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남부 철도망, 다시 불붙는 100만 시민의 염원
수도권 남부의 대동맥을 완성할 국책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분당선 연장 사업(기흥~동탄~오산)'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지난 2021년 7월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 사업으로 공식 반영된 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그러나 국가가 그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선정의 문턱을 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실제 지난 2026년 3월 기획재정부 예타 대상사업 심의에서 제외되는 고배를 마시며 수도권 남부 출퇴근 지옥을 겪는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이에 경기 용인시, 화성시, 오산시 등 3개 지자체는 수백만 시민의 염원을 담아 공동 전선을 재구축하고 정부를 향해 조속한 예타 추진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분당선 기흥~오산 연장은 단순한 지역 민원 해결용 전철이 아니다.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반도체 전략 산업의 물류와 인적 교류를 돕는 핵심 혈관이며, 사통팔달 교통망의 마지막 연결고리이다. 지연되고 있는 철도 행정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이른바 '반도체 철도 동맹'으로 일컬어지는 지자체 공동 대응의 막전막후를 심층 진단한다.

용인·화성·오산 3개 지자체의 '철도 동맹'과 공동 대응의 이면
과거 각개전투 형식으로 정부의 문을 두드렸던 지자체들이 이번에는 완전히 하나로 뭉쳤다. 분당선 연장 사업은 기흥역에서 출발해 동탄2신도시를 거쳐 수도권 전철 1호선 오산대역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6.9km의 복선전철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약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로 단일 지자체의 역량만으로는 정부를 설득하기 역부족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3개 지자체 행정 수장들은 경기도와 힘을 합쳐 기획재정부 재정성과국 등 정부 핵심 부처를 직접 방문하며 조속한 예타 대상 선정을 건의하는 공동 행보를 보인다. 이들이 구축한 연대의 핵심은 광역 교통망 분담이다. 용인의 신갈·보라지구의 상습 정체 해소, 화성 동탄테크노밸리와 동탄역의 광역 환승 기능 강화, 그리고 오산 세교신도시 주민들의 서울 접근성 개선이라는 이해관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공동 용역을 통해 노선의 대안을 검토하고 건설비를 낮출 수 있는 실무적 방안을 논의하는 등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는 실무 협력 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삼성과 SK가 이끄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핵심 배후망
이 사업의 경제적 가치와 정책적 타당성을 완전히 새롭게 바꾼 결정적 계기는 바로 정부의 반도체 국가 첨단산업단지 전략이다. 용인 남사와 원삼 일대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가시화되고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면서, 경기 남부 일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철도 동맹 노선이 지나가는 길목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화성캠퍼스, 그리고 동탄 테크노밸리와 직접 연결된다. 수만 명에 이르는 고도로 숙련된 연구원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매일 이 구간을 이동해야 하지만 현 도로 교통 체증은 이미 포화 상태를 넘어섰다. 반도체 생산 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에 맞물려 교통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물류와 인력 수송의 비효율로 인해 국가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 기흥~오산 연장선은 국가 전략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가장 확실한 물리적 기반시설이다.
낮은 B/C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 공식과 극복 과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의 철저한 예산 통제 논리 앞에서는 사업성 지표인 '비용대비 편익(B/C)' 수치가 발목을 잡는다. 과거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지표가 기준치를 밑돌았던 탓에 국토교통부와 철도공단은 용역 기간을 연장해가며 사업비를 낮추고 수요를 발굴하는 데 골몰해 왔다. 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비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 사업비를 최소화하는 대안 노선 설계가 급선무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오산 세교3지구가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배후 인구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용인 기흥 일대 플랫폼시티와 국가산단 배후 주거단지 건설도 본격적으로 구체화되었다. 고정 교통 수요가 대폭 늘어난 만큼 신규 데이터를 적극 반영한 정밀 수치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예타 통과 기준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철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자체들은 수송 수요 예측 모델에 정부의 최신 국책 사업 계획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타당성 논리를 강력히 보완하고 있다.
뒤늦은 처방은 금물, 국토부와 기재부의 과감한 결단 필요하다
인프라 구축은 타이밍이다. 아파트가 다 들어서고 공장이 완공된 후 뒤늦게 땅을 파고 철도를 놓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행정은 극심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분당선 기흥~오산 연장은 단순한 출퇴근용 지하철이 아니라, 국가의 100년 먹거리인 반도체 동맹 노선이자 경기 남부 광역교통을 유기적으로 묶어줄 마지막 핵심 퍼즐이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십여 년 전의 낡은 경제성 잣대에서 벗어나 종합평가(AHP)에서 가점을 부여할 수 있는 국가 균형 발전과 전략 산업 육성이라는 거시적 안목을 발휘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가 이끄는 철도 동맹이 이제 예타 문턱을 넘어 설계와 착공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기를 경기 남부 주민들과 산업계는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