자연스럽게 분산시키고 저장할 수 있는 생태적 접근이 요구된다.

 

유럽은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의 강에게 공간을 돌려주기(Room for the River)” 정책이다.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제방강화 중심의 홍수대책을 추진해 왔지만, 기후변화로 한계를 체감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도입했다. 단순히 물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강에게 물이 흐를 공간을 돌려주는 것이다. 제방을 후퇴시키고 범람원을 복원하며 습지를 확대했다. 그 결과 홍수위험은 줄어들고 생태계는 회복되었다. 독일과 덴마크 역시 자연형 하천복원을 국가 기후적응 정책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이 그것이다. OECD와 유럽환경청은 습지·하천·산림 복원이 단순 환경보호를 넘어 경제적 비용절감 효과를 가진다고 분석한다. 자연 생태계가 수행하는 홍수 저감, 수질정화, 탄소흡수 기능이 인공 인프라보다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더 이상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지방하천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의 하천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지역생태와 지역 공동체의 기반이다. 그러나 많은 지방하천은 여전히 개발논리에 따라 획일적으로 정비되고 있다. 콘크리트 호안과 직선형 수로는 유지관리 비용도 크고 생태적 가치도 낮다.

 

이제는 하천복원을 단순 환경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하천의 홍수저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범람원과 습지를 복원하고, 하천주변 녹지를 확대해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에서도 빗물을 빠르게 배수하는 방식보다 침투와 저장중심의 물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생태 연결성을 회복해야 한다. 전국의 많은 하천은 보와 낙차공으로 단절돼 있다. 물고기의 이동이 차단되고 수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자연형 어도 설치와 생태복원을 통해 하천의 흐름 자체를 회복해야 한다. 이는 단지 생물다양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생태계는 수질정화와 수온 조절기능을 통해 인간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셋째, 하천복원을 지역소멸 대응전략과 연계해야 한다. 유럽의 여러 중소도시는 하천을 중심으로 도시재생과 관광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친수공간과 생태공원, 자전거길과 문화시설을 결합해 체류형 경제를 만드는 에코뮤지엄(Ecomuseum)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순천만 국가정원이나 여러 생태하천 사례에서 보듯 자연환경은 중요한 지역자산이 될 수 있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하천복원이 단순 환경정책을 넘어 정주여건의 개선정책이 될 수 있다. 깨끗한 수변환경은 귀농·귀촌과 체류형 관광수요를 높인다. 청년층과 가족단위 인구가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생활기반이 되는 것이다. 결국 하천은 단순한 자연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경쟁력과 연결된다.

 

물론 하천복원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사업은 아니다. 토목공사처럼 눈에 띄는 구조물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는 빠른 개발보다 지속가능한 회복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얼마나 크게 개발했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가 경쟁력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철학의 변화이다. 지금까지의 하천정책은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그 오만함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자연을 지나치게 인공화할수록 재난은 더 커지고, 복구비용은 더 증가한다.

 

강은 단순한 배수로가 아니다. 생태계의 혈관이며,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생명 인프라이다. 앞으로의 하천정책은 개발중심의 토목행정에서 생태와 회복력 중심의 기후행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하천복원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전략이다. 인간이 강을 지배하려 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강과 공존하는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기후대응이자 지속가능한 국가의 길이다.

 


사득환 / 행정학박사

경동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공공ESG학회 회장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부회장

서울특별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작성 2026.07.14 23:35 수정 2026.07.1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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