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움이 키우는 중독 위험… 서울시민 80만 명 '사회적 고립' 경고등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중독 위험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민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알코올, 약물, 스마트폰 등 다양한 중독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로움이 심한 시민일수록 약물 경험과 알코올 사용장애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돼 중독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사회적 연결망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14일 '2026 서울시 4대 중독 위험도 및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 차원에서 처음으로 알코올, 도박, 약물, 스마트폰 등 4대 중독 위험 수준과 시민 인식을 함께 분석한 조사다.
외로움 위험군 절반 육박… 약물 경험은 일반 시민의 2배 이상
조사 결과 서울시민의 44.8%가 외로움 또는 사회적 고립 위험군에 포함됐다. 이는 정서적 고립을 경험하는 시민이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는 의미다.
특히 외로움 고위험군의 약물 경험률은 32.1%로 일반군의 13.9%보다 약 2.3배 높게 나타났다. 알코올 사용장애 위험 역시 일반군보다 1.5~2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결과는 중독이 단순한 개인 행동이 아니라 외로움과 사회적 단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로 평가된다.
시민이 가장 걱정한 것은 마약… 실제 문제는 처방약 오남용
중독에 대한 시민 인식과 실제 위험 요인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도 확인됐다.
서울시민은 앞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중독 분야로 약물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전체 응답자의 42.7%가 약물을 최우선 관리 대상으로 꼽았다.
그러나 실제 약물 경험자의 상당수는 불법 마약이 아니라 수면제, 신경안정제, 수면 마취제, 체중감량 목적의 처방약 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마약 단속 중심 정책만으로는 현실적인 약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의료기관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처방약 관리 체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알코올 위험도 높지만 사회적 경각심은 부족
음주 경험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1%는 위험음주 또는 알코올 사용장애군으로 분류됐다. 임상적 개입이 필요한 수준의 비율이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알코올이 세 번째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관대한 음주 문화가 위험 신호를 가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첫 음주 시기는 만 19세에서 24세 사이가 76.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청년층의 스마트폰 사용도 두드러졌다.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이 60%를 넘어서며 청년층이 다양한 중독 위험에 동시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는 알고 있지만 이용은 하지 않는다
중독 관련 지원체계의 접근성 문제도 확인됐다.
서울시 중독 지원기관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시민은 69.3%였지만 실제 이용 경험은 8.6%에 그쳤다. 인지와 실제 이용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특히 문제도박군과 알코올 사용장애군 등 실제 고위험군일수록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77.3%로 가장 높았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특성이 서비스 이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도 도움기관을 알지 못하거나 어디에 상담을 요청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응답, 개인정보 노출이나 낙인에 대한 우려, 시간과 거리 등 물리적 제약, 비용 부담 등이 서비스 접근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조사됐다.
무료·근접·익명 서비스 요구 높아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서비스 조건은 비용 부담이 없는 지원이었다. 이어 가까운 이용 장소와 익명성 보장이 뒤를 이었다.
무료 이용, 생활권 내 접근성, 개인정보 보호 등 세 가지 조건이 전체 응답의 약 65%를 차지하면서 시민들은 상담과 치료 이전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사회적 연결 회복 중심 정책 추진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이기연 센터장은 이번 조사 결과가 서울시에서 약 80만 명 규모로 추산되는 외로움 및 사회적 고립 위험군이 중독과 정신건강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독 정책을 단순한 예방과 단속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적 연결성을 회복하는 통합 정책으로 재설계하고, 제3차 서울시 정신건강 종합계획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는 앞으로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중독 위험 변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조사 결과를 예방 정책과 지역사회 협력체계 구축, 맞춤형 개입 전략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주요 결과는 오는 9월 열릴 중독대응 포럼에서 전문가 및 관계기관과 공유하며 정책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시민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약물과 알코올을 비롯한 중독 위험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은 강력한 단속보다 무료, 접근성, 익명성이 보장되는 상담과 지원체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연결 회복 중심의 중독 정책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독은 더 이상 개인의 의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다. 외로움과 고립을 줄이고 누구나 부담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인 중독 예방 정책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이번 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소개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2005년 전국 최초로 개소한 광역형 정신건강복지센터다. 서울시민들의 정신건강 향상과 정신질환 예방,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있는 시민도 더불어 살며 회복되는 행복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정신건강증진기관들과 협력해 다양하고 전문적인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