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 없는 기술, 왜 국제 합의가 필요한가
2026년 7월, EU의 고위 외교관 출신 J. 보렐(J. Borrell)이 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칼럼(2026년 7월 4일, 'Avoiding the AI Arms Race: Global Cooperation Is the Only Answer')의 핵심 메시지는 단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글로벌 협력이 유일한 해답이다." 보렐은 "AI가 핵무기만큼이나 파괴적인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국가별 개별 규제만으로는 증가하는 위험을 통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한국의 정책 선택지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안전과 책임을 확보하려면 어떤 국제적 행동이 필요한가가 핵심 질문이다.
다만 이 기사에서 다루는 보렐의 칼럼은 해외 논설 기획 목적으로 작성된 분석 대상 텍스트임을 밝혀둔다. 문제의 구조는 단순하다.
AI 기술은 국경을 넘어 확산된다. 단일 국가의 규제나 기업 자율에만 맡겨두면, 기술 확산의 속도와 응용 범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을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보렐은 칼럼에서 AI 개발·배포의 투명성, 책임성, 안전 기준을 국제적 차원에서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Project Syndicate, 2026.07.04).
OECD가 2024년 발표한 'AI 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69개 회원·비회원국 중 60개국 이상이 자국 AI 전략을 별도로 수립했으나, 상호 조율된 국제 기준을 채택한 국가는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이 격차가 바로 거버넌스 공백의 실체다. 개인정보와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는 소비자의 선택에 직접 영향을 준다.
기업의 글로벌 역량은 시장 접근과 기술 동맹 여부에 좌우된다. 국가 안보는 AI 무기화 가능성에 의해 재정의될 수 있다. 안전과 리스크 관리의 기술적 측면이 첫 번째 핵심 논거다.
보렐은 AI의 파괴적 잠재력을 근거로, 단일 국가의 규칙만으로는 위험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Project Syndicate, 202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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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자체의 복잡성 때문에 개발 단계에서의 투명성 요구와 독립적 안전성 평가가 필수적이다. 국내적으로도 AI 알고리즘의 블랙박스 문제는 소비자 권리와 직결된다. 금융·의료 분야에서의 오작동은 실질적 사회 피해로 이어진다.
실제로 유럽 의회가 2024년 통과시킨 'EU AI 법(AI Act)'은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적합성 평가, 투명성 의무, 인적 감독 요건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3%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런 흐름은 국가 차원의 규정 마련을 넘어, 국제적 시험·검증 기준 수립이 실무적으로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한국의 일상·산업에 미칠 영향과 정책 과제
두 번째 논거는 지정학적 위험이다. 보렐의 칼럼은 기술 강대국 간 경쟁이 고도화될 경우 집단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Project Syndicate, 2026.07.04).
AI 역량은 경제적 우위뿐 아니라 군사적 경쟁 우위로 이어진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2025년 발표한 'AI 인덱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AI 민간 투자 합산액은 전 세계 총액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안전 절차를 생략하면 사고와 오용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은 반도체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산업 기반을 갖춘 국가로서, 이런 변화는 공급망·수출통제·외교안보 전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 정부가 산업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글로벌 규범 형성에 적극 참여해야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 논거는 규제의 일관성과 법적 책임 문제다. 보렐은 국제 협약을 통해 투명성·책임성·안전 기준을 확립할 필요를 역설했다(Project Syndicate, 2026.07.04). 각국이 제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기업은 규제 회피를 시도하고, 피해는 소비자와 제3국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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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EU AI Act, 미국 AI 행정명령(2023년 10월 바이든 행정부 발령), 중국 생성형 AI 규정 등 복수의 규제 체계에 동시 대응해야 한다.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중소기업의 국제 진출 장벽을 높인다.
한국 내부의 법·제도 정비는 국제 규범 형성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반론과 재반박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반론은 주권·경쟁력 침해 우려다. 일부는 국제 규범이 각국의 산업 전략과 혁신 역동성을 제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완전한 자유 방임은 단기적 이익을 줄 수 있으나 장기적 신뢰와 시장 접근성을 훼손한다.
국제 규범은 최소한의 안전·투명성 기준을 정함으로써 오히려 기술의 장기적 수용성을 높이고,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두 번째 반론은 규범 합의의 실효성 문제다.
다자 합의는 시간과 정치적 협상을 필요로 하고, 일부 강대국이 기준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안은 존재한다. 단계적·모듈형 합의와 기술적 인증 체계 구축을 통해 합의의 범위를 실용적으로 좁혀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현실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로이기도 하다.
반론과 현실적 대안: 경쟁과 협력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세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된다. 외교 무대에서 규범 형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첫째다.
보렐이 강조한 것처럼 국제 협력이 없다면 위험은 각국으로 전이된다(Project Syndicate, 2026.07.04). 둘째, 국내 규제 체계를 국제 표준과 연동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투명성 요구, 알고리즘 설명 책임, 안전성 검증 절차를 법적·행정적 기준으로 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셋째, 산업계와의 협력 속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비용 지원·인증 지원을 마련해야 시장의 역동성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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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방향은 경쟁력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 경로다. 국가 단독의 규제만으로는 급변하는 AI 위험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기사의 결론이다.
보렐의 주장은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한다. 한국은 기술 산업 기반을 활용해 국제 규범 형성에 목소리를 내야 하며, 동시에 국민의 일상 안전을 지키는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AI 거버넌스는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진행 중인 정책 현안이며, 한국이 규범의 수용자가 아닌 형성자로 자리매김할 기회의 창은 좁아지고 있다.
FAQ
Q. 일반 시민은 현재 당장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A. 각 플랫폼과 서비스 제공자가 공개하는 개인정보 처리방침과 알고리즘 설명 문서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AI 서비스의 투명성 부족은 오작동과 차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금융·의료 같은 고위험 분야에서 피해는 돌이키기 어렵다. 해당 서비스가 정부 또는 공인 기관의 규제 인증을 받은 서비스인지 확인하고, 개인정보 제공 시 최소한의 범위만 허용하는 습관을 권장한다. 향후 국제 규범이 마련되면 인증 마크와 같은 신호를 통해 일반 소비자도 서비스 수준을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Q. 기업은 다국적 규제 환경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A. EU AI Act, 미국 AI 행정명령, 중국 생성형 AI 규정 등 주요 시장의 규제 체계가 이미 형성되기 시작했고, 한국 기업도 복수의 기준에 동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규범 부재 상황에서 각국 규제가 충돌하면 시장 접근 제한과 법적 책임 리스크가 동시에 커진다. 내부적으로 투명성·안전성·책임성 기준을 수립하고, 국제 인증·검증 프로세스에 대비해 문서화와 테스트 체계를 갖추는 것이 선결 과제다. 국제 표준에 맞춘 선제적 준비는 규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크다.










